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각종 로비와 정치적 색깔 논쟁으로 시끄러운 아카데미상 시상식이 3월 24일 개최되었다. 올해의 경우 몇 가지 이변들이 발생했다는 평들이 나오고 있다. 초미의 관심사였던 최우수 작품상에 전세계 극장가를 휩쓸었던 '반지의 제왕'을 제치고 '뷰티풀 마인드'가 수상했다. 또한 남녀 주연상 모두 흑인 배우가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아카데미가 보여준 이변이라고 할 수 있다. 아카데미는 사실 상업적 비즈니스의 장이다. 그러나 세계적, 종합 영화제답게 이 행사에는 다큐멘터리 부문도 있다. 그러나 다큐멘터리 부문에서는 어느 작품이 수상했는지 혹은 더 거슬러 올라가 후보작에는 어떤 작품들이 올랐는지 국내의 언론들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건 국내 언론만이 아니라 미국 내 언론이나 전세계 언론도 마찬가지다. 국내 언론의 경우 5대 일간지 중 수상 리스트를 보여주면서 다큐멘터리 부문 수상작을 아예 넣지 않은 곳도 많았고 심지어 영화전문 잡지들의 웹사이트에서도 다큐멘터리 수상작을 언급하지 않고 있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만큼 상업적 극영화를 위한 행사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행사에서의 다큐멘터리 수상작이라고 할지라도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있다. 연간 총제작 작품 편수에 비해 소재부분에서 아직까지는 다양화되어 있지 못한 것이 우리 독립다큐멘터리의 현실이기 때문에 세계적인 흐름이나 작품경향에 대한 모니터링은 꾸준히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아카데미에는 전체 24개 부문 중에서 두개의 다큐멘터리 부문이 있다. 장편 다큐멘터리 상(Documentart Feature)과 단편 다큐멘터리 상(Documentary Short Short Subject)이 있다. 올해 결과는 장편 다큐멘터리 부문에서 '어느 일요일 아침의 살인사건/Murder On A Sunday Morning'이, 단편 부문에서는 '토스/Thoth'가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 어느 일요일 아침의 살인사건2 ⓒ Maha 장편 부문의 수상작 '어느 일요일 아침의 살인 사건'(111min)은 감독 진 사비어가 일관되게 자신의 작품에서 보여주는 관심사를 담고 있다. 이 작품은 최근에 발생한 한 살인 사건의 재판과정을 통해 현시점 미국 사회의 인종차별과 사회 정의 시스템에 대한 초상화를 그려내고 있다. 2000년 5월7일 잭슨빌 라마다 여인숙 주차장에서 플로리다 출신의 메리앤 스테판이란 65세 노인이 총에 맞아 살해되었다. 사건은 그녀의 남편이 보는 앞에서 벌어졌다. 1시간 반 후에 브랜튼 버틀러라는 15살 소년이 범인으로 체포되었다. 사건 현장에서 살해된 여인의 남편이 소년을 붙잡았던 것이다. 이 사건을 조사한 경찰과 언론은 이 사건을 단순히 한 젊은이가 자신의 인생을 망쳐버린 사건쯤으로 여겼다. 그러나 변호인이 사건의 정황과 주변상황을 면밀히 조사하는 과정에서 각종 문제들이 드러난다. 작품은 변호인의 재판 준비과정에서부터 드라마틱한 평결까지 그리고 1년후의 그 여파까지 장시간 심층적인 취재를 하고 있다. 결국 이 작품은 인종에 대한 편견을 가진 경찰의 부주의가 한 무구한 사람을 어떻게 천인공노할 흉악범으로 몰아갔는지를 담고 있다. 드라마틱한 재판씬과 더불어 집 혹은 사건 현장과 법정 밖에서 이루어진 목격자와 변호사의 폭넓은 인터뷰는 관객에게 여러 가지를 선사하고 있다. 무능한 경찰이 어떻게 미국의 법률시스템을 타락시키는지를 보여줌과 동시에 미국이라는 사회의 '정의의 수레바퀴'가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어느 일요일 아침의 살인 사건'을 감독한 진 사비어와 프로듀서 데니스 폰셋은 방송과 뉴스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들이라고 한다. 진 사비어는 1987년 '트리뷸레이션'이라는 뉴스 에이전시를 설립했다. 그리고 정치적 사건 등을 취재해 유럽지역 TV를 통해 내보냈다. 5년 동안 그는 전세계의 이슈들을 다룬 많은 뉴스들을 제작했다. 그리고 1992년부터 다큐멘터리 연출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의 작품들은 주로 사회적 메커니즘에 대한 질문과 금기와 사회 정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번 작품의 프로듀서인 데니스 폰셋과 함께 1995년 '마하/Maha'라는 프로덕션을 설립해 작품활동을 해 왔으며 그의 작품들은 FREEDOM OF INFORMATION AND PRIVACY AWARDS를 비롯해 여러 상을 받았다. '어느 일요일 아침의 살인'은 그의 아홉번째 작품이라고 한다. 프로듀싱을 한 데니스 폰셋은 20년 이상 저널리스트로 활동해온 베테랑이다. 워터게이터 사건을 취재한 이후로 5년 동안 라디오프랑스 워싱턴 지부장을 지냈으며 80년대에는 중동문제를 취재하는 종군기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미국내에서 독립작업으로도 수많은 다큐멘터리를 감독하기도 했다. ▲ 단편 부문 수상작 '토스' ⓒ 사라 단편 다큐멘터리 수상작인 'Thoth'는 아주 감성적인 작품이다. 감독 겸 시나리오 작가인 사라 커노찬은 2000년 어느날 센트럴 파크를 산책하고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음악선율이 들려왔다. 그 소리는 마치 어느 외계에서 들려오는 소리 같았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토스'라는 길거리 청년 음악가의 연주 소리였다. 청년의 공연은 일종의 1인 오페라였다. 이 기이한 청년은 설령 길거리에서 공연을 하고 있을 망정 순수한 꿈을 가지고 있었다. 청년이 음악을 하는 이유 즉 그의 꿈은 자신의 음악이 사람들간의 불화를 해소하는데 기여하는 것이었다. 이 작품의 감독 사라케노찬은 우리에게도 친숙한 영화들의 시나리오를 썼던 시나리오 작가다. 91/2 Weeks, Impromptu, Sommersby and All I Wanna Do같은 것들이 그녀가 쓴 작품이다. 로버트 저메키스가 메가폰을 잡고 해리슨 포드가 열연했던 '왓 라이즈 비니스'의 시나리오도 썼다고 한다. 그런 그녀가 아카데미 다큐멘터리 부문에서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하니 놀랍고 이색적인 일이다. 그녀는 72년 이미 복음 전도사 '마조에 고트너'를 다룬 다큐멘터리로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한 적이 있었다. 이 작품 또한 아주 이색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다. 세 살 때부터 설교를 하기 시작한 천재 복음전도사 마조에 고트너는 네 살 때 결혼을 했고, 15살 때 잠시 설교를 관두었다가 다시 복음전도사의 자리로 돌아온다. 이 작품은 마조에가 그의 열정적인 설교를 통해 어떻게 사람들을 설득하고 종교로 끌어들이는지를 담아내고 있다. 이 작품이 공개되던 당시 즉 마조에가 28살 되던 해 그는 다시는 복음전도사의 길을 팽개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나중에 수많은 B급 영화에 출연한 배우가 되었다. 'Earthquake'라는 영화에 출연하기도 했다. 기이한 인생을 산 사람들을 많이 다룬 사라는 진 사비어와는 달리 즉 체제나 시스템보다 인간의 삶 그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 인간의 삶 그 자체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두 사람의 성향은 아주 달라 보인다. 그러나 그들의 공통점은 결국 인간에 대한 사랑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을 믿고 있다는 것이다. 진 사비어가 시상식에서 수상소감으로 한 이야기는 그들이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이유였다. "저희의 작품은 유죄로 선고되었지만 무죄일지도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의 진실과 권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감사합니다. 우리는 위대한 미국인 중의 한 사람을 보았습니다. 그는 제가 태어났던 1963년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나의 네 아이들이 인종이나 피부색이 아니라 그들의 고유한 특성과 개성으로 평가받는 나라에서 단 하루라도 살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38년이 지난 오늘날 우리는 데니스 폰셋과 이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이 작품의 이야기는 한 흑인 소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살인 사건 현장 근처에 있던 한 10대 흑인 소년이 피부색이 검다는 이유만으로 살인범으로 체포되어 감옥으로 보내졌던 것입니다. 만약에 저희가 다큐멘터리 작업을 한다면 그 이유는 우리가 스토리 텔러로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진 사비어의 이야기는 명분을 중시하는 독립 다큐멘터리스트들의 전형적인 이야기다. 그러나 그런 전형적인 그의 이야기는 다큐멘터리라는 장르의 정체성을 다시 한번 확인해주는 이야기일 것이다. 시대와 사람들의 아픔을 함께 하고자 하는 수많은 독립 다큐멘터리스트들도 똑 같은 수상 단상에 오른다면 하고자 하는 이야기들이 진 사비어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수상은 하지 못했지만 후보작에 오른 작품들 또한 좋은 작품일 것이다. 요즘은 언론과 인터넷이 발달되어 있으므로 이들 작품에 대한 정보를 찾아 보는 것도 독립 다큐멘터리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이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되리라고 믿는다. 사실 이런 기사를 해당 작품을 보지 못하고 쓰고 있다는 것이 상당히 아쉽다. 독립다큐멘터들이 극영화처럼 전세계적으로 상영되고 배급되는 날들을 기원해 본다. DOCUMENTARY FEATURE 후보작 CHILDREN UNDERGROUND LALEE'S KIN: THE LEGACY OF COTTON PROMISES WAR PHOTOGRAPHER DOCUMENTARY SHORT SUBJECT 후보작 ARTISTS AND ORPHANS: A TRUE DRAMA SING!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드가의 다큐멘터리 이야기/www.degadocu.com'에서 제공합니다. 2002-03-27 09:11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드가의 다큐멘터리 이야기/www.degadocu.com'에서 제공합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