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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염원 16강인가?

우리는 무엇을 향해 달려가고 있나

02.02.18 20:36최종업데이트02.02.19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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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세계 축구는 월드컵 열기로 한창이다. 월드컵 지역예선과 조추첨까지 마친 상황에서 각 국가들은 평가전이나 친선경기 등을 통해 자신들의 객관적 실력평가와 경기력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러한 분위기 속에 전세계는 월드컵의 열기로 달아 오르고 있다.

이 시점에서 한국은 2002 한일월드컵 개최국으로써 어떻게 준비를 하고 있는가?

월드컵 10개 구장 완공, 월드컵 홍보대사 활동, 숙박업소 확보, 개최도시 홍보 등 국가차원의 준비를 하고 있으며 쇼핑관광업소 등의 친절교육, 화장실, 식당 청결 관리는 국민 개개인의 준비로 되어 가는 듯 보인다.

그런데, 필자는 여기서 한 가지 의문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우리 대한국민들이 이번 월드컵을 위해 무엇을 이루길 원하는 것이냐는 것이다. 다시 말해 월드컵이라는 큰 국제적 대회를 개최하기 위해 거대한 액수의 돈을 투자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2002년 월드컵 축구대회조직위원회(이하 KOWOC)의 자료에 의하면, 월드컵 개최에는 4가지 정도의 의의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첫째는 정치, 외교적 의미로써 IMF로 잃었던 국가와 기업 이미지를 쇄신하고, 한국인들간, 남북간, 그리고, 한일간의 화해와 공존을 위함이라 했다.

정몽준 월드컵축구대회조직위원회 위원장은 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We are hopping the World Cup can bring South Korea together."
(우리는 월드컵이 한국의 국민적 화합을 가져오길 바란다.)
"We hope the World Cup can bring North and South Korea together."
(우리는 월드컵이 남한과 북한간의 화합을 가져오길 바란다.)
"We hope the World Cup can bring the Japanese and Korea together."
(우리는 월드컵이 한국과 일본간의 화합을 가져오길 바란다.)

라고 이야기해 월드컵에 대한 정치적 외교적 바람을 느낄 수 있다.

▲ 관광특구 이태원. KOWOC은 이번 월드컵을 통해 정치적, 사회적 그리고 경제적 이익을 얻길 바란다. ⓒ 이성환
둘째는 경제적 의미로써 월드컵 개최가 경제적 파급 효과를 불러오길 바라고 있다. 월드컵 경기를 통한 입장권 수익과 외국인 관광객들의 소비로 인한 직접효과와 국가와 국내기업의 대외적 이미지 향상으로 인한 국내산업 진흥과 수출증대를 유발하는 간접적 효과로 볼 수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해 월드컵 기간에는 입장권을 팔아 수익금을 얻고, 경기를 보기 위해 한국에 찾아온 외국인을 통해 관광수익을 얻으며 더 나아가서는 국가 이미지를 쇄신시켜 외국과의 경쟁력에 도움이 되게 만든다는 것이다.

세 번째로 우리나라 사회 구성원간의 화합 촉진과 한국 문화를 세계적으로 알리기 위함이라고 한다. 그리고, 넷째로 (요즘 언론을 보면 가장 중요해 보이는 듯한) 16강 진출, 월드컵 첫승 등 국가대표팀의 좋은 대회성적을 통해 축구강국 이미지 실현과 축구 발전기반 구축이라고 한다.

물론 KOWOC과 각종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위와 같은 의견도 중요하다. 이 모든 것이 월드컵의 파급 효과로 우리가 가질 수 있고 또 가지길 원하는 이익들이다.

하지만, 이것이 우리가 월드컵을 통해 세계에 가져올 염원인가? 만약 이것이 우리의 월드컵 개최를 통한 염원이라면 상당히 이기적이고(다른 나라에서 본다면), 상당히 한국 중심적 사고일 수밖에 없다.

더욱 더 놀라운 것은 한국언론들의 한국 16강 염원에 대한 극단적인 생각이다.

"아~ 골이에요~"라는 말로 유명한 신문선 SBS 축구해설위원은 경기 해설 중 우리나라 16강 진출 문제에 대해 "만약 국가대표팀이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면, 많은 돈을 투자하고도 남의 잔치를 해주는 꼴이 되어버리고, 이것에 대한 국민적인 상실감은 대단할 것이다"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했다.

이 발언에 대해 필자는 놀라움을 금치 못할 수 없었다. 어떻게 야구계에 하일성 해설위원이 있다면, 축구계에는 신문선이 있다고 할 정도로 한국을 대표하는 축구 해설위원이 이런 극단적인 발언을 할 수 있느냐는 놀라움이었다.

만약, 그의 말이 옳고 우리 나라가 16강에 진출하지 못하게 되다면, 2002월드컵 자체가 실패라는 말이 되어버린다. 이런 의견은 단지 신 위원만의 의견이 아니라 지금까지 각종 언론이 소리 높여 주장하던 의견이었고, 이제는 마치 모든 국민의 염원이 되어 버린 듯 보이는 의견이다.

이런 극단적인 한국 정서에 대해 외국 언론들은 그리 좋은 눈치를 보이고 있는 것은 아니다.

▲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 위치한 월드컵 홍보관. 우리는 월드컵을 통해 무엇을 얻길 원하고 있는가? ⓒ 이성환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북미 축구잡지인 Soccer America의 Scott French 칼럼리스트는 "Korean mulls World Cup Legacy"("한국이 월드컵 전통을 망치고 있다")라는 그의 칼럼의 이런 한국인의 정서를 꼬집었다.

French 기자의 칼럼을 요약해보면, 한국은 월드컵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고 있을 뿐 월드컵 역사와 전통 계승에는 아무런 도움이 안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한국은 월드컵을 통해 국민 화합과 근접국가와의 화합을 얻어내고, 경제적 문화적 발전도 함께 이루어내길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16강 진출을 통해 한국의 축구강국으로 발돋움을 하기 원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의 스포츠 언론에서는 이런 칼럼을 접하기 힘들겠지만, 외국 축구 잡지나 스포츠 신문들을 검색하다보면 이런 칼럼이나 기사는 심심지 않게 볼 수 있다. 물론, French기자의 한국과 일본과의 역사가 어쩌고저쩌고 하는 의견은 마음에 아주 안 들었지만, 그가 꼬집었던 한국이 월드컵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는 의견에는 어느 정도 찬성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우리의 모습을 한번 보자. 과연 우리는 Scott French 기자의 칼럼을 반박할 수 있을까? 우리는 지금 현재 월드컵에서의 16강 진출에 대해서만 최대한의 관심을 보이고 있고, 월드컵 개최에만 신경 쓰고 있을 뿐, 월드컵의 의미와 월드컵 개최국의 국민으로써의 자긍심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각종 언론은 16강 진출이 우리 민족의 간절한 염원인 듯 떠들어대고 있고, 국민들조차 그런 말들에 마취되어 있는 듯 그들의 장단에 맞추고 있다. 우리나라 국가대표팀이 이기면 마치 16강에 진출한 것같이 흥분해서 즐거워하고 또 지기라도 하면 우리 날 축구계가 끝난 것처럼 '16강 좌절'이라는 헤드라인을 걸어 놓고 국민들을 더욱 더 좌절시키고 있다.

우리 축구계를 보자. 우리나라 축구계를 보면 상당히 낙후 되어 있다. 유소년 축구는 축구 선진국들처럼 클럽 스포츠로 발전되어 있지도 않고 성적 지상주의의 온상인 학원스포츠로 운영되고 있다. 그들은 아직도 시멘트 바닥에 카페트를 깐 듯한 효창운동장에서 경기하거나 흙구덩이 위에서 꿈을 키워가고 있다.

프로리그도 유소년 축구환경보다 그리 좋지 않다. 프로구단들 중 2군 팀이나 유소년 축구팀을 운영하는 팀은 거의 없으며 자신의 홈 경기장을 제대로 가지고 있지 못해 연습을 할 때면 이 경기장 저 경기장을 전전하며 연습하는 구단도 있다. 몇 년 전 만해도 몇몇 구단은 조명장치가 없는 구장을 홈그라운드로 가지고있어 야간경기는 꿈도 꾸지 못한 적도 있다.

얼마 전 헝그리정신으로 똘똘 뭉친 팀이 FA컵을 우승한 적이 있었는데 필자는 그 경기를 보며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언론에서는 "정신력의 승리" "인간승리"라며 추켜세웠지만, 소위 프로 구단이 헝그리정신으로 뭉쳐서 우승을 거두었다는 사실은 우리 나라 축구계의 미래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듯 보였다.

홈구장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팀, 2군 팀도 없는 팀, 모기업의 어려움으로 전지훈련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팀이 다른 프로팀과 견주어 우승을 한다는 것이 어째 선진 축구를 최종목표로 하는 우리나라 축구와는 안 맞는 듯 보였다.

▲ 대표팀을 응원하는 붉은악마. ⓒ 이성환
그럼 처음 제목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우리의 염원이 16강인가?

물론 16강에 들어가면 좋다(1954년 스위스 월드컵 대회 때는 16개 팀이 본선에 진출했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 보았을 때 우리는 이미 16강에 진출한 적이 있다). 월드컵 첫 승을 거두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축구계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가 묻고 싶다.

일본과 비교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일본 J리그와는 비교를 해봐야겠다. J리그는 이미 10년 전부터 100년 대계라는 계획을 세워놓고, 독일 분데스리가를 벤치마킹하여 선진축구시스템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1부, 2부 리그가 활성화 되어 있고, 프로팀들의 유소년, 아마추어 축구의 투자를 의무화시키고 있다. 또한 천연잔디구장도 의무사항으로 포함시키고 있다.

지금 현재도 우리 축구는 시스템에 있어서 일본보다 많이 뒤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아마 앞으로 그 차이는 더욱 더 깊어질 것이다. 우리가 16강에 진출하고 1승을 거두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선진축구 시스템을 도입하고 체계적으로 축구발전을 시켜나갈 것인지를 먼저 생각해야할 것이다.

지금 현재의 한국 축구계의 실정을 보면, 월드컵 16강, 월드컵 첫승을 거둔다 해도 우리 나라에서의 축구환경이 좋아질 가능성을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눈앞의 성적을 생각하기보다는 앞으로 10년 아니 100년 앞을 내다보고 치밀한 계획 속에서 한국축구를 발전시켜 나가야할 것이다.

우리는 또한 월드컵의 역사와 전통계승을 위해서도 힘써야할 것이다. 1930년 제1회 우루과이 월드컵부터 수십 년을 이어온 월드컵. 이제 우리도 개최국으로서 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됐다. 월드컵을 개최하는 것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월드컵 역사에 길이길이 남게 되었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월드컵 역사와 전통의 한 부분으로써 이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것은 월드컵으로 인한 우리의 경제적 정치적 이익이나 우리나라의 16강 진출과는 완전 다른 문제이다.

자! 이제 세상을 넓게 보자. 16강, 1승. 다 좋다.

하지만, 우리가 명심해야할 것은 세계의 이목이 집중하는 월드컵을 개최한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에서 볼 때는 우리 나라가 16강에 진출하거나 1승을 거두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16강에 진출하지 못하면 남의 잔치 해주는 꼴이 된다"라는 말. 외국입장에서는 이런 생각도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단지 세계적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면 되는 것이다.

월드컵을 열심히 준비하고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그것을 통해 한국 축구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그것으로 우리는 성공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좀더 성숙한 언론, 국민이 되길 바란다.
2002-02-18 20:32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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