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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주민등록증을 찢으라는 걸까

이마리오 감독의 다큐멘터리 속에서

01.10.30 09:15최종업데이트01.10.30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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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면허운전으로 깨우침을 얻다?
▲ 춘천경찰청 앞에서 1인시위 중인 이마리오 감독
ⓒ 서울영상집단
무면허운전이 화근이었다. 지난 4월 8일, 50cc 오토바이, 일명 '택트'라고 불리는 2륜구동차를 몰며 춘천 시내를 질주하던 이마리오 감독은 경찰단속에 걸려 신원을 확인하려는 경찰과 실랑이를 벌였다. 경찰은 지문이 들어 있지 않은 여권은 신분증으로 효력이 없다며 지문이 들어 있는 주민등록증을 요구했고, 당시 전자주민카드도입에 반대해 주민등록증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이 감독은 어쩔 수 없이 열손가락의 지문을 모두 찍은 후 신원을 확인받아야 했다.서울로 돌아와 변호사를 만난 이 감독은 신원확인을 위해 지문을 채취한 것이 불법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춘천시 운교동 파출소를 찾아가 지문반환을 요청했으나 파출소측에서는 그런 반환공문이나 절차 자체가 없기 때문에 지문을 돌려줄 수 없다고 했다. 그 후 이 감독은 춘천경찰청 앞에서 열손가락 지문서류를 반환하라며 1인시위를 벌였고 그 곳을 지나가던 사람들은 이 감독을 이상한 눈길로 쳐다보았다. 그런데 이 감독의 지문은 어디로 갔을까? 이 감독은 자신의 지문이 "정부와 경찰당국의 주민통제정보시스템 속으로 들어갔을 것"이라며 지문날인거부운동을 해온 자신에겐 치명적인 실수라고 웃어넘겼다.다큐멘터리 <주민등록증을 찢어라>이 감독이 지문날인거부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99년도 7월에 있었던 지문날인 거부 1차선언에 참가하면서부터다. 하지만 그가 지문날인제도에 실질적인 의구심을 품고 행동에 나서게 된 것은 자신의 무면허운전으로 불거진 열손가락 지문 채취건때문이었다. 당시 지문날인을 거부하고, 지문날인을 거부하는 다큐멘터리를 찍으려고 기획을 하고 있었으면서도 신분을 확인하려는 경찰에게 별다른 생각없이 지문을 찍어준 것을 이 감독은 자신이 국가로부터 세뇌를 당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 <주민등록증을 찢어라>
ⓒ 서울영상집단
그 일이 있고 난 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풀어나가는 것으로 지문날인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의 감독 데뷔작인 <주민등록증을 찢어라>는 이 감독 자신이 국가중앙정보시스템에 저장되어 있는 140여개가 넘는 본인의 정보에도 접근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들려주게 되는 것이다.그는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해 경찰청과 행정자치부에 한 달 전부터 협조 요청을 했다. 그러나 약속된 날짜에 찾아간 관계 공무원들은 모두 인터뷰를 거절했다. 그들은 지문날인이 국민들의 안녕과 행복을 위해서 도입된 제도라며 궁색한 답변을 계속했다. 결국 이 감독은 초상권 문제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손가락과 목소리만 찍어가라는 그들의 강경한 태도에 어두컴컴한 검정화면을 캠코더에 담아야 했다(그는 "국민들의 정보는 '껌'처럼 여기면서도 자신들의 얼굴에는 '초상권'을 운운하는 그들의 태도에 기가 찼다"고 말했다).그렇게 해서 한 편의 다큐멘터리, <주민등록증을 찢어라>가 만들어졌다. 10월 27일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 인디다큐페스티벌2001에서 처음 상영된 <주민등록증을 찢어라>는 국가권력의 개인통제를 여실히 보여주는 동시에 우리가 아무런 저항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일상적인 파시즘에 빨간 경보를 울리는 것이었다. 이 마리오 감독은 왜, 감히 주민등록증을 찢으라고 말하는 것일까.주민등록증이 갖는 의미"고유번호를 외워봐! 내 이름보다 중요할 거야"그룹 시나위의 <주민등록증>이라는 노래다. 이 노래를 만든 시나위의 신대철 씨는 "너무나 당연하게만 생각하는 주민등록증이 갖는 의미가 과연 무엇인가를 노래하고 싶었다"고 했다.
▲ 지문날인된 신분증
ⓒ 서울영상집단

주민등록증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우리나라의 주민등록증은 박정희 전대통령과 그 역사를 함께 한다. 주민등록증은 간첩과 범죄자 색출이라는 미명하에 군사독재정권하에서 만들어져 30년 동안 유지되어온 제도이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 <주민등록증을 찢어라>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전개된다.일본은 만주땅에 자신들의 괴뢰국인 만주국을 세우면서 새로운 통제와 규제가 필요했다. 당시 만주국 주민증의 앞면에는 본적, 주소, 성명, 연령과 직업 등을 적을 수 있었고 뒷면에는 지문날인란을 두었다. 이 주민증은 항일세력을 쉽게 색출하도록 만들어진 것으로 일본은 전세계적으로 가장 이른 시기에 주민증을 발급하는 제도를 만들었다.박정희 전대통령은 40년대 초반 만주생활을 했다. 만주생활을 체험한 박 전대통령이 우리나라에 주민등록제도를 도입할 때 만주국의 주민증을 나름대로의 원천으로 삼았을 수 있다는...1970년대부터 본격화된 우리나라의 주민등록제도는 75년도에 열손가락의 지문을 날인하도록 했고, 80년도에는 '주민등록증 항시 소지 의무'를 부과했다. 83년도에는 주민등록증 일제 갱신에 들어갔으며 88년도에는 전산화가 시작되었다. 96년도에는 전자주민카드도입이 계획되어 99년부터 전자주민카드로의 갱신이 계속되고 있다.지문날인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다른 선진국가에서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우리나라의 지문 날인 주민등록증이 분명한 법적 근거도 없이 온 국민을 범죄자로 감시하며 국민통제를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또한 지금의 전자주민카드는 지문전산화를 통해 국민에 대한 전자 감시의 위험을 더 높이는 것이라고 주장한다.또한 김기중 변호사는 "주민등록증은 국가권력에 대한 복종을 의미하는 것"이라 말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주민등록증을 찢어라>의 인터뷰를 통해 "(주민등록증이 발급되는) 18세의 어린나이에 엄지손가락을 회전시켜 지문을 찍는 것은 혼자 할 수가 없다. 동사무소 직원이 굴려서 찍어줘야 하는데 이것은 굴욕적인 것이다. 국민들은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 나이에 이런 식으로 국가로부터 복종을 요구받는다"고 밝혔다.
▲ 동사무소 직원이 굴려서 찍어주는 엄지손가락 지문
ⓒ 서울영상집단

<주민등록증을 찢어라>에서 행정자치부의 관계자는 "주민등록증에 적힌 번호는 의료보험과 연금제도 등 국민을 위해 사용되고, 지문날인은 범죄자 색출을 위해서만 사용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그러나 아는 사람들은 주민등록번호의 용도가 남용되고 있음을 이미 잘 알고 있다. 성인인터넷 방송국에서 성인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주민등록번호. 이 번호는 신용전산망에서 확인받는 것이고, 이 전산망은 다시 주민등록 전산망과 연결되어 있다. 이렇듯 주민등록번호와 지문을 포함, 심지어 혈액형과 학력 등의 불필요한 정보들도 전산화를 통해 이곳, 저곳에서 노출되고 있다.그러나 그 정보의 주체인 개인은 그 통제시스템 안으로 쉽게 접근할 수가 없다. 이 마리오 감독은 실제로 자신의 정보를 보기 위해 민원신청을 했으나, '정보 공개 안됨'이라는 답변과 함께 '자기 정보를 자기가 보는 미친 놈'같은 대우를 받아야 했다.이 마리오 감독은 이러한 주민등록제도를 국가의 파시즘이라고 정의한다. 그에 의하면 주민등록증이란 "내면화된 국가통제장치에 국민들의 지문을 찍어 만든 완성품"에 다름아니다. 이 감독은 국민들이 주민등록증이라는 국가권력에 의해 세뇌당해 길거리에서의 취조, 법을 어겼을 때의 지문날인, 이사를 갔을 때의 주소지 변경등록 등에 너무나 당연하게 반응한다고 설명했다."주민등록증에 문제가 있다는 것만 인식해도"
▲ 이마리오 감독
ⓒ 배을선
이 마리오 감독은 <주민등록증을 찢어라>에서 특별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 감독은 사람들이 자신의 영화-스스로 '남의 등을 처먹고(?) 만든 영화'라 부르는-를 보고 "모든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만들고 지문을 찍는 주민등록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식만 해도 내 다큐멘터리를 제대로 본 것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지문날인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지문날인 반대연대를 결성하고 인터넷상(http://fprint.jinbo.net)에서 지문날인거부에 동참하는 사람들을 모으고 있다. 이 사이트는 지난해 78명의 동참자로 시작했으나 10월 29일 현재 1920여 명에 이르는 지문날인 거부자를 확보하고 있다.주민등록법 제21조의 3 제2항은 '만17세가 된 자가 통지를 받고도 주민등록증 발급신청을 하지 아니하면 1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17세가 되어 신규발급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주민등록 일제 경신에 응하지 않아도 과태료를 물지 않는다.

덧붙이는 글 * 다큐멘터리 <주민등록증을 찢어라> 전국순회상영을 합니다.

- 11월 1일 광주인권영화제
- 11월 16일 전주인권영화제
- 11월 15일 ~ 17일 수원인권영화제

* 인터넷 사이트인 다음(http://cafe8.daum.net/_c21_/home?grpid=jm6)과 프리챌(http://www.freechal.com/fprint/)에도 지문날인 거부 동호회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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