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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모든 일이 뜻대로야 되겠소만 그런 대로 한세상 이러구러 살아가고
하고 싶었던 것도 많았고 무엇을 하더라도 잘될 것 같은 그런 시절이 있었다. 그러기에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일까에 대해 더 많이 고민했었고 그것들을 해나가며 작은 성취감을 느끼곤 했다.
그것이 진정한 삶이라 생각했고 숨쉬고 있는 유일한 목적이었지. 하지만 나이를 먹고, 적당히 때가 묻어갈 즈음 인생의 목적이라 생각했던 것들은 점점 무가치적으로 느껴지고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과 이상 사이의 괴리감은 삶의 무게로 가중되어 짓누르기 시작한다.
그렇지만 어쩌랴. 배운 게 도둑질이고 산 입에 거미줄 치지 않으려면 그냥 저냥 살아가야 할 것을...
무능력한 직장인 '무대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진풍경을 담아낸 만화가 사람들의 관심사가 된 적이 있다. 인기를 얻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샐러리맨들의 정서를 만화가 잘 반영시켰기 때문이 아닐까.
몽상가적인 기질을 지닌 무대리를 통해 어떤 날은 슬픔을, 어떤 날은 즐거움을 함께 나누기도 하고, 아련했던 옛 추억을 떠올리며 미소 지을 수 있었기에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이리라.
무능력하기 짝이 없는 '무대리'와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무기력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인생이 담겨 있는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소주처럼 쓰디쓴 영화다.
무의미하게 삶을 소진하는 것처럼 보이는 '와이키키 브라더스' 밴드는 이십대에게는 이질감을, 오십대 이후 아버지 세대들에겐 한심하게 보일 만한 존재이다.
그러나 사회에 나와서 가정을 꾸리고 어느 정도 자신의 위치에서 기반을 닦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삼사십대의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그들의 존재는 한숨과 답답함 그리고 연민일 것이다.
이 무능력한 주인공들의 모습이 현실세계를 살아가고 있는 내 모습과 그림자 같이 닮아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와이키키 브라더스'가 전주국제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되었을 때 임순례 감독은 "1백명의 사람들 중 4명의 특별한 삶보다 96명의 평범한 삶에 늘 관심이 끌린다"라고 말했다.
임 감독이 말했던 것처럼 영화는 시종일관 이곳 저곳 떠돌이 생활을 하는 3류밴드의 일상을 통해 궁상스러워 보이기까지 하는 서민들의 모습을 담담히 그려내고 있다.
그래서일까? 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비밀 일기장이 누군가의 손에 들어가 몽땅 까발려진 듯한 묘한 괴로움이 전해진다.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사는 놈은 너밖에 없잖아"
주위의 친구들 대부분은 이미 꿈을 접은 지는 오래. 조금이라도 안정적으로 가족들과 살아가기 위해 적당히 자신을 버리며 살아가고 있다.
그 대오 속에서 떨어져 나간 '나', 동료, 선생님은 인생의 낙오자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꿈을 접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나'는, 그들이 내뱉는 말처럼 정녕 행복한 존재로 비쳐지는 것일까? 여유 있는 자가 부리는 가벼운 질투가 아니면 동정에 불과한 것이겠지.
7인조 브라스 밴드였던 팀원들은 하나씩 다 빠져나가고 이제는 '나' 혼자다. 먹고 살기 위해 룸살롱 밴드로 취직하게 되고, 술 손님의 여흥을 맞춰주기 위해 알몸으로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성우(이얼 분).
초점 없는 눈동자로 노래방 기계에 나오는 파아란 바닷가를 바라보는 그의 머릿속에는 그 옛날을 회상하며 후회하고 있지는 않았을까?
난 사랑 밖에 몰라
날 따라와준 그녀가 있고 또 그 사랑과 함께 설 수 있는 무대가 있기에 새로운 희망을 꿈꿔본다. 그러나 심수봉의 노래를 모창하는 첫사랑 인희(오지혜 분)의 모습은 새로운 슬픔을 암시하는 것 같아 쓸쓸하다.
'너훈아'나 '이엉자'와 같은 이미테이션의 한계가 그렇듯 고통스럽고 암울하기만 한 과거는 어느 순간 그들을 잠식하고, 반복되는 과거의 아픔을 되새길 것만 같아 불안하다.
스타급 배우를 기용한 것도 아니고, 거대 자본에 의해 세련되게 만들어지지도 않은 영화 한 편이 이렇듯 복잡한 심경을 전달할 수 있는 것은 감독의 꼼꼼한 관찰과 안정된 시나리오, 이를 뒷받침해준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 때문이리라.
닮은 꼴의 이야기는 많은 슬픔도 안겨주지만 잊어버리고 살았던 순수한 시절에 대한 추억, 희미해져 가는 과거의 꿈들에 대해 돌아볼 수 있어 마냥 슬프고 괴롭지만은 않다.
변해버린 지금의 자신에 슬퍼할지 모르지만 희망찬 미래를 꿈꾸며 다가설 앞날이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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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10-30 18: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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