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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축구를 제일 잘하는 선수

02.06.25 10:06최종업데이트02.06.25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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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듣고 계십니까?

우리나라 축구대표팀이 월드컵에서 4강에 올랐습니다. 그 옛날, 제가 아주 어렸을 적 이불 속에서 아버지와 함께 트랜지스터 라디오로 축구중계를 들으며 기뻐하기도 하고 슬퍼하기도 했던 때를 기억하시나요?

어느날 중계를 듣다가 왜 맨날 코너킥이나 프리킥을 이회택 선수가 차느냐고 제가 물었었지요.(그날은 우리가 지고 있었는데 지금으로 보면 세트 플레이에 의한 득점이 안되고 있는데 똑같은 선수가 차니 그것에 대한 나름대로의 의구심이었지요) 그때 아버지는 이회택 선수가 우리나라에서 축구를 제일 잘한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집에 TV가 없던 시절 라디오 중계만으로 선수들의 뛰는 모습을 상상하던 나는 만화에서나 보던 바나나킥을 할 줄 아는 선수로, 바람처럼 드리블을 하고 골네트가 찢어질 정도의 강슛을 날리는 만화의 주인공처럼 그 선수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친구들과의 축구를 할 때도 나는 "이회택 선수다"라고 말을 하였습니다. 어렸을 적 아버지의 한 선수에 대한 평가는 내가 중학생이 되고, 그 선수가 은퇴하고 내 기준으로 선수를 평가할만한 능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우상이었으며, 지금도 그런 존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한마디 때문에 말입니다.

생각해 보면 참으로 이상한 일인 것도 같습니다. 기억하기로 저는 아버지가 직접 축구를 하는 모습을 본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축구를 무척 좋아한 것 같습니다. 박스컵, 메르데카컵, 킹스컵 등 국제 대회는 물론이고 한국과 일본의 정기전, 고려대와 와세다 대학의 친선경기까지 축구중계를 즐겨 들으셨지요.

내가 중학교때 인가요. 말레지아와의 경기에서 후반 5분 정도를 남긴 상황에서 다 진 것 같은 경기를 차범근 선수가 세 골 인가를 뽑았던 기억도 납니다. 저는 축구 때문에 신문을 읽게 되었습니다. 전날 축구중계를 듣고 이기라도 하면 다음날 신문의 체육면을 보면 골을 넣는 장면등이 나오지요. 그러면 그 기사를 보고 또 보고 했습니다.

차범근(車範根) 선수라는 신문의 한자는 장기를 배워서 아는 글자인 車가 있으니 나머지는 범근이겠거니 하는 식으로 읽었습니다. 이회택
(李會澤) 선수도 李자를 알기 때문에 나머지는 그렇게 읽혀 갔습니다. 박이천(朴利天) 선수도 나하고 성이 같으니 성을 알고 나머지는 이천이겠거니 하고 말입니다. 아마도 지금 제가 나름대로 한자를 많이 알게 된 연유도 그때 어렸을 적 축구를 통한 신문 읽기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때 당시 우리나라 축구는 아시아에서는 그야말로 무적이었지요. 가끔씩 수중전에 강한 말레지아나 버마가 딴지를 걸었지만 결코 우리의 적수가 되지는 못했지요. 그러나 우리는 월드컵에는 막판에 이스라엘이나 호주에 막혀 좌절하곤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우리나라 축구가 아시아를 넘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는 월드컵 4강 신화를 창조했습니다. 그 옛날 라디오 중계를 들으며 질 때 슬퍼하고 이길 때 기뻐하던, 우리를 웃게 하고 울리게 했던 우리나라 축구가 세계 4강에 올랐습니다.

아버지!
듣고계시지요? 이 함성을…
보고계시지요? 기뻐 날뛰는 이 모습을…

그러나 아버지,
가슴 벅차 오르는 이 감동을 아버지와 함께 할 수 없음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조금만 더 사시지 그러셨습니까? 조금만 더 사셨으면 오늘의 이 기쁨을, 이 감동의 순간을 함께 하셨을텐데…

아버지,
우리나라 선수들 중 누가 제일 잘하던가요?
오래전에 아버지가 가르쳐 주셔서 제가 가슴에 담았던 이회택 선수처럼 오늘도 그 선수를 저의 가슴속에 축구영웅으로 간직하렵니다.

한국팀 감독의 작전은 어땠습니까?
훌륭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래요 모두가 열심히 잘했노라고, 작전도 훌륭했다고 그렇게 말씀 하실 줄 압니다. 그렇더라도 만약 저에게 단 한사람의 MVP를 뽑을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 저는 아버지께 그 막중한 권한을 넘겨 드리고 싶습니다. 축구를 사랑하고 수십년간 축구중계와 함께 했던 아버지의 판단이 나보다는 훨씬 더 정확할 것 같기 때문입니다.

아버지!
하늘나라에서도 우리 팀의 선전을 기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우리 팀이 16강, 8강, 4강에 올라갈 때마다 축구중계를 보면서 아버지가 살아 계신다면 얼마나 좋아하셨을까를 생각하니 그때마다 울컥 눈물이 났습니다.

2002-06-25 10:18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우리 팀이 16강, 8강, 4강에 올라갈 때마다 축구중계를 보면서 아버지가 살아 계신다면 얼마나 좋아하셨을까를 생각하니 그때마다 울컥 눈물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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