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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3일, 두산과 삼성의 페넌트레이스 마지막 경기가 끝나고 1루 출입구 앞에서는 야구팬들을 위한 맥주파티가 있었다. 원래는 시즌이 끝난 후 LG에서 그라운드 맥주파티를 계획했으나 사정으로 인해서 취소되고 두산이 대신 그 이벤트를 연 것이다.
야구경기를 보고 나오며 시원한 생맥주 한잔을 마시기 위해서 길게 늘어선 야구팬들의 행렬이 1루 출입구 주변을 가득 메웠다. 결국 이날의 이벤트는 꽤 성공적인 반응을 거뒀다. 긴 승부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팬들에게 시원한 생맥주 한잔은 정말 큰 기쁨으로 느껴지는 듯했다.
올해초 잠실야구장 내의 주류판매가 진지하게 검토되었다 거의 허용되는 듯했으나 고건 서울시장의 반대에 부딪혀서 결국은 실행되지 못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주류시장을 꽉 잡고 있는 두산이라는 그룹이 홈구장으로 쓰고 있는 잠실에서 술을 팔지 못한다는 것은 유감이다.
1루와 3루 출입구 앞에 써 있는 안내문에는 경기장 내로의 주류의 반입과 판매 행위, 일체의 음주를 금지한다고 나와 있다. 그렇다면 반입과 판매가 안되는 잠실야구장에서는 음주도 당연히 없을까? 답은 '아니오'다.
종합운동장 역을 내리면 오징어와 김밥을 파는 아주머니들이 캔맥주와 팩소주를 판다. 아주머니들은 가지고 들어가도 괜찮다며 안심시켜놓고선 판매를 한다. 그러나 야구장을 한 번이라도 찾은 분들은 안된다는 걸 대부분 알기 때문에 재주껏 숨겨서 들어온다.
팩소주를 접어서 바지 뒷주머니에 숨겨서 들어오는 것은 고전에 속하고, 그 외에 여러 경우가 있었다. 치킨박스 안에다가 숨겨서 들어오다가 걸린 사람도 있었고 유모차에다가 몰래 가지고 들어온다고 하는 이야기도 들었다.
검은 비닐봉지에 물건을 가지고 들어오는 관중들 중에서는 출입구에 있는 경비에게 아주 친절하게 자신은 술을 가지고 들어오지 않았다며 보여주시는 분들이 있다. 이 분들은 주류검사에 알아서 착실히 응해주시는 분들이다.
그러나 실상은 출입구에서의 주류검사란 사실상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구단 측에서 주류검사를 지시할 때만 일회성으로 하곤 하지, 웬만한 것은 눈감고 넘어가는 일이 많다. 간혹 너무 티나게 술을 가지고 들어올 때만 제지할 뿐이다.
야구장 안에서도 사실상 술을 판다. 단, 비공식적으로 팔 뿐이다. 보통 네다섯 명으로 구성된 판매조직이 내외야를 샅샅이 훑으며 두 배 정도 비싼 가격으로 판다. 승부에 한잔이 생각나는 야구팬들 중에서는 많이 사서 마신다.
이 주류판매 조직 중 몇 명이 먼저 표를 사서 매일 야구장 안으로 들어온다(299만의 올시즌 관중들 중에서 이들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도 조금은 될 듯...). 그리고 밖에서 미리 대기하고 있는 이들이 올려주고 안에서는 검은가방을 끈으로 올려서 야구장 안으로 술을 반입하는 것이다. 야구장이 비교적 넓기 때문에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 외부와 연결이 쉬운 곳은 얼마든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 검은가방에는 시원한 캔맥주와 소형플라스틱 용기의 소주들로 가득 차 있는데 대단히 무겁다. 이 걸 끈으로 올린다고 하는 것이 사실 매우 위험한 일이다. 만약 잘못해서 떨어지기라도 한다면?
이렇게 반입된 가방은 엄청 무겁기 때문에 들고 다니기엔 불편하다. 관중석 내외야 곳곳에 숨겨 놓고선 조금씩 가져다가 네다섯 명 정도의 사람들이 돌면서 파는 것이다. 경기가 7,8회에 이를 때쯤이면 이들은 거의 다 팔린 듯 빈가방만을 든 채로 밖으로 나간다.
물론 말처럼 쉬운 것만은 아니다. 두 배를 부르는 가격이 비싸게만 느껴지지 않을 만큼의 위험부담도 크기 때문이다. 안전을 담당하는 '검은양복을 입은 사람들'은 항상 조직과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이곤 한다. 걸리면 가방을 압수당하고 밖으로 쫓겨나지만 다음날이면 이들은 또 술을 팔고 있다. 그런 추격전을 일 년 내내 벌이다가 한 시즌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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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11-29 15: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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