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복수에 관한 비정하고 잔혹한 영상

박찬욱의 <복수는 나의 것>

02.03.30 06:48최종업데이트02.03.30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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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경비구역JSA'의 박찬욱 감독의 네 번째 영화인 '복수는 나의 것'은 한마디로 복수에 관한 영화이다.

등장인물간의 갈등의 해소 방법은 오로지 살인 즉 복수뿐이다. 영화속 주인공들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모든 일이 막다른 길로 향하게 된다.

특히 주인공 류는 듣지 못한다는 자신의 장애로 인해 자신을 둘러싼 주변인들에게 의도하지 않은 고통을 주게 된다. 분명 듣지 못한다는 것이 죄가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주변사람이 그를 절실히 필요로 할 때 도와주지 못함으로써 죄가 되어 버린다.

죽은 누나의 유언대로 어릴 적 함께 뛰어 놀았던 강가에서 누나를 보내며 우는 류의 모습 뒤로 강에 빠져 떠내려가는 동진의 딸 유선. 류는 바로 뒤에서 살려달라고 외치는 소리를 듣지 못함으로써 유선을 죽게 만들며 죄인이 되어버린다.

분명 자신이 유선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은 아니지만 류는 죄인으로서 동진에게 복수의 대상이 되어 버린 것이다.

영화의 스토리는 복잡하지 않다. 그 대신 영화는 강렬하고 잔혹하다.

청각 장애인인 류는 유일한 가족인 누나의 신장 이식수술에 자신의 신장이 혈액형이 달라 이식이 불가능하다는 소식을 듣고 좌절한다. 그리고 이 때 류 앞에 등장하는 장기매매단의 사기로 또 한번 주저앉은 류.

좌절한 류는 급기야 장기기증자가 나타났으니 수술비를 준비하라는 병원의 연락을 받고 고민한다. 이 때 그의 연인 영미가 제안하는 착한 유괴로 돈을 마련하지만 자신을 위해 유괴를 했다는 사실에 누나는 자살하고 만다. 그리고 이어지는 동진의 딸 유선의 죽음...... 그리고 딸을 잃은 아버지 동진의 복수.

영화는 비록 결말은 비극적이었지만 따뜻함과 정을 느낄 수 있었던 전작 JSA와는 달리 일체의 감정을 배제한 체 딱딱하고 잔혹한 모습으로 주인공들이 느끼는 절망감을 고스란히 우리에게 전해준다.

누나의 병 치료를 위해서 노력했지만 결국 누나는 자신 때문에 자살하게되고, 착한 유괴가 유선의 죽음으로 인해 나쁜 유괴가 된다. 나아가 그로 인해 영미와 자신 또한 복수의 대상으로 죽음을 맞이한다.

어디하나 희망의 빛은 보이지 않는다. 계속되는 극한 상황에서 등장인물들이 느끼는 감정은 오로지 절망감 뿐이고, 영상은 이들의 절망감을 잔혹하고 비정한 복수로 그려낸다.

동진은 류가 유괴를 한 이유와 자신의 딸 유선이 어떻게 죽었는지를 알게 되지만 류를 용서하지 않는다. 오히려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류를 죽이는 장면에서는 어찌 저토록 비정할 수 있는지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영화 '복수의 나의 것'은 분명 우리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영상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잔혹한 영상과 절망감을 그대로 유지한 결말은 아쉬운 대목이다.

실직을 당해 배를 칼로 긋는 기사의 배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절단된 아킬레스건을 계속해서 롱 컷으로 보여주는 씬은 스토리 전개를 위한 씬이었다기 보다는 영화의 잔혹함을 부각시키기 위한 화면처럼 느껴졌다.

이처럼 피가 난자하고 상처를 클로즈업해 보여주는 장면들은 영화상영 내내 관객들의 고개를 돌리게 만든 이유가 아닐까?

그리고 마지막에 동진이 류를 죽이기까지 했어야 했을까? 물론 딸이 동진에게 세상을 살아가는 의미이고 희망이었기 때문에 딸을 잃어버린 아버지의 슬픔과 절망은 이해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그 절망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영화관을 나서는 나로서는, 영화의 마지막이 화해의 모습으로 끝났다면 그 절망감에서 관객들이 좀더 자유롭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2002-03-30 06:38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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