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한국시리즈는 끝났다. 이후 우리에게 남은 것은 무엇일까? ⓒ 이성환2001년 10월 28일 오후 5시47분 한국 프로야구 최대의 축제인 한국시리즈가 막을 내렸다. "핸드볼 스코어다," "어떻게 한국시리즈에서 이렇게 많은 점수가 나느냐" 등 말도 많았지만, 두산베어스와 삼성라이온즈는 최고의 팀들간의 경기다운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준 한국시리즈였다.시리즈 결과는 최종 4대2의 두산베어스의 우승. 두산베어스는 화끈한 타력과 중간, 마무리 투수들의 활약에 힘입어 1982년, 1995년에 이은 세 번째 우승을 일구어냈다. 삼성라이온즈는 구단의 과감한 투자와 투수력, 타력, 수비력에 있어서 최고의 수준을 보이며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바라봤지만, 우승 문턱에서 아쉽게 져 내년 시즌을 기약해야했다. ▲ 입장권을 구입하기 위해 줄을 서있는 팬들. 이날도 한국시리즈 경기답게 만원사례를 기록했다. ⓒ 이성환이렇게 해서 2001년 한국시리즈는 끝이 났다. 경기가 끝난 잠실야구장에는 팀의 승리로 인해 즐거워하는 선수들과 그들을 지켜보며 기뻐하는 팬들도 있었고, 팀의 패배로 인해 눈물 흘리며 슬퍼하는 선수들과 그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하고 아쉬워하는 팬들도 있었다. 한국시리즈가 끝난 지금 2001년 한국야구가 우리에게 남긴 것은 무엇일까? 한국시리즈가 끝난 잠실야구장은 축제분위기로 들떠있었지만, 그 뒤에는 우리가 남긴 어두운 부분도 숨어있었다.필자는 한국시리즈 결과를 눈으로 보고싶은 마음에 한국시리즈 6차전이 벌어지는 잠실야구장을 찾았다. 토요일에 벌어진 5차전과 일요일에 벌어진 6차전 모두 오후 2시부터 시작했으나, 경기가 시작하기 2시간전인 12시부터 이미 야구장은 가을의 축제 분위기로 휩싸여 있었다. 라이온즈 팬들은 2승3패로 몰려있는 상황에서도 '막판 뒤집기'를 꿈꾸며 응원전을 준비하고 있었고, 베어스 팬들은 한번만 더 승리를 거두면, 우승을 한다는 들뜬 마음으로 응원을 준비하고 있었다.▲ 경기시간 두 시간 전부터 기다리고있는 삼성라이온즈 팬들(왼쪽)과 두산베어스 팬들(오른쪽) ⓒ 이성환오후 2시 팬들, 구단관계자들, 각종 언론매체의 관심 집중속에(요즘 TV를 보면, 자주 나오는 VJ들까지 총동원된 상황에서 야구장은 언론매체 직원들만으로도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한국시리즈 6차전이 시작됐다. 찢어질 듯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소리와 열띤 응원전, 경기장 내에 감도는 팽팽한 긴장감 등은 역시 최고의 팀들을 모아놓고 하는 경기다웠다. 팬들은 자신들의 팀이 이기고 있든 지고 있든 열심히 응원의 목소리를 보내주었고, 그것에 보답하듯 선수들 또한 아주 멋진 플레이를 보여주었다. ▲ 구단관계자들(위)과 언론매체들(아래)도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 이성환1회초 2점을 득점하며 라이온즈가 기선을 제압하자 5회말 베어스의 타이론 우즈가 역전 투런 홈런을 날렸고, 7회초에는 라이온즈가 5대3으로 재역전에 성공했으나, 7회 말 라이온즈 임창용 선수의 뼈아픈 폭투로 인한 동점, 8회 말 베어스의 극적인 역전 - 경기 기록만 보더라도 야구경기에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재미를 보여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선수들은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듯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팬들 또한 그 모습을 보며 자신이 응원하는 팀에 대한 진정한 사랑과 자부심을 느끼는 것을 알 수 있었다.9회 초 투아웃 3루수 김동주 선수의 실책을 아웃으로 오인한 주최측에서 축포를 터뜨리기 위해 조명탑을 꺼버리는 어이없는 실수도 있었다. 심판이 아웃을 선언하지 않은 상황에서 아웃이라고 오인하여 조명을 끄다니... 야구란 심판이 마지막 아웃 판정을 해야 끝나는 것이다. ▲ 9회말 투아웃 상황. 양 팀 팬들은 기도하는 마음으로 자신들의 팀을 지켜보고 있다. ⓒ 이성환▲기뻐하는 베어스 선수들(위)과 지켜보고 있는 라이온즈 선수들(아래) ⓒ 이성환모든 선수, 코칭 스태프, 관계자, 관중 등 야구장에서 모인 모든 사람들은 긴장된 모습으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마지막 베어스의 마무리투수 진필중 선수가 던진 공에 라이온즈의 마해영 선수가 헛스윙을 하며 스트라이크 아웃을 당하자 이때부터 베어스선수들의 포효가 시작됐고, 기쁨의 눈물과 아쉬움의 눈물이 교차하며 한국시리즈가 마무리됐다. 하늘은 수놓은 불꽃놀이, 선수들의 샴페인 축제, 기뻐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찍기 위해 플래시를 터뜨리는 기자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며 즐거워하는 팬들. 모든 것이 즐겁고 모든 것이 행복해 보였지만, 그 뒤에는 우리가 고쳐야할 어두운 부분도 있었다.'가을의 축제'가 끝난 잠실야구장을 보며 가장 아쉽게 생각된 부분은 바로 한국 프로야구의 관람문화였다. 필자는 이번 한국시리즈를 관전하기 위해 거의 대부분의 경기를 찾았다. 그때마다 느끼는 부분 중 하나는 경기장 내의 소음이다. 한국시리즈같이 중요한 경기가 있는 날이면 경기가 시작하기 두 시간 전부터 귀청이 떨어져 나가도록 크게 스피커를 틀어놓고, 야구장을 찾는 관중들에게 응원을 강요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 게임종료 후 희비가 교차하고있는 양 팀 팬들 ⓒ 이성환▲ 이날 시리즈 MVP를 받은 베어스의 타이론 우즈가 언론과 팬들 앞에서 기뻐하고 있다. ⓒ 이성환예를 하나 들어보자. 이날 야구경기 시작 전 응원단장이 나와 응원준비에 들어가는 모습을 가까이 서 볼 수 있었는데 응원단장이 응원을 잘 따라하지 않자 "모두 일어나 응원하십시오. 응원 안하는 사람들은 (상대 팀 쪽을 가르치며) 저쪽으로 보내버리겠습니다!"라고 협박 아닌 협박을 관중들에게 보내고있었다. 아마도 응원단장은 관중들이 응원을 잘 따라하지 않자 약간 흥분을 해 농담반 진담반으로 이런 이야기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 속에는 관중들에게 응원을 강요하는 메시지가 숨어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물론, 경기장 스피커에서 나오는 노래를 따라 부르며, 앞에서 춤추는 치어걸들을 보고 즐거워하는 팬들도 많았을 것이다. 구단 측에서도 팬들이 일괄적으로 자신들의 모기업 이름을 연호하며 응원하는 모습을 보며 가슴 뿌듯해할 것이다.그러나, 야구장을 찾는 팬들 중에는 야구 경기 자체를 즐기고 싶어하는 팬들도 있을 것이라고 본다. 특히, 한국시리즈 같은 중요한 경기에서는 말이다. 아무한테도 응원을 강요받지 않은 상태에서 경기를 보며, 경기 자체를 즐기고 싶어하는 것이다. 박빙의 승부를 머리로써 계산하며 조용히 경기를 보는 것 말이다. 어떤 면에서 보았을 때 지금현재 야구장 응원문화에서는 우리는 야구경기자체를 즐기고 싶어하는 관중들의 권리를 뺏고 있는지도 모른다. 귀청이 떨어질 정도로 크게 틀어놓은 음악소리, 앞에 나와 춤추는 치어걸들, 일률적으로 들리는 막대풍선 박수소리 - 우리의 야구장 응원문화에 있어서 한번쯤은 생각 해봐야할 문제라고 본다.▲좌석에 마구 버려진 쓰레기(왼쪽)와 그나마 외부에 쌓여있는 쓰레기 더미(오른쪽) ⓒ 이성환둘째로 한국시리즈 이후 가장 아쉽게 느껴진 한국 프로야구 관람문화는 바로 청결 문화였다.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해 우리 나라 야구장은 청결 면에서 보았을 때 상당히 낙후된 것이 사실이다. 야구장 좌석들은 경기 전부터 이미 지저분해 신문지를 깔고 앉아야만 한다. 그리고, 경기가 끝난 후에는 경기장 곳곳에 쓰레기들이 산더미같이 쌓인다. 이날도 경기장 좌석들은 치우지 않은 쓰레기들로 덮여 있었다. 좌석들은 깔고 앉았던 신문지, 관중들이 먹고난 뒤 버린 각종 음식물 쓰레기, 신문지나 종이를 잘라 만든 꽃가루 등이 아주 지저분하게 깔려져있다. 그나마 양심 있는 관중들은 자신들의 쓰레기를 경기장 밖에 있는 쓰레기통에 넣거나 옆에 쌓아 놓았다. 하지만 그 양이 쓰레기통의 크기나 개수보다 많아 아주 지저분하게 산더미처럼 쌓여 있을 수밖에 없었다.▲분리수거를 위해 준비된 수거통(위)에 쓰레기가 마구 버려져있다(아래). ⓒ 이성환잠실야구장에 비치된 쓰레기통들은 기본적으로 분리수거를 위해 준비된 것들이다. 각각의 쓰레기통들에는 '일반 쓰레기류,' 'PET병류,' '신문지류,' '비닐류' 등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이 분리수거용 쓰레기통들은 비닐류 쓰레기(막대풍선), PET병류(음료수), 신문지, 일반쓰레기(음식물) 등이 대부분의 쓰레기인 잠실야구장의 특성상 분리수거를 하면 쓰레기 양이 많이 감소 할 것이라는 구단과 서울시의 생각에 의해 만들어진 노력의 결과라고 본다. 하지만, 이 분리수거용 쓰레기통틀은 실제적으로 볼 때 경기가 끝난 후에는 아무런 쓸모가 없어진다. 그 이유는 경기 후에 나오는 쓰레기의 양이 설치되어있는 쓰레기통의 개수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분리수거도 제대로 될 수 없고, 결국에는 모든 쓰레기가 다같이 버려지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필자는 경기 후 경기장 청소를 담당하는 용역직원들을 경기장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40명 정도 되는 용역직원들은 거의 대부분 나이가 지긋이 드신 아저씨, 아주머니들이었다. 용역직원들은 모든 행사가 끝난 후 열심히 청소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나, 쓰레기 양으로 보았을 때 인원이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 모든 행사가 끝난 후 경기장을 청소하는 용역직원 ⓒ 이성환나는 용역직원들이 청소하는 모습을 취재하며 그들과 짧게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있었다. "한국시리즈 같은 큰 경기가 있는 날이면, 보통 얼마만큼의 쓰레기가 나오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그들은 "보통 1톤 짜리 트럭 50대 분이 나온다, 우리 인원이 40명인데 오늘 같은 경우는 밤새도록 치워봐야 내일 정오쯤에 청소를 완전히 끝낼 수 있다"라고 답하였다. "경기장을 찾는 관중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관중들이) 분리수거나 지정된 장소에서 (쓰레기를) 버리기만해도 한결 청소가 쉬울 것이다, 경기가 끝나면 쓰레기로 경기장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으니 (우리는)분리수거를 엄두도 못 낼 형편이다"라며 "경기중간에 신문지 꽃가루라도 뿌리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 경기장에 투척된 물병. 앞으로 선진 관람 문화를 위해 오물투척은 없어져야 한다. ⓒ 이성환물론 관중들의 입장도 있다. 관중들이 경기를 보기 위해 내는 10,000원(지정석은 15,000원)에는 분명 경기장 운영비와 청소비가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현실적으로 보았을 때 한국시리즈 주최측에서도 경기장 입장수입으로 청소비를 충당해야 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다. 실제로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이번 포스트 시즌을 통해 입장수익만 약 22억7천만 원을 벌어들였다. 단기 수익금으로 볼 때 이것은 많은 돈이다. 분명한 것은 이번 한국시리즈 주최측에서도 이 돈을 통해 경기장의 청결에 좀 더 투자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프로야구가 좀 더 선진화된 관람문화를 가지기 위해서는 야구장을 찾는 관중들도 바뀌어야할 것이다. 경기장에 낙후된 시설이나 부족한 쓰레기통 숫자 등도 고쳐 나아가야 할 문제이지만, 그와 동시에 관중들도 좀 더 쾌적한 야구장을 만들기 위해 같이 노력해 나아가야 한다고 본다. 자신들이 만든 쓰레기는 자신들이 해결하고, 그 쓰레기를 야구장 밖으로 가지고 나가지 않더라도 지정된 장소에 버리는 등의 모습을 보였을 때 더욱 성숙된 관중문화를 이루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마지막으로 한국 프로야구의 관람문화에 대해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그것은 바로 쓰레기와 오물 투척에 대한 문제다. 지난 한국시리즈 2차전, 경기 말미에 베어스의 장원진 선수가 외야 파울 플라이를 호수비로 잡아내자 한 대구 팬이 맥주 캔을 던져 장원진 선수가 부상을 당할 뻔 했었다. 미국 메이저리그 경기를 보면, 경기장 그라운드와 관중석이 상당히 가깝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선수가 손만 뻗으면, 팬들과 악수를 나눌 수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하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철조망이라는 장애물이 선수들과 팬들 사이에 위치하고있다. 그 만큼 선수들과 팬들이 가까워지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이 철조망의 용도는 관중들을 파울 등으로부터 보호한다는 것이지만 그것보다 관중들의 경기장 난입을 막기 위함이라고 봐도 될 것이다(메이저리그의 경우 포수뒤쪽으로만 그물 망이 있을 뿐 내야석에는 그물 망이 없다). ▲경기가 끝난 후에도 선수들을 보기 위해 기다리는 팬들. 팬들도 프로야구의 진정한 주인으로 행동할 때가 왔다. ⓒ 이성환 한국프로야구가 팬들을 위한 스포츠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이 철조망부터 없어져야 한다. 그것을 위해서는 팬들이 보다 성숙된 관람문화를 보여주어야 한다. 계속적으로 오물을 경기장 안으로 투척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우리 나라 야구장에는 철조망이 계속 자리잡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물론 한국 프로야구 관람문화가 예전보다 많이 좋아진 것이 사실이다. 예전에는 흥분한 관중들이 상대팀 버스를 방화한 적까지 있었고, 관중난동 때문에 심판들이 집으로 못 돌아가는 적도 비일비재했다. 그리고, 몇 년 전만 해도 관중들끼리 싸우는 모습도 야구장 이곳저곳에서 볼 수 있었고, 경기가 끝난 후 오물투척은 기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오물투척도 많이 사라지고, 관중들끼리 싸우는 모습도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프로야구의 역사는 벌써 20년이나 되었다. 20년 동안 많은 것이 바뀌었고, 또 한국프로야구 나름대로 발전을 이루어 온 것도 사실이다. 아직까지 낙후된 구장도 많고, 시설 면에서도 미국의 메이저리그나 일본보다 많이 뒤떨어진 것도 사실이지만, 그 안에서도 한국프로야구 나름대로 발전을 이루어온 것이다. 이제는 관람문화도 바뀌어야한다. 만약 팬들도 단순히 경기를 보는 것을 떠나 구단, 선수와 함께 한국프로야구를 이끌어 가는 중추적인 역할을 원한다면, 그만큼 팬들도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팬들이 책임 있는 행동을 통해 자신들의 중요성을 인식시킨다면, 그것을 통해 팬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찾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팬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찾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본다. 한국프로야구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팬들이 방관자 입장을 넘어서 구단, 선수와 함께 프로야구를 이끌어 가는 동반자가 되어야하기 때문이다.이제 2001년 한국시리즈는 막을 내렸다. 앞으로 2002년의 새로운 시즌을 준비해야한다. 2002년부터는 구단, 선수, 팬 모두가 좀더 성숙된 모습으로 한국 프로야구를 이끌어가길 내심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한국시리즈 5차전 6차전 취재를 위해 부탁을 하지않은 상태에서도 도움을 주신 KBO직원분께 감사의 마음을 표합니다.2001-10-30 18:21ⓒ 2007 Ohmy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