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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승1패로 팽팽한 긴장감이 돌고있는 야구장, 열심히 경기를 준비하는 코칭스태프들의 모습, 행사준비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다니는 관계자들, TV, 신문을 비롯한 각종 언론사들의 관심집중. 그리고, 자신들의 팀을 응원하며 가을의 축제를 즐기러 들어온 수많은 관중들. 2001년 한국시리즈 3차전 첫 서울 잠실경기는 이렇게 시작됐다.
지난 준 플레이오프 두산베어스와 한화이글스의 잠실경기에서도 잠실야구장은 만원사례를 기록했지만, 그때는 경기시작 1시간 후에나 표가 매진됐다. 하지만, 이번 한국시리즈는 상황이 달랐다. 열렬한 베어스 팬이라고 밝힌 한 팬은"이번 경기에 들어오려고, 오후 1시부터 잠실야구장 매표소 앞에서 기다렸다. 3시부터 표가 발매되기 시작했는데, 나는 다행히 살 수 있었지만, 1시간 후에 입장권이 완전 매진되어 4시 넘어서 온 사람들은 표를 사지 못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며 경기시작 3시간 전의 잠실야구장의 모습을 생생하게 설명해주었다.
필자가 경기장에 도착한 5시에도 이미 경기장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두산베어스 팬들의 하얀 물결과 삼성라이온즈 팬들의 파란 물결이 대조를 이루며 "이것이 진짜 가을의 축제이구나"하는 생각마저 들게 만들었다. 이런 한국시리즈 3차전은 분명 '한국 프로야구계의 르네상스'를 기대하기 충분할 만큼 1995년 전후에 있었던 한국 프로야구의 대 인기를 방불케하는 한국시리즈다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이날 선수들은 경기를 통해 포스트시즌 최장시간경기(4시간 36분), 한국시리즈 경기최다득점(20점)을 기록하며 화끈한 공격야구로 팬들을 즐겁게 해주었다.
구단과 KBO(한국야구위원회) 또한 이번 시리즈를 위해 많은 준비를 한 듯 보였다. 경기 전 행사로 원년(OB시절)우승 멤버인 박철순, 신경식, 김유동 씨 등을 초청해 팬들에게 옛 추억을 기억하게 해주며, 한국시리즈의 분위기를 한층 높여주었다. 또한, 애국가 연주를 위해 군 악단을 준비하고, 경기 중간 중간 터트릴 폭죽을 준비하여 한국시리즈를 찾은 팬들에게 무언가 특별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관중석을 가득 메운 야구팬들, 정성스럽게 준비된 행사, 화끈한 선수들의 플레이 등은 이제는 정말 한국 프로야구가 최고의 인기스포츠로 다시 태어나는구나하는 생각마저 들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런 좋은 분위기 속에서도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첫 번째 아쉬움은 구단의 이기적인 행동이다. 잠실야구장에서 판매할 수 있는 입장권의 총량은 3만500장이다. 아무리 더 많은 사람들이 잠실야구장으로 들어오려 해도 3만500명 이상은 들어올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이날 벌어진 한국시리즈 3차전을 위한 전화, 인터넷, 은행 예매를 통해 판매된 입장권은 8000여 장이었다. 그리고, 이날 3시부터 팔린 현장 판매 분은 5000장이었다. 3만500장의 전체 표 중 1만3000장만이 관중들에게 팔렸다는 이야기이다. 그럼 나머지 1만7500장은 어디로 간 것일까? 스포츠투데이 10월 25일자에 따르면, 1만7500장 중 1만 여장은 삼성라이온즈 측에서 7000여장은 두산베어스 측에서 사전에 매입해갔다고 한다.
물론, 삼성구단과 두산구단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들이 대망의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입장에서 모기업의 홍보와 관계직원들의 사기고조를 위해 자신들이 초대하고 싶은 사람들을 초대하는 것은 당연할 수도 있다. 그리고, 어차피 이곳 저곳에서 표에 대한 청탁이 많이 들어올 테니 사전에 입장권을 보다 많이 확보해놓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구단의 이익과 홍보를 위해 관중들에게 돌아가야 할 입장권을 휩쓸어 간다면, 그것 또한, 구단의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1만7500장이라면, 그것은 잠실야구장 전체 좌석수의 반 이상이나 된다. 이런 구단의 행동 때문에 직접적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아닌 자신들을 그 동안 사랑하고 아껴준 팬들이다.
팀이 이길 때나 질 때나 잘할 때나 못할 때나 뒤에서 열심히 응원하며 뒷받침을 해준 사람들이 바로 팬들이다. 이런 팬들이 가을의 축제에 주인공이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표를 구하지 못해 경기장에 들어갈 기회조차 박탈당한다면, 이들은 진정한 가을의 축제에 주인공이 될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관중이 없어 텅 빈 관중석을 보며 팬들이 찾아오길 호소하기 이전에 이런 프로야구 절정기를 좀더 많은 팬들에게 보여주고, 그 팬들이 감동을 받도록 도와주어 그들이 직접 야구장으로 찾아올 수 있게 하는 것이 진정한 프로야구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행동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한국시리즈의 두 번째 아쉬움은 공중파방송국들의 TV중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야구장의 제한적인 공간여건과 프로야구의 전국적인 인기 특성상 프로야구의 인기와 TV중계는 상당히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한국시리즈와 같은 중요한 경기에서 표를 구하지 못했거나, 거리가 너무 멀거나, 시간이 없어 야구장에 직접 가지 못하는 야구팬들은 많다. 아마 전국적으로 따지자면, 그 숫자는 어마 어마 할 것이다. 그 팬들은 여건상 TV를 통해 야구경기를 본다. 하지만, TV중계를 보는 야구팬들의 불만 중 가장 큰 것 중에 하나가 '정규방송관계'이다. 야구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TV야구중계를 보면서 "정규방송관계로 야구중계를 마치겠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들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닐 것이다. 이 '정규방송관계'는 이번 한국시리즈 기간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SBS 서울방송에서 생중계를 해준 시리즈 2차전은 경기가 시작된 지 3시간 20분만인 9시 20분에 '정규방송관계'로 중계를 마쳤고, KBS 방송에서 중계한 시리즈 3차전은 경기시작 3시간 50분만인 9시 50분에 TV중계를 마쳤다. TV중계가 중단된 시점에서 한국시리즈 2차전과 3차전 두 경기 모두 7회와 8회가 진행되고 있었고, 승부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물론, 방송국 입장도 있다. 지난 24일 SBS 편성 팀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중계중단에 대한 필자의 질문에 대해 이선희 편성팀 차장은 "정규방송 때문에 굳이 끊을 수밖에 없었다. 8시 뉴스가 계속 기다리고 있는 상태에서 뉴스를 안할 수는 없었다. 원래 프로야구중계 편성은 8시 50분까지 잡혀 있었지만, 경기가 4대4 동점이 된 상황이라 한 프로그램을 삭제하고 9시 20분까지 연장방송을 했다. 9시 20분에는 이미 8회초가 끝난 상황이었고, (편성이) 더 밀리면, 뉴스를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에 피치 못해 야구중계를 끊을 수밖에 없었다"라고 답했다.
3차전 경기를 중계한 KBS 측도 비슷한 입장일 것이다. KBS 방송국은 인기 면에 있어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인기드라마를 야구중계 때문에 취소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TV중계를 통해 야구중계를 보는 야구팬들은 이런 TV중계 관행에 대해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야구팬들은 야구라는 스포츠를 알기 때문에 야구경기를 끝까지 보고 싶어한다. 야구라는 스포츠는 아무리 점수 차가 많이 나도 마지막 타자가 아웃될 때까지는 승패를 알 수 없다.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6회말 7점을 내고도 6점을 7회초에 내주어 11대9로 힘겹게 승리를 거둔 베어스의 김인식 감독은 취재진들과의 인터뷰에서 "역시 야구는 9회가 끝날 때까지 알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라고 말해 야구의 정설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다.
이번 경기와 같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야구팬들은 경기가 마무리 될 때까지 보고 싶어한다. 이기고 있는 팀은 자신의 팀의 구원투수가 경기를 끝내고, 포수와 악수를 나누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하고, 지고 있는 팀은 아무리 점수 차가 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경기를 보길 원한다. 또, 경기가 쉽게 마무리 되더라도 그 경기에서 일어났던 사소한 일들이 다음 경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그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아 한다.
어떤 면에서 보면 방송국들이 '정규방송관계'라는 이유로 너무나 쉽게 야구팬들의 야구를 즐길 권리를 빼앗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물론, KBS의 경우 KBS 위성2TV에서, SBS에서는 SBS스포츠 30에서 공중파 중계가 중단된 후에도 계속 중계를 해주었다.
하지만, 이들 채널들은 유선 방송료를 내야만 볼 수 있는 케이블채널들이다. 지금현재 케이블TV의 보급률을 볼 때, "케이블채널에서 방송해주니깐, 공중파는 끊어도 된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나머지 공중파 방송에만 의존하는 야구팬들은 어떻게 야구중계를 봐야할지 궁금하다.
아무튼 한국시리즈 2차전, 3차전 모두 베어스 투수들의 마무리로 TV중계가 끊어질 때의 상황이 많이 달라진 것 없이 경기결과가 결정됐다. 특히, 3차전의 경우 베어스의 구원투수 진필중 선수의 호투가 KBS를 살렸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필자가 이야기한 두 가지 아쉬운 점을 보면, 공통적인 해결방안이 있다. 그것은 바로 팬들의 입장에서 문제를 보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것이다.
이날 경기는 앞서 이야기했듯 11점이나 득점한 베어스의 호쾌한 타력과 대량실점을 하고도 끝까지 최선을 다한 라이온즈의 화끈한 타격 전 끝에 베어스가 11대9로 승리를 거두었다.
지금까지 한국시리즈에서는 세 경기를 치렀다. 앞으로 승부가 어떠한 식으로 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렇기에 팬들은 더욱 즐거워할 것이고, 더욱 더 많은 관심을 야구에 쏟아넣을 것이다. 이런 일방적인 사랑을 보내는 팬들에게 야구외적인 문제로 인하여 상처나 실망을 안기지 않길 바란다. 왜냐하면, 그들이 바로 가을의 축제에 진정한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야구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생각하기 이전에 아무런 대가 없이 야구장을 찾는 팬들은 먼저 생각해주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지금 TV에서는 한국시리즈 4차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오늘도 선수들의 화끈한 플레이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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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10-25 18: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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