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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자판 소프트볼 선수들의 쓸쓸한 연말

01.12.30 14:53최종업데이트01.12.30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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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볼 하나만 보고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해체라는 날벼락을 맞은 대우자판 소프트볼팀의 선수 13명 전원이 사직서를 쓴 30일 플레잉코치 김진경(31)씨는 힘들게 버텨온 지난 시간들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 97년 10월 창단된 국내 유일의 소프트볼 실업팀인 대우자판이 대우자동차의 매각협상이 진행중인 가운데 채권단의 지원 중단 결정으로 사실상 해체돼 선수 13명과 김형표(30) 감독 등은 안타까운 연말을 보내고 있다.

김코치를 비롯한 선수들은 지난 23일 대만에서 열린 초청대회에서 돌아오자마자 대우자판의 구조조정작업의 하나로 팀에 대한 모든 지원을 중단한다는 청천벽력같은 통보를 받았기 때문.

대부분 대표선수로 활약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창단 이후 국내대회에서 단 한차례의 패배도 없었고 대회마다 모두 우승하는 등 척박한 국내 소프트볼계에서는 독보적인 존재로 자리해왔던 역전의 노장들이다.

이들 중 중견수인 김지은과 2루수 허미진, 포수 남희선, 3루수 박순녀,우익수 박은옥 등은 지난 7월 오사카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예선에 출전했던 현역 대표들이다.

영업사원 신분으로 대우자판에 입사, 세일즈와 운동을 병행해오던 선수들은 97년 전국체전 우승을 계기로 팀이 정식 창단된 이후로 국내 유일의 실업 소프트볼팀 선수라는 자부심 하나로 힘든 현실을 이겨내 왔다.

이들은 연봉 1천200~1천400만원에 불과한 박봉에 연습장이 마땅치 않아 고수부지와 고등학교 운동장을 전전해야하는 상황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그라운드를 지켜왔기에 실직자가 됐다는 것 보다는 볼을 놓아야 할지 모른다는 사실이 더 서럽다.

결국 내년 부산아시안게임 메달획득에 대한 집념을 버릴 수 없는 선수들은 우선 일괄적으로 사표를 낸 뒤 팀을 인수할 기업이 나타날 때까지 퇴직금을 털어서라도 훈련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한편 대한소프트볼협회는 김기형 회장을 중심으로 인수할 팀을 찾고 있지만 현재 어려운 경제 상황속에서 선뜻 나서는 기업을 찾기가 결코 쉽지 않은 실정이다.

김진경 코치는 "누구도 운동을 그만두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며 "하루빨리 인수할 기업이 나타나 선수들이 꿈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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