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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군과 박 군의 시트콤 질겅질겅 씹어대기

MBC 시트콤 '연인들'

02.03.31 21:48최종업데이트02.04.01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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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군 : 전 사실 시트콤을 즐겨보는 편입니다. 드라마처럼 줄거리에 크게 연연하지 않아도 되고 막무가내로 웃기려드는 코미디 프로처럼 저질스럽지 않거든요. 다르게 말하면 그럭저럭 재밌게 볼 수 있는, 속된 말로 본전은 뽑을 수 있다는 말도 됩니다. 요즘은 MBC 시트콤 '연인들'을 보고 있어요. 박 군 : 한국의 시트콤 역사를 논하기는 좀 우습지만 송창의 프로덕션의 작품 계보는 매우 단순하죠. 남자 셋 여자 셋, 세 친구, 그리고 지금 방영되는 연인들까지, 언제나 그 나물에 그 반찬이라 특별한 게 없어 보이지만 흥미로운 것은 새 작품 때마다 '최초의' 라는 기획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남자 셋 여자 셋은 최초의 청춘 시트콤, 세 친구는 최초의 성인 시트콤, 연인들은 최초의 로맨스 시트콤. 꽤 거창하게 들리지 않습니까? 오 군 : 하! 그렇군요. 저도 세 친구와의 차별성은 크게 느끼지 못했어요. 남자 셋 여자 셋은 그나마 연소자 관람 가 등급이었으니... 박 군 : 연인들 작가만 봐도 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5명의 작가가 모두 남자 셋 여자 셋을 집필했고 그 중 이성은, 임수미 작가는 세 친구도 썼거든요. 참 여기서 작가들 꼬투리를 잡으려는 것은 아니에요. 단지 이야기의 소재나 장면이 종종 유사한 것이 보이는 것이 거슬린다는 말이죠. 오 군 : 저는 가끔 situation comedy에 걸맞지 않게 등장하는 황당한 설정이 맘에 안 들어요. 3월 19일자 두 번째 이야기 '이별'에서 김형자 씨가 암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고 공형진과 헤어지게 되고 다시 오진이었다로 판명나는 것이 시트콤에 어울리는 소재인가요? 아니 어울리냐 어울리지 않느냐를 떠나서 희화될 수 있는 설정이냔 말이죠. NBC 시트콤 프렌즈의 조이식으로 말한다면 "위암으로 막 죽어 가는 여자의 독백을 들으면 웃어야 되는 거야?" 박 군 : 남자 셋 여자 셋 때부터 송창의 프로덕션의 작품들은 프렌즈를 떼어놓고 이야기 할 수 없게 됐어요. 따져보면 연인들이야말로 가장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죠. 세 명의 미혼 남녀들의 이야기. 대부분 사랑이야기에다 우리 나라의 일반적인 가족의 개념과는 달리 총각, 처녀들이 독립을 한 것. 그리고 남자끼리 여자끼리 그렇게 같이 삽니다. 노골적으로 프렌즈의 구조를 베꼈다고 할 수 있죠. 전 여기에도 별 불만이 없습니다. 한국판 프렌즈라고 생각하고 재미있게 보면 그만이죠. 하지만 구조를 베껴놓고 보니 내용이나 인물들까지 자연스럽게 비교가 되는군요. 오 군 : 사실 8년 동안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시트콤과 이제 반년도 되지 않은 시트콤과의 비교는 무리가 있습니다. 특히 요즘 시청률 때문에 축소 감편된 프로와는요. 아 참고로 4월 1일부터는 월,화로 방영하던 것이 축소되어 월요일만 방영하기로 결정되었답니다. 박 군 : 하지만 저는 여기에서 연인들이 흥미를 떨어뜨리는 요인을 발견했어요. 3월 19일 방영 분에서 첫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이윤성과 이선균이었고 두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공형진과 김형자였습니다. 연인들에서는 공식적으로 여섯 명의 주연들이 있습니다. 남자는 박상면, 공형진, 김국진, 여자는 진희경, 이윤성, 정혜영이죠. 그런데 한 회당 주인공은 그 중 거의 한 명이거나 두 명입니다. 일단 그렇게 주연이 축약되면 그들로만 이야기는 진행되고 나머지 주연들은 거의 엑스트라로 전락하게 되죠. 이야기를 보조하는 조연보다 역의 비중이 낮아지게 되는 겁니다. 물론 30분 내외의 극에서 한 두 명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게 정상이겠지만 나머지 주연들은 소식이 궁금할 정도로 나오지 않아요. 오 군 : 예. 맞아요. 저도 정혜영이 이야기의 중심이 되지 않으면 아예 보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거든요. 그렇고 보니 프렌즈는 비중은 다르지만 모두들 자신들의 캐릭터에 맞는 이야기를 가지고 매 회 마다 시트콤이 진행되는군요. 박 군 : 연인들의 조연들 중에는 거의 주연들과 맞먹는 캐릭터들이 있습니다. 공형진의 연상의 연인인 김형자나 한의원장 이경실, 정혜영의 애인인 이정진, 이윤성의 동생인 이선균 등을 들 수 있죠. 프렌즈는 꾸준히 출연하는 조연은 커피숍 주인인 군터 정도이니 비교가 크게 되죠. 특히 연인들의 조연들은 하나 하나가 개성이 강합니다. 이번의 '이별' 에서도 김형자가 코미디를 거의 이끌어 나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이렇게 조연들의 비중이 커지고 주연들이 역할이 축소되거나 이야기에서 빠지니 자연스럽게 극의 흐름이 끊기는 거죠. 오 군 : 남녀의 사랑을 재미있고 연속성 있게 보여주고 싶다는 송창의 PD의 의도와는 전혀 딴판이군요. 하기야 월, 화마다 하는 시트콤에서 계속 그들의 개개인의 이야기를 보여주지 않고 연속성 있게 그려낸다는 자체가 무리가 될 것 같습니다. 박 군 : 내용도 시대상에 어울리지 않게 너무 보수적이라고 생각해요. 오 군 : 그래도 미혼 젊은이들이 독립하여 살고 여성들이 자신들의 직업을 가지고 주체성을 가진 존재로 묘사되잖아요. 그 정도면 어느 정도 시대의 흐름에 맞춰간다고 생각하는데... 박 군 : 그런 것으로 포장하거나 재미를 위한 설정일 뿐 이야기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변한 것이 없어요. 성인들의 위한 시트콤이면 성에 대한 이야기도 솔직하고 사실적으로 그려야 하지 않습니까? 첫 번째 이야기 '플레이보이'에서 이윤성이 28세인 남동생 이선균의 사적인 취미에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을 보고는 비웃음 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야한 잡지 보는 것을 못된 짓이라도 하는 것처럼 야단치고 동생의 의심되는 성생활에 사사건건 참견하는 모습이 재미없더군요. 프렌즈에서 보여주는 성에 개방적인 그들의 사회상이 옳다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우리 사회가 순진한 남녀 총각, 처녀들로 이루어지지는 않았다는 말입니다. 시트콤이 사회상을 반영할 의무는 없지만 사회와 맞지 않는 이야기는 일단 상황의 현실성을 떨어뜨려 흥미를 반감시킵니다. 28세 청년이 야한 잡지 보는 것은 비정상도 그렇게 혼나야 할 일도 아니라는 거죠. 더 나아가 섹스를 한다고 해도 그리 이상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오 군 : 그런 내용은 사춘기 드라마에나 어울릴 것 같군요. 혹시 우리 나라의 시트콤에서만 발견되는 특별한 점은 없나요? 박 군 : 편집에 의존을 많이 하는 점이 특이해요. 예를 들어 옛 장면을 회상하는 장면에서 플래쉬 백을 하여 상황을 재현한다거나 상상하는 장면을 삽입하는 거죠. 어쩌면 현실성이 떨어져 시트콤에 어울리지 않은 장치일 지 모르나 크게 구애받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꼭 시트콤이 이러 이러해야 한다는 법도 없고 상황을 더 재밌고 풍부하게 만들어준다면 큰 문제가 있겠습니까? 오 군 : 그런 특징들을 볼 때 저희의 시트콤들은 영화적 요소가 많은 것 같아요. 놀라는 장면을 찍을 때도 줌 인이 되는 경우도 있거든요. 화면의 크기들이 적당하고 정해져 있는 미국 시트콤들과는 달라요. 시트콤이 미국에서 시작되었다고 해서 꼭 그 형식을 지킬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박 군 :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 나라 코미디에서도 시트콤과 유사한 형태가 많았다고도 볼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유머 1번지의 동작 그만, 부채 도사 같은 코너도 배경이 한 군데고 카메라 워크가 단조로워서 그렇지 시트콤과 크게 다르지 않죠. 오 군 : 하하.. 생각해보니 그것도 맞는 말 같네요. 연인들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 보죠. 시트콤이 코미디인만큼 웃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논의의 대상이 되어야 할 것 같아요. 연출자가 어떤 메시지의 전달보다 웃고 즐기면 그것으로 만족하다고 말하는 마당에요. 박 군 : 연인들에서 예전의 코미디와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을 느끼는 것은 계속적으로 같은 레파토리로 웃기려 드는 것입니다. 김형자는 맘에 들지 않을 때마다 "그만! 그만!"을 외치고 실연 당했을 때마다 남자 주연들은 방에 틀어박혀 담배를 피며 소주를 마시며 립싱크를 합니다. 그 노래의 제목이... 오 군 : 술을 끊으셔야 합니다 담배를 끊으셔야 합니다 그러려면 그녀를 잊어야 됩니다. 새벽이 오네요 이 노래는 김세영의 '밤의 길목에서'입니다. 아마 97년도 작인데 당시 클럽에서 꽤 인기 있던 곡이었죠. 박 군 : 웃긴다고 자꾸 써먹으면 계속 재미있을 리가 없죠. 웃음에도 한계 체감의 법칙이 적용된다고 봐요. 처음에는 폭소절도 하는 코미디도 여러 번 보면 심드렁하게 되고 계속 똑같이 하면 짜증까지 날 때도 있어요. 오 군 : 그 정도는 아니지만 김국진이 혀 짧은소리나 혀 차는 소리로 웃기려 하는 데 하나도 웃기지 않더군요. 박 군 : 시트콤이 저와 같은 냉소적인 사람을 웃길만한 새로운 내용을 가득 담았으면 좋겠어요. 개인적으로 지적이면서 기발한 재미를 시트콤에서 바랍니다. 황당한 설정, 작은 오해로 과장되어 일이 커지는 설정으로만 웃기려 하지 말고 재치 있는 대사나 상황에 맞는 제스처로만으로도 웃음을 줬으면 해요. 시트콤은 안방에서 벌어지는 개그 콘서트가 아니닌까요. 난담 후의 잡담~ 오 군 : 그나저나 남자 셋 여자 셋부터 3자가 왜 그리 많이 나오는 겁니까? 박 군 : 3은 전 세계적인 절대수, 동서양을 막론하고 '3'은 완성, 최고, 최대, 신성, 장기성, 종합성 따위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나라만 봐도 예전부터 가장 친근하게 사용되는 숫자가 3이죠. 수염이 석 자라도 먹어야 양반,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삼 세 번, 코가 석 자, 3척 동자 등등. 아 그리고 앞에 송창의 프로덕션은 실제로는 없지만 편의상 시트콤을 만드는 송창의와 그와 함께 하는 사람들을 칭하기 위해 붙인 이름입니다. 착오 없으시길.

덧붙이는 글 위 기사는 방송전문웹진 자임(zime.fbc.or.kr/)에도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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