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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란 파커 감독의 영화 ‘더 월’의 시사회가 22일 오후 각각 6시30분, 8시30분에 서울 씨네 하우스에서 있었다. 영화는 이미 82년에 제작되어 엄청난 화제와 함께 전 세계의 대중 예술가들에게 직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물론, 많은 이들의 뇌리에 아직까지도 남아있는 명작이다.
물론 핑크 플로이드의 원작 앨범 ‘The Wall' 역시 더 설명이 필요 없는 걸작 중의 걸작이지만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핑크 플로이드가 음반으로 전달하지 못했던 수많은 부분들을 아주 처절하게, 또 효과적으로 전달했기 때문이다.
이런 식의 문제작들이 모두 그렇듯이(‘아주 당연한’ 얘기겠지만) 영화는 김대중 정권이 들어설 때까지 정식으로 개봉되지 못했다. 수구와 보수에 대한 도전이 아직까지도 용납되지 않는 지금의 우리 사회를 볼 때, 충격적인 영상과 진실에 대한 생생한 울림, 그리고 기성, 체재, 제도권, 그릇된 이데올로기 등에 대한 총체적 도전으로 가득한 영화(거기다 그다지 에로틱하지는 않지만 적지 않는 전라의 정사신까지 등장하는)이기에 이는 너무나도 당연한 일일는지 모른다.
물론 지난 99년 봄, ‘더 월’은 제작된 지 17년 만에 우리나라에서 정식으로 개봉되었고 이는 몇몇 골수 팬들에게 거대한 승리감으로까지 다가오기도 한 ’사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시사회는 다음 달 2일, 잠실 종합 운동장에서 펼쳐질 로저 워터스의 내한 공연을 앞두고, 로저 워터스는 물론 더 나아가서는 핑크 플로이드라는 대 예술가들의 사상과 철학을 에피타이저로서 맛본다는 의의가 있는 것이다.
로저 워터스의 내한 공연 ‘In the flesh’(핑크 플로이드의 명작 앨범, The Wall의 첫 곡이기도 하다.)는 유례 없는 대규모로 진행이 될 것이며, 공연 당일까지는 약 열흘이 남은 가운데 많은 팬들이 설레는 마음으로 공연을 기다리고 있다.
지금까지의 락 콘서트는 그 규모에 상관없이, ‘일본을 들른 김에 서울까지 와 주는 뮤지션들의 선심’을 기대해왔고 또 그것이 가능했기에 그나마 얼마 되지 않는 뮤지션들이 한국을 찾아 공연을 가져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로저 워터스라는 지명도와 또 공연의 성격을 생각해 볼 때 이번의 서울 공연은 위의 예와 완전한 차별성을 갖는 대단히 의미 있는 일로 볼 수 있다.
시사회에 초대된 관객들은 공연의 조기 예매자 중 온라인 티켓 판매 대행업체와 공연 기획사 등으로부터 추첨에 의해 초대되었는데, 온라인에서 볼 수 있었던 치열함에서 이번 시사회의 성공이 기대되기도 했지만 정작 시사회장은 매우 초라했고 썰렁했다. 여하튼 시사회를 찾은 능동적인 관객들은 커다란 스크린과 고출력의 스피커가 뿜어내는 영상과 음향으로 이렇게 의미 있는 영화를 보게 된 것에 만족하는 듯 했다.
연인들, 혹은 친구들과 함께 몇 분 뒤 스크린에 펼쳐질 영상이 얼마나 자신에게 원초적인 즐거움을 제공할 것인가에 대한 설렘으로 가득한 일반 영화관의 상영 전 모습과는 달리 관객들은 무척 진지해 보였고, 거장의 예술혼에 대한 감상을 함께 한다는 서로에 대한 공유감마저 가지고 있는 듯한 인상이었다. 약 90분간의 영상이 흐르는 동안 관객들은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에 완전히 사로잡혔고 일반 상업 영화가 강제로 주입하는 억지 감동, 억지 비애 등과는 뚜렷이 차별화 된 처절한 영상에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솔직히 말해 영화 '더 월'은 상업적인 측면, 그러니까 오락성의 측면에 있어서의 가치는 제로에 가깝다. 물론 본래의 목적이 그것이 아니므로 단지 재미가 없다는 것을 문제삼는다는 것이 우스운 일이지만 일단 ‘재미없는 영화’는 관객들에게 어필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고, 영화 ‘더 월’의 경우, 주인공 핑크의 끝없는 독백이 관객들에게 진지하게 다가오지 못한다면 이것은 해괴한 영상을 죄다 모아놓고 요상한 음악들을 골라 짜 맞춘 알 수 없는 전위 예술 정도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몇몇 신선하고 충격적인 장면을 제외하면 기술적인 측면에 있어서는 지금의 관객들에게 전혀 새로울 게 없다는 것 역시 사실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되는 너무나도 진실 된 목소리, 인간의 존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 등을 재미로 보상받으려 한다면 그것이 바로 핑크 플로이드가 말하는, 예술을 창조하는 자와 수용하는 자 사이의 ‘무너뜨려야만 하는 벽’일 것이다.
사실 이번 시사회는 내달 2일에 있을 로저 워터스의 내한 공연을 앞두고 공연에 대한 홍보와 함께 공연 분위기의 고조를 목적으로 하는 성격으로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시사회를 앞두고 이런 저런 혼선이 존재했다는 점, 결국에는 시사회 자체가 초라하게 진행이 되었다는 점 등으로 볼 때, 위의 두 가지 목적은 모두 무위에 그치는 것이 아닌가 싶어 크게 아쉬운 대목이다.
영화는 끝나고
일반적으로 실내에 불이 들어오며 영화가 끝나면 관객들의 반응은 대체로 비슷하다. 기지개를 핀다던가, 서로의 감상을 교환한다던가, 혹은 복잡한 영화관을 조금이라도 빨리 빠져나가기 위해 서두르는 등의 모습이 그것이다. 하지만 오늘의 경우는 조금 달랐다. 비록 적지만 시사회를 찾은 팬들은, 불이 들어오고 스크린에 제작자의 이름이 올라오기 시작했건만 좀처럼 자리를 뜨지 못했다. 오히려 숙연한 느낌마저 찾아볼 수 있었는데, 진정한 예술에의 혼이 담긴 걸작을 접한 뒤의 진한 감동이란 바로 이런 것임을 말해주는 듯 했다.
다시 말하면, 핑크 플로이드와 알란 파커가 이 영상을 접하는 이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아주 확실하고도 뚜렷하게 전달되었음을 역설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라 할 수 있었다. 여하튼 모든 것을 제쳐두고서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오늘 시사회를 찾은 관객들과 영화 '더 월' 사이에 ‘벽이란 결코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담으로, 주인공 핑크로 분한 밥 겔도프는 음악의 성격과 형식 모두 핑크 플로이드와 매우 다르지만 진지한 문제 의식을 가지고 도전적인 길을 걸어온(본디 영화 배우가 아닌) 뮤지션이다. 밥 겔도프에 대해 가장 유명한 이야기는 뭐니 해도 지난 85년 라이브 에이드를 기획해 노벨 평화상 후보까지 오른 일인데, (많은 이들이 마이클 잭슨을 중심으로 미국에서 기획한 ‘We are the world’를 더 쉽게 기억하지만 이것은 라이브 에이드의 미국 버젼에 지나지 않는다) 아마도 지구가 멸망하기 전에 그렇게 엄청난 락 쇼가 또 다시 있을 수 있을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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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03-23 01: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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