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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게 성장한 일본 축구의 진면목과 폴란드 축구의 약점을 파악할 수 있었던 좋은 평가전이었다.
28일 새벽 폴란드 우츠(lodz) 비제포경기장에서 벌어진 일본과 폴란드의 국가대표팀 경기에서 일본은 시종일관 특유의 조직력과 미드필드에서의 세밀한 패스로 기선을 제압, 2:0의 승리를 거머쥐었다.
승리의 일등공신은 바로 아시아 최고의 테크니션 나카타(이탈리아 파르마)였다. 그는 뛰어난 체력과 칼날 같은 패스, 넘치는 자신감으로 폴란드 진영을 종횡무진 휘저으며 일본 대표팀의 공격을 효율적으로 이끌었다.
첫 골도 바로 그의 발끝에서 나왔다. 전반 9분경 오른쪽 코너지역에서 이치카와의 크로스패스가 폴란드의 수비수 발도흐의 발에 맞고 나온 공을 그대로 강슛, 폴란드가 낳은 세계적인 골키퍼인 두덱(잉글랜드 리버풀)의 혼을 빼놓는 선취골을 기록했다.
나카타 외에도 스트라이커로 선발 출장한 스즈키와 다카하라는 뛰어난 스피드로 좌우공간으로 움직여 폴란드의 수비진을 끌어내 공간을 만들어냈고, 연이어 오른쪽을 효과적으로 돌파해 후반 37분 다카하라의 추가골을 어시스트한 이치카와, 미드필더로 공수 양면에서 활약한 오노 신지 등, 일본 대표팀 선수들은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의 기량으로 폴란드를 압도했다.
이로써 일본은 같은 H조에 속한 국가 중 껄끄러운 상대인 러시아, 벨기에 전을 대비해 가진 우크라이나, 폴란드 전에서 모두 승리, 월드컵 16강 이상을 자신하는 일본대표팀 감독 트루시에의 큰소리가 공연한 말은 아님을 증명해냈다.
어제 경기는 일본이 공동 개최국으로서 우리에게 준 선물?
오늘 새벽의 경기로 폴란드 대표팀은 커다란 타격을 입었음에 틀림없다. 이는 지난 달 14일 북아일랜드와의 경기에서 4-1로 대승, 막강 전력을 뽐낸 후의 패배여서 더욱 그랬을 것이다.
사실 폴란드는 일본의 전력이 만만치 않음을 감지했는지 전반부터 올리사데베와 크리샤워비치, 두덱, 하이토 등의 베스트 멤버를 가동했다. 하지만 일본의 빠른 기동력과 날카로운 패스, 강력한 압박축구에 폴란드 대표팀은 제 모습을 갖추기도 전에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물론, 월드컵 개최국이라고 해도 아직까지는 축구의 변방 아시아 국가인 일본을 우습게 봐 방심했을 수도 있고, 해외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많은 까닭에 조직력 미비가 그러한 패배를 불렀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경기내용 면에서 폴란드는 일본에 5:0으로 졌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많은 찬스를 허용했고, 상대적으로 일본의 골문을 위협할 만한 플레이는 거의 펼치지 못했다. 우리에게 경계대상 1호로 지목됐던 올리사데베도 몇 차례 활발한 움직임만을 보여줬을 뿐, 일본의 골문을 열지는 못했다.
또, 폴란드 축구대표팀의 수비진은 어떻게 저런 팀이 유럽 지역예선 5조에서 1위로 본선에 올랐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허약해 보였다. 토마스 하이토너와 토마스 바우도흐같은 선수들은 큰 키로 제공권은 좋으나 땅볼 패스에는 취약점을 드러냈고 발이 느렸다.
이는 일본 선수들의 빠른 공격에 허점을 내주는 빌미를 마련했고, 결국 미드필드진을 불안하게 만들어 올리사데베를 비롯한 공격진은 전후반 내내 제대로 찬스 한 번 잡아보지 못한 결과를 낳게 되었다.
일본은 월드컵 본선에서 우리나라가 폴란드를 맞아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를 똑바로 보여줬다. 폴란드는 초반부터 이어진 일본의 강력한 압박수비와 빠른 공격 침투에 허둥댔고, 적절한 오프사이드 전술과 기습적인 역습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물론 월드컵이 열리기 전까지 폴란드는 이렇게 드러난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지만, 한국은 일본을 통해 폴란드의 아킬레스건이 어디인지를 알아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받았음에는 틀림없을 듯싶다.
한국, 방심은 금물이지만 폴란드 꺾을 수 있다
2002 한일 월드컵까지 남은 시간은 불과 60여 일. 하지만 그 동안 D조에 속한 국가들의 축구대표팀은 많은 발전과 변화를 겪을 것이다.
따라서 비록 오늘 새벽 폴란드가 일본에게 참패를 당했다고 해도, 이러한 패배를 야기한 허점이 월드컵 때까지 지속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누가 뭐라 해도 월드컵 본선에 참가하는 32개국은 상대팀의 전력을 최대한 분석, 완벽히 준비된 상태로 경기에 임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제의 일본처럼 우리나라가 폴란드를 각 포지션에 걸쳐 강하게 압박을 가하고, 좀더 빠른 스피드를 이용해 많이 뛰고 몸싸움에서도 뒤지지 않는 파이팅을 보인다면, 폴란드전에서 우리나라는 충분히 승산이 있으리라는 생각이다.
며칠 전 터키와의 경기에서 한국은 그럴 능력이 있음을 실제로 입증했다. 홍명보를 주축으로 한 수비진은 많이 안정되었고 미드필드진은 활발하게 움직여 상대팀을 효과적으로 압박했다. 보완해야할 점이라면 선수간의 불필요한 패스미스를 줄이고, 공격진이 찬스를 잡았을 때 결정지을 수 있는 골 결정력을 높이는 것일 듯싶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우리나라에는 일본의 나카타처럼 체력과 기술, 지능을 겸비한 게임메이커가 없다는 것일 것이다. 대안으로 떠오른 윤정환은 후반 20분이 지나면 체력저하 현상을 보이고 있고, 아직까지 안정환은 게임메이커로서 충분히 그 능력을 보여주지는 못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폴란드를 상대로 한 일본의 선전은 공동개최국이자 축구 라이벌인 우리나라에게 자신감을 심어준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을 듯싶다. 아마도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은 "일본이 폴란드를 꺾었으니 우리도 충분히 꺾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지 않았을까. 만약 그랬다면 어제의 경기는 우리에게 분명 좋은 약이 되었을 듯싶다. 물론 어디까지나 방심은 금물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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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03-28 16: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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