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솔트레이크 올림픽에 대한 단상

저도 안타깝게 봤습니다, 그러나...

02.02.19 19:24최종업데이트02.02.19 19:45
원고료로 응원
유치 과정에서부터 뇌물 의혹을 받는 등 파란만장했던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9.11 테러 이후 기승을 부린 미국 중심주의의 결정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인데요. 자꾸만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이 떠오르는 건 부시가 부틀러라고 불리는 것과 무관하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심판의 판정도 그렇지만 언론의 편파적인 보도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네요. 똑같은 사실을 가지고도 거두절미하고 보도하다보니 정말로 나쁜 사람은 따로 있는데 피해자가 나쁜 사람으로 둔갑하더군요. 자꾸만 우리 나라의 언론들이 떠올라 씁쓸하더군요.

인터넷을 통해 미국 언론의 보도를 접해보니 억울하게 금메달을 빼앗기고 부상까지 입었지만 끝까지 완주한 오노 선수의 인간 승리의 드라마, 금메달보다 값진 은메달 뭐 이런 식으로 보도했더군요. 자국우월주의라면 둘째 가라면 서러운 우리나라로서도 신경 써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올해 월드컵과 아시안 게임을 치르는 등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으나, 서울 올림픽 등 우리나라에서 치러진 국제 경기들을 돌이켜 보건대 우리 역시 판정시비와 왜곡보도에서 그다지 자유롭지 못한 것 같습니다. 우리가 던진 돌이 부메랑이 되어 우리에게 날아오지 않도록 외국의 잘못뿐 아니라 우리의 잘못도 지적할 수 있는 성숙한 세계인이 되도록 노력합시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우리나라 대표팀을 이끄는 전명규 감독님의 자세였습니다. 넘어지는 것도 실력이다라는 것. 원래 쇼트트랙 자체가 격렬한 스포츠인데다 한국이 최강자로 금메달을 싹쓸이 해가는 현실에서 거의 동맹이라도 맺은 듯, 심지어 심판까지도 노골적으로 견제하는 상황은 어쩌면 당연하다는 것이지요. 또 이런 것 까지도 극복해 나가야만 진정한 최강으로 군림할 수 있다는 그 분의 생각에 절대 공감합니다.

또다른 메달밭인 양궁을 보더라도 1988년 이래 지금까지 최강인 우리나라를 견제하고자 희한한 경기방식을 개발하는 등 온갖 꼼수를 쓰고 있지만 퍼펙트 골드 등 실력 차이가 현격하게 나는 데야 별 수 없지 않습니까.

다만, 받아들여지는 여부와는 관계없이(심판의 권위를 위해, 판정이 번복되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까요.) 선수단의 사기를 생각해서 전략적으로 항의할 필요는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경기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자칫 동요할 수 있는 선수단의 분위기를 가다듬고, 단합을 고취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우승 제조기" 김응룡 감독이 자주 그러듯이요.

한가지 아쉬운 것은, 이른바 효자종목들에 대해 평소 우리가 보여준 그 지독한 무관심도 반성해야 할 것 같네요. 세계 16등도 못하는 축구는 그렇게 엄청난 투자를 하면서 세계 최강인 양궁, 하키, 핸드볼, 쇼트트랙 등은 전혀 관심도 없고 투자도 안하면서 올림픽에서만 메달을 기대하는 것은, 또 기대 이하의 성적을 비난하는 것은 그들의 어깨만 무겁게 하고 힘은 빼는 처사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천대하는 데야 세계적으로 이런 종목이 무시받아도 할 말이 없지 않겠습니까. 실제 쇼트트랙 같은 종목은 올림픽 때마다 정식종목에서 제외하자는 움직임이 있을 정도니까요.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잘 싸우고 있는 우리 선수들 기운 꺾이지 않도록 힘찬 응원 보냅시다. 정정당당하게, 그들의 콧대를 꺾어 보인 후, 우리나라에서 치를 월드컵에서는 그들과 달리 공정하고 깨끗한, 스포츠 정신의 정수를 보여주도록 합시다. 우리가 힘에서는 뒤쳐질 지 모르지만 더 자랑스러운 나라라는 것도요.
2002-02-19 19:32 ⓒ 2007 OhmyNews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