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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팬 내쫓는 지방 극장들

입장권 남발 서서 관람... 영사기사 없어 환불 소동도

01.12.27 21:51최종업데이트01.12.30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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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산업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지역 극장들은 관람객에 대한 서비스 질이 매우 낮아 '영화팬을 내쫓는다'는 비난을 받을 정도다. 극장들이 ‘돈 벌이’에만 급급하기 때문이다.

인기를 끄는 개봉작 상영 때는 좌석수보다 훨씬 많은 입장권을 판매하는 바람에 관람객들이 서서 보거나 중간에 돌아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성탄절을 앞두고 개봉한 영화 <해리포터>를 상영한 진주의 한 극장에서 대표적인 사례를 찾을 수 있다.

관람객이 많은 오후나 밤 상영시간 때는 표 구하기가 힘들 정도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최근 방학과 연말을 맞아 극장가를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나면서, <해리포터>는 인기 절정에 이르렀다. 일부 관람객들은 연일 매진 사태 속에 극장 앞에서 발을 돌리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불만을 갖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그들의 불만이 지역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될 정도다. 한 네티즌은 진주문화원 홈페이지에서 “진주가 문화예술의 도시답게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을 줄 알았지만, 언제까지 열악한 조건 속에 영화를 관람해야 하는지”에 대해 따졌다.

이 네티즌은 “어린 조카 둘을 데리고 극장을 찾았는데, 어느 정도 인원이 채워지면 관람객을 제한해야 하는데도 그렇지 않았다”면서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40여 분이나 기다려 표를 구해 입장할 수 있었고, 좌석도 없이 서서 보다가 도저히 참을 수 없어 30분을 보다가 나와 버렸다”는 것.

영화 <해리포터>의 상영시간은 2시간30분. 결과적으로 극장측은 “긴 상영 시간의 영화를 많은 관람객들이 서서 보도록 만들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 관람객은 “너무 많은 사람을 입장시켰다. 영화를 보면서 불이라도 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영화를 보면서 오히려 불안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해리포터>뿐만 아니라 지역 대부분의 극장들은 인기 영화를 개봉할 때마다 비슷한 일들이 벌어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친구>나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 등의 영화를 상영했을 때도 마찬가지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

영화평론가 김한규 씨는 “극장 좌석수보다 많은 입장권을 판매해서는 안 된다. 사전예약제를 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예약제의 효과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영화를 서서 보게 한다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극장주들은 돈벌이를 생각할 것이 아니라 영화 관객에 대한 서비스 질을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지역에서는 좌석수 이상으로 입장권을 판매하는 행위뿐만 아니라, 영화 관객을 무시하는 상식 밖의 일들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김한규 씨는 최근 지역 극장가에서 발생한 일들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라며, 그 사례를 소개했다. 마지막 상영 시간대에 관객이 한 명 밖에 없자 환불을 해주면서 영화를 상영하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고 한다. 이에 대해 김 씨는 “그 관람객은 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그 시간대 밖에 없었는데도, 한 명이라는 이유로 돌려보냈다는 것은 관객을 내쫓는 행위나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또 최근 지역의 한 극장에서는 마지막 시간대 영화 상영 도중에 영사 기사가 집에 가버리고 없는 바람에 소리가 나오지 않아 항의하자 환불을 해주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한규 씨는 “영사기를 돌려놓고 기사가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런 일들은 빨리 근절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지역 극장들은 영화가 완전히 끝나기도 전에 상영을 끝내는 경우가 많다는 것. 김 씨는 “‘앤딩 크레딧’이라고 영화는 마지막 자막까지 모두 감상해야 하는데, 자막이 올라가는 도중에 영화를 끊는 일들이 많다. 이럴 때마다 항의를 하지만 잘 고쳐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영화상영 도중에 관객을 입장시키는 일들도 빨리 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지역의 한 극장 대표는 “지방에서 극장 사업을 하기가 매우 힘들다. 사전예약제를 하려면 시설 투자를 해야 하는데 막대한 자금이 든다. 한 해에 관객의 사랑을 받는 영화는 한두 편에 지나지 않는다. 평소에는 극장을 운영하는데 허덕이고 있다”면서, “이런 속에서도 서비스 개선을 위해 점차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2001-12-27 21:46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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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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