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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 감독은 1년 남짓한 짧은 기간 동안 우리 팬들에게 잊혀지지 않을 멋진 말들을 탄생시켰다. 프랑스, 체코와의 경기 대패 후 자조적인 팬들의 탄성, '오대영', 광고 카피로 빈약한 골결정력을 날카롭게 지적한 '저스트 원',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를 지칭하는 '멀티 플레이어' 등이 바로 그것이다.
최근 골드컵에서 보여준 빈약한 골결정력으로 보면, 당분간 히딩크의 애칭은 안타깝게도 '저스트 원'으로 통용될 것 같다. 아~ 슬픈 한국 축구의 현실이여.
히딩크가 지난 해 말부터 자주 사용하고 있는 '멀티 플레이어'란 용어는 참으로 매력적으로 들린다. 최고의 선수는 어느 포지션이든 감독의 주문에 따라 무난하게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멀티플레이어론은 이상적으로 수긍이 가는 이야기다.
상황에 따라 중앙 허리, 좌우 날개, 최후방 수비까지 다용도로 쓸 수 있는 선수를 키우겠다는 히딩크의 실험은 매우 타당하다. 그래서 지금도 우리 축구팬들은 그의 실험을 가슴 졸이고 지켜보고 있다.
중앙 허리 역할을 맡았을 때는 적극적인 공수 가담과 조율을 하고, 좌우 날개로 뛸 때는 빠른 측면 돌파와 정확한 센터링으로 골찬스를 만들어 준다. 또 최후방 수비로선 상대 스트라이커의 공격을 잘 차단하고 수비수들과의 유기적인 움직임을 보여 줄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가 많아진다면 우리 대표팀과 우리 축구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할 것이다.
또한 멀티 플레이어는 감독의 지시에 따라 어느 위치든 자기가 해야 하는 모든 경우의 수를 염두에 두고 플레이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정말로 생각하는 축구, 창의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히딩크의 멀티플레어어론은 지극히 이상적인 개념이고, 월드컵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논의되어야 할 사항은 아니다. 큰 시험을 앞둔 수험생은 지금까지 공부해 온 내용을 반복 학습하며 수험장에 갖고 들어갈 한 권의 책으로 요약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급한 마음에 이 책, 저 책 새로운 책을 사서 들척이는 것은 그리 현명한 공부 방법이 아니다. 지금 히딩크 감독의 실험은 적중도가 높은 새 책을 찾아 이곳 저곳을 헤매고 있는 것처럼 보여 매우 걱정스럽다.
히딩크 감독이 지금 시기에 해야 할 일은 우리 대표팀이 가지고 있는 객관적인 전력과 우리가 상대할 팀에 가장 효과적인 전술 등의 최적의 해를 찾아 반복 훈련을 수행하는 것이다. 우리 팀의 당면과제인 16강 진출을 위해서라도 더이상의 실험을 그만두고 정확한 포지션을 부여하고, 각각의 대체요원을 구성해 대표팀을 조련시켜야 한다.
멀티플레이어란 훌륭한 개념은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목표다. 안타깝게도 단기적인 성과를 바라는 축구팬으로서 우리 대표팀이 단순한 전술을 바탕으로 날로 발전해 가는 모습을 간절히 원할뿐이다. 하나의 포지션이라도 완벽하게 이해하고 플레이하는 우리 선수들의 모습, 주전을 대신한 대체 선수들로 그 위치를 잘 소화하는 모습을 이후의 훈련과정에서 지켜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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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02-01 10: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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