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필름 없는 영화가 온다

소니의 디지털 카메라 혁명

01.12.30 01:01최종업데이트01.12.30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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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스 필름이 제작중인 스타워즈 시리즈 후속편은 '복제인간의 공격'이란 부제로 영화팬들을 어리둥절하게 했지만 할리우드에서는 지금 이들이 실험중인 조용한 영화혁명에 주목하고 있다. 바로 필름없이 디지털 카메라로만 영화를 촬영하고 있기 때문.

디지털 카메라를 활용한 촬영은 그간 TV 다큐멘터리나 소규모 독립영화의 제작에 간간히 시도됐지만 루카스 필름같은 할리우드 메이저가 영화 전체를 디지털 카메라로 찍을 결심을 하게 된 것은 순전히 소니가 HDWF-900이란 혁신적인 카메라를 개발했기 때문이다.

소니사가 전하는 바에 따르면, HDTV용으로 개발된 소니의 최신형 카메라에 영화장비 생산으로 유명한 파나비전의 렌즈와 부속장치를 부착한 이 고화질 디지털 카메라를 직접 테스트해 본 루카스 측은 극장 스크린 실험에서 기존 필름 카메라와의 화질차이를 전혀 발견할 수 없을 만큼 완벽한 영상을 보여주었다고 격찬했다고 한다.

그간 영화제작의 최대 걸림돌은 막대한 제작비였으며 이 비용의 상당부분이 바로 필름구입비였다. 영세한 영화제작자와 아마추어 감독들은 필름값을 아끼기 위해 촬영한 컷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할 수 없이 넘어가야 했으며 촬영이 끝난 후에도 만만치 않은 필름현상 및 후반작업경비에 가슴을 졸여야 했던 것.

필름값 걱정없이 만족할 영상이 나올때까지 원 없이 다시 찍을 수 있는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은 이들에게는 엄청난 희소식이 아닐 수 없지만 자본이 풍부한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에도 이는 커다란 축복이다.

영화감독은 필름현상때까지 기다릴 필요없이 촬영현장에서 자기가 찍은 장면의 조명이나 색감이 제대로 잡혔는지, 촬영앵글은 의도대로 나왔는지 즉시 확인할 수 있어 제작기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기 때문.

더구나 스타워즈 시리즈처럼 디지털 효과가 영화의 태반을 차지하는 경우에는 굳이 필름을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하는 복잡한 과정없이 촬영한 테잎을 컴퓨터 상에서 즉시 처리할 수 있어 그 편리함과 후반작업시간의 절감효과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물론 소니의 디지털 카메라가 대당 10만불을 넘는 고가여서 대부분 카메라를 대여해 촬영하는 소규모 제작사에게는 당분간 비용부담이 만만치 않겠지만 디지털 기술의 발전속도가 그렇듯 곧 수년 안에 보통의 아마추어들도 영화제작을 꿈꿀 수 있는 날이 올 것이 틀림 없다.

'몬스터' 디지털 영사기

한편 샌프란시스코 시내의 AMC 체인극장에서는 지금 필름없는 영화의 또 다른 실험이 벌어지고 있다. 픽사의 최신 디지털 애니메이션 '몬스터'가 바로 두루마리 필름이 필요없는 디지털영사기로 상영되고 있기 때문.

반도체 생산업체로 유명한 텍사스 인스트루먼트가 개발한 이 디지털 영사기는 필름과 맞먹는 화질을 극장 스크린에 구현하며 디지털 매체의 특성상 DVD처럼 수백회 상영 후에도 화질의 저하가 전혀 없다. 디지털 영사기가 보급되면 3류극장에서 흔히 보는 '비오는 영화'는 이제 옛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디지털 영사기는 극장사업에도 메가톤급 변화를 몰고 올 영화산업의 뜨거운 감자다. 이론상 아무런 추가경비 없이 무제한의 영화배급이 가능해지기 때문. '몬스터'의 경우 순전히 컴퓨터 안에서만 제작된 디지털 영화이기 때문에 모든 극장이 디지털 영사기와 위성수신기를 갖추게 되면 영화배급사는 굳이 수천벌의 영화 프린트를 찍어낼 필요없이 마치 TV방송을 하듯 전 세계의 극장에 자사의 영화를 '송신'할 수 있다.

소니의 디지털 카메라와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의 디지털 영사기가 전세계에 보급되면 영화계는 20세기를 통털어 계속된 필름의 속박에서 완전히 벗어나 진정한 디지털영화의 혁명을 맛보게 될 것이 분명하지만 두가지 걸림돌이 이 혁명의 진전을 가로막고 있다.

우선 극장업계가 대당 수십만불에 이르는 디지털 영사기를 구입하는데 망설이고 있다. 그간 영화프린트 제작비를 배급사측이 부담해 온 형편에서 굳이 자신들이 자본을 들여 새로운 장비를 설치해야 할 동기를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극장업계는 극장주와 배급업자가 공동으로 구입경비를 분담하는 방안을 놓고 협상중이지만 아직 지지부진하다는 소식이다.

한편 배급업자 역시 영화의 전면적인 디지털 송수신은 아직 망설이고 있다. 초강력 보안장치가 개발되기 전에는 위성송수신 과정에서 해커들이 영화를 가로채가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 송신되는 디지털 데이터가 필름화질의 원본이기 때문에 이런 영화가 암시장에서 거래된다면 영화사로서는 파괴적인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이런 걸림돌에도 불구하고 제작사나 배급사 그리고 극장주 모두 장기적으로 엄청난 경비를 절감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기 때문에 영화의 제작에서 극장상영에 이르기까지 필름이 사라지는 것은 시간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시네마천국'에서 묘사된 것처럼 영화필름이 토토의 개인소장품으로 전락할 날이 멀지 않은 것이다.

jean

덧붙이는 글 | *디지털 영화의 낙관적인 미래만을 그렸지만 신문업계가 CTS를 도입한 뒤 문선공들이 대거 실업자로 전락한 것처럼 디지털 영화가 보급되면 필름작업과 관련된 상당수의 노동자들이 실직의 고통을 당할 것으로 우려됩니다. 관련 종사자들은 미리 고민하고 대책을 세우셔야 할 것입니다.

2001-12-30 08:49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디지털 영화의 낙관적인 미래만을 그렸지만 신문업계가 CTS를 도입한 뒤 문선공들이 대거 실업자로 전락한 것처럼 디지털 영화가 보급되면 필름작업과 관련된 상당수의 노동자들이 실직의 고통을 당할 것으로 우려됩니다. 관련 종사자들은 미리 고민하고 대책을 세우셔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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