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나라는 김동성 선수 사건으로 들끓고 있다. '냄비언론'의 온상인 스포츠신문들뿐 아니라 각 일간지 심지어 오마이뉴스까지도 김동성 선수 실격 문제를 목청 높여 이야기하고 있다. 인터넷 어디를 가도 이번 사건에 대한 네티즌의 항의성 글을 볼 수 있고, 이번 사건과 올림픽 관련사이트는 넘쳐나는 네티즌들의 글로 서버가 다운될 정도라고 한다. 한 개인의 선수가 금메달을 잃은 사건이 이 정도로 크게 된 것에 필자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김 선수 문제를 이야기하고, 외국인들이 많이 다니는 이태원 거리에는 벌써 학생들이 이번 사건에 대한 피켓시위까지 시작할 정도니 말이다. 기자가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김동성 선수가 금메달을 따고 안따고를 이야기하고 싶은 것도 아니고, 실격이 편파판정이냐 아니면 심판의 자질문제이냐, 더 크게 나아가 인종차별문제까지 나오는 이런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단지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가 우리자신과 올림픽정신 그리고, 스포츠맨십에 대해 객관적인 입장에서 이야기하고 싶음을 밝혀둔다. 먼저 어느 네티즌이 다음카페의 한 게시판에서 남긴 글을 읽어보자. "로이 존스 주니어란 이름이 타이슨만큼 유명하진 않지만, 신문의 스포츠면을 매일 읽는 분이라면, 익히 알고 있을 겁니다. 로이 존스 주니어는 20세기의 가장 완벽한 복서로 평가받은 선수입니다. 이 선수는 알리 처럼 가드를 내리고 경기하기도 하지만, 발이 워낙 빨라서 상대선수가 따라오지 못하고, 기회를 잡으면 무차별 쏟아지는 연타와 지칠 줄 모르는 체력....... 그의 전적에는 단 한번의 패배만이 있을 뿐인데, 그 패배는 쓰러진 선수를 때렸다는 판정으로 인한 실격패였습니다. 미들급에서는 적수가 아무도 없어서, 라이트헤비급으로 올렸는데, 여기서도 그의 상대가 될 선수는 현재 없습니다. 헤비급으로 올릴 생각도 있는 것 같습니다. 여담이지만, 로이 존스 주니어는 농구도 좋아해서 영국에서 농구선수 활동을 한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선수는 올림픽 금메달이 없습니다. 88년 서울 올림픽 한국의 박시헌 선수와 대결하여 압도적으로 우세한 경기를 하고도(4회에는 고전했지만), 금메달은 박시헌에게 돌아갔죠. 판정을 듣고, 그 어이없어하는 로이 존스 주니어의 표정... 우리 나라에서도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지금의 386세대 이상의 나이이거나, 조금 어리더라도 스포츠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가졌던 사람이라면,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억할 것이다. 당시 우리 나라는 금 12개 등 33개의 메달을 따내며, 홈 그라운드의 이점(물론, 우리의 실력도 뛰어났지만, 어느 정도의 홈 어드벤티지는 인정해야 할 것이다)를 충분히 살려 당당히 4위에 올랐다. 12개의 금메달 중 2개는 복싱 종목에서 나왔는데 그중 하나가 라이트미들급의 박시헌 선수가 따낸 금메달이었다(대부분의 국민들은 플라이급의 김광선 선수를 기억할 것이다). 물론, 이때의 한국에서의 분위기를 보면, 박시헌 선수의 금메달은 당연한 것이었고, 그날 판정에도 문제가 없는듯이 보였다. 하지만, 로이 존스 선수와 미국 선수단은 이 경기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완전히 다른 문제일 수도 있지만, 심판판정 문제라는 차원에서는 비슷한 일이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케케묵은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가 무엇인가 의문을 갖는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필자가 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우리 국민과 올림픽과의 관계 그리고 페어플레이 정신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함이다. 올림픽은 본시 쿠베르템 남작의 "스포츠 제전을 통하여 세계 각국 청소년들의 상호 이해와 우정을 다지고 세계평화를 이룩한다"라는 정신으로 1896년 근대 올림픽으로 재탄생하였다. 하지만, 이 올림픽은 2차대전 기간을 지나며 정치적인 성향을 끼기 시작하였고, 언젠가부터는 경제적인 성향까지 겹쳐지며 지금에서는 올림픽의 아마추어 정신은 거의 없어진 듯 보여지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자. 우리는 지금까지 올림픽에 있어서 금메달에 목숨을 걸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아마추어들의 향연으로써 올림픽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금메달을 많이 따야만 올림픽에서 성공하는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필자 자신도 2위나 아니면, 좋은 성적을 올린 선수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금메달을 딴 선수들은 거의 대부분 기억하고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그리고, 어떤 스포츠 종목에 대해 평소에는 관심도 없다가 올림픽만 시작하면 그 종목에 대해 매니아처럼 달려 들던 것도 우리의 모습이다. 핸드볼, 양궁, 필드하키, 탁구, 육상(마라톤) 등의 국내 경기나 국내 유치 국제경기에서도 거의 관중을 찾아 보기 힘들다가도 올림픽만 하면, TV앞으로 몰려들기 시작하고, 모두가 그 종목의 전문가가 되어버린다. 동계올림픽에서 우리 나라의 유일한 메달 밭인 쇼트트랙 또한 마찬가지다. 1988년 15회 캘러리 올림픽에서 시범종목으로 채택된 쇼트트랙에서 김기훈 선수가 좋은 성적을 내자 조금씩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6회 알베르빌 올림픽 때 금2, 은1, 동1개를 따내며 좋은 성적을 거두기 시작하자 국민적 관심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솔트레이크시티 대회전까지의 동계올림픽에서 딴 총 메달(금7, 은3, 동3) 중 스피드 스케이팅에서의 은메달 하나를 제외한다면, 모든 메달을 쇼트트랙에서 따냈으니 국민의 올림픽에서의 쇼트트랙에서의 관심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런 올림픽의 효자 종목인 쇼트트랙도 올림픽이라는 이름만 빼면 거의 인기를 얻지 못한다. 기자 자신도 국내 쇼트트랙 대회가 있는지 조차 모르고 있으며, 우리 나라에는 쇼트트랙 전용경기장이 단 하나도 존재하고 있지 않다. 롯데월드에 가본 독자라면 알겠지만, 롯데월드 아이스링크에는 초등학생 쇼트트랙 선수들이 스케이트를 즐기는 사람들 사이로 연습을 지금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선수들이 대학졸업 후 갈곳이 없어지는 실업팀 하나 없는 것이 쇼트트랙계의 현실이다. 김동성 실격문제에 대해 유타 법원에 제소를 해도 되고, 항의성 글을 써도 되고, 미국을 욕해도 괜찮다. 하지만 이것이 지금 "올림픽에서 한국이 금메달을 따지 못했기 때문에"가 아니라 쇼트트랙에 대한 사랑, 아마추어 스포츠에 대한 사랑에서 나오길 필자는 바란다. 기자는 또한 스포츠맨십에 대해 이야기 하고싶다. 기자도 이번 김동성이 실격된 것에 대해 분개한 국민 중 한 명이다. 이번 심판판정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었고, 바로 잡혀져야한다는 의견에도 전적으로 찬성을 한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 대한 우리의 모습에서 한가지 우려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미국과 같아지는 모습이다. 네티즌들의 반응을 보면 객관적인 모습을 보이는 사람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너무 흥분해서 스포츠맨십을 생각하지 않고 있는 모습이 있다. 예를 들어 네티즌 중에는 "미국은 다시 테러를 당해야 한다"라던지 "솔트레이크시티에 원폭을 투하해야한다"라는 상식 이하의 발언을 하기도 하고, "월드컵 때 보자, 우리도 본때를 보여주겠다"라는 스포츠정신에 반하는 의견을 가지고 있기도 한다. 그리고, 올림픽 사이트까지 다운시키는 사이버테러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우리의 모습이 미국과 무엇이 다른가? 미국이 아무리 잘못을 했다고 그들에게 다시 9.11테러를 다시 당해야한다는 말을 어떻게 서슴지 않고 할 수 있을까? 금메달이 사람 목숨보다 중요할 수 있을까? 그리고, 우리가 월드컵 때 홈경기라고 해서 공정성을 잃은 경기를 보인다면, 우리가 그들과 다른 것이 무엇이 되겠는가? 앞서 이야기했듯 88 서울올림픽 때도 로이 존스 선수와 같은 피해자가 있었다. 김동성 선수도 존스 선수와 같은 피해자라고 볼 수 있다. 우리가, 미국과 다르고, 그들을 욕하고 싶다며 보다 공정성 있는 객관적인 마음 자세를 이번 문제를 봐주길 바란다. 그리고, 쇼트트랙에 대해 이야기 하고싶다면, 보다 많은 관심과 사랑을 올림픽뿐 아니라 국내경기에서도 보여주고,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선수들이 경기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길 바란다. 이번 김동성 선수 사건을 통해 냄비여론을 벗어나 좀 더 성숙된 모습으로 모든 문제를 풀어 갈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되길 부탁한다. 이제 월드컵도 얼마 남지 않았다. 성숙된 모습과 공정한 모습이 우리에게 더욱 더 필요한 시기라고 본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스포츠 칼럼 사이트 후추(www.hoochoo.com)의 "한국 쇼트트랙의 오늘과 내일"이라는 칼럼에서 칼럼니스트가 쇼트트랙에 대해 쓴 내용을 간단하게 소개하겠다. "올림픽 때 우리 나라가 메달 따는 장면을 직접 보기 위해 새벽잠도 설치고 일어나 TV앞에 앉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특히, 메달이 확실시되는 종목 경기가 있는 날은 온 동네가 불야성을 이룬다. 쇼트트랙 경기가 있는 날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런 열광적인 응원과 환호는 동계 올림픽 종료와 동시에 눈 녹듯 사라져버린다. 하지만 최근 경쟁국들의 발전도를 봐도 알 수 있듯이, 우리 쇼트트랙이 정상을 고수하라는 법은 없다. 우리도 언젠가는 내리막길을 걸을 때가 올 것이다. 평소에는 최소한의 관심만 보여주다가 무슨 때만 되면 일어나는 ‘거품 관심’ 현상을 국민들 스스로가 걷어내지 않는 이상, 그리고 소위 ‘인기종목’ 보도에만 편중하는 언론이 끝까지 기존의 태도를 고집하는 이상, 어린 선수들은 더 이상 힘만 들지 빛은 나지 않는 쇼트트랙을 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 나라 쇼트트랙이 서서히 추락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우리 동계 올림픽 효자 종목의 젖줄이 끊기게 될 것이다. 이런 경우는 비단 쇼트트랙에만 해당되지 않겠지만, 길지 않은 역사 속에서도 이처럼 훌륭하게 동계 스포츠의 간판으로 커 준 종목을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기 위해 팬들과 언론들이 할 일은 많다. 무엇보다도 이제라도 팬들과 언론은 하나의 메달을 따기 위해서 선수들이 얼마나 많은 땀을 흘리고, 얼마만큼 자신을 희생하는지에 주의를 기울여 보자. 그들도 우리와 똑 같은 ‘사람’ 인데, 그들도 우리처럼 똑같이 서러워 할 줄 알고, 기뻐할 줄 아는… ‘스케이팅 기계’ 가 아닌 인간이란 점을 기억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