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팬사랑 넘치는데 그들은 무얼하나

우여곡절 끝 준플레이오프 열린 잠실구장 찾아보니

01.10.07 22:40최종업데이트01.10.08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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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4일 선수협의회는 외국인선수 고용제에 대해 현행 '3명 등록, 2명 출전'에서 '2명 등록, 2명 출전'으로 줄이지 않으면 2001년 포스트시즌 경기를 출전하지 않겠다는 보이콧을 결정한 바 있었다. 이에 7일부터 열릴 예정이었던 준 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었으며, 이는 프로야구 20년 역사 중 처음 있는 일이었다.

많은 팬들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가을의 축제가 무산될까봐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었다. 많은 네티즌들은 선수협이 주장하는 용병선수 숫자 제한은 찬성하지만, 포스트시즌 보이콧은 반대한다는 의견을 펼쳤으며, 구단과 선수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를 온 맘을 다해 숙원했다.

팬들의 포스트시즌에 대한 열정을 이해했는지 선수협과 구단은 6일 오후 용병문제를 극적으로 타협하였다. 이들은 내년 시즌 후 검토하기로 한 외국인선수 고용제에 대해 이달 11일로 앞당겨 논의하기로 합의하고, 포스트시즌을 예정대로 치르기로 결정했다.

많은 팬들은 이번 합의에 한숨을 돌리고, 다음날 있을 준 플레이오프를 흥분과 기대 속에서 받아들일 수 있었다.

▲ 잠실야구장 앞 노점상인(왼쪽)과 경기시작 2시간 전 신문을 읽고있는 팬들.(오른쪽)ⓒ 이성환


10월 7일 두산베어스와 한화이글스 사이의 준 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리는 잠실야구장을 찾았다. 필자가 잠실벌에 도착한 시간은 경기시작 3시간전인 11시였다. 경기가 시작하려면 3시간이나 남은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잠실야구장은 야구장을 찾은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이렇게 많은 팬들이 자신들이 사랑하는 팀, 사랑하는 선수들을 위해 구장을 찾는데, 구단과 선수들은 이들에게 지금 무슨 일을 하고있나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했다.

기자가 찾은 잠실야구장에는 포스트시즌을 정성껏 준비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있었다.

잠실야구장을 찾으면 항상 처음 만나는 사람들은 노점상들이다. 물론 그들은 관중들이 구장으로 들어오는데 불편을 주기도 하고, 위생 차원에서 검증되지 않은 음식물을 팔기도 하지만, 프로야구가 출범하기 전부터 야구장 한 구석을 차지하며 많은 관중들에게 먹거리를 제공해온 것이 사실이다. 이에 그들도 야구장의 한 자리를 차지하며 이번 가을의 축제를 준비하고 있었다.

한 노점상인은 "올 시즌이 그랬지만, 예년 플레이오프만큼 장사가 되지 않는다. 선수협 보이콧 문제도 있지만, 요즘 경제 문제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앞으로 시간이 많이 있으니 포스트시즌 동안 많은 사람들이 오길 바란다"라고 했다. 필자가 생각하기엔 잠실야구장내 먹거리가 늘어 노점상 판매고가 줄었다고 보지만, 어쨌든 그들도 이번 축제를 내심 기대하고 있는 눈치였다.

▲ 선수와 관계자들의 안전관리에 유난히 신경을 쓰는 주최측. 필자는 그만큼 그들이 관중의 안전관리에 신경을 쓰는지는 알 수 없었다. ⓒ 이성환


두 번째로 구장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구단도 이번 포스트시즌을 나름대로 정성껏 준비하고 있었다. 일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관중들을 위한 구장시설문제에서는 별로 나아진 것은 없었다. 좌석들도 지저분하였고, 화장실도 별로 깨끗해 보이지 않고, 필자가 정규시즌 내내 보던 잠실야구장과 같았다.

하지만, 구단의 안전관리만큼은 더욱 철저하게 하고있는 듯했다. 경기장내 출입을 위한 ID(누가 주는 아이디인지는 모르겠다. 적어도 필자는 그 아이디에 대한 받을 권한이 없었다)패용을 철저히 실행하고 있었고, 경기장을 지키고 있는 검은 양복의 보디가드들의 숫자도 2배는 많아 보였다. 이 보디가드들이 누구를 지키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출입구에서 입장권 접수에 확실히 신경 쓰고 있었으며, 팬들의 출입금지구역만큼은 확실히 지키고 있었다.

▲ 인산인해를 이룬 각 매점들(왼쪽)과 구단의 자사제품 광고를 위한 마스코트.(오른쪽)ⓒ 이성환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이 보디가드들은 팬들의 안전관리와는 무관한 사람들로 보였다. 한가지 예를 들어보자. 내야관중석 상단에 보면 간이시설물(왜 그 시설물이 있는지 확실히 모르겠지만, 아마도 TV카메라 설치를 위해 있는 것 같다)이 설치되어있다. 관중이 많을 때는 그 시설물 위에 관중들이 올라가 있을 때가 많은데, 만원사례를 이룬 이날도 몇몇 관중들이 안전장치 하나 없는 그 시설물에 올라가 있었다.

또한, 몇몇 관중들은 승리를 자축하기 위해 불꽃놀이를 벌였는데, 관중들로 꽉 찬 경기장에서 안전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이 두 가지 사건에서 이 몇몇 관중들을 제제하는 보디가드들은 한 명도 없었다.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이 보디가드들은 팬들의 안전을 지키기보다는 선수나 구단관계자 및 KBO직원들의 신변안전을 위해 일하는 것 같았다.

구단은 또한, 자사 제품 선전과 단상행사에도 열성을 보였다. 자사 제품 마스코트들을 총동원해 제품광고에 열을 올렸으며, 단상 위에서 여러 가지 행사를 보여주며, 팬들의 응원동원에 열심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 포스트시즌만 되면 각 언론사들은 팬들에게 유난히 관심을 보인다. ⓒ 이성환
세 번째이며 가장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번 포스트시즌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역시 팬들이었다. 야구장 출입구가 오픈된 경기시작 3시간 전인 11시부터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야구팬들로 출입구는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경기시작 2시간 전인 12시에는 벌써 관중석의 반 이상이 꽉 차 있었고, 결국 3만 관중이 입장할 수 있는 경기장은 만원사례를 기록하였다. 하루 전까지만 해도 용병문제로 포스트시즌의 존폐여부를 걱정했다는 것을 무색하게 할 정도의 팬들의 사랑이었다.

외야석은 그 동안 온라인과 오프라인 상에서 선수단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해주었던 팬클럽 회원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이들이 그 동안 보여주었던 선수와 팀에 대한 사랑은 단순히 야구팬들이 보고 좋아하는 수준을 넘어서 선수들과 팀의 플레이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사랑이었다.

이날 경기장에 나온 다음카페의 베어스 팬클럽 '베사모(베어스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이글스 공식 서포터즈 '파워이글스'를 비롯 자이언츠의 '거인뭉치' 타이거즈의 다음카페모임 '타이거즈는 영원하리~' 등은 팀의 어웨이 경기까지 원정응원까지 하는 열성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프로야구의 새로운 서포터즈 응원문화를 이끌어가고 있다.

▲ 한화이글스 응원석(왼쪽)과 두산베어스 응원석.(오른쪽) ⓒ 이성환


이번 포스트시즌을 보며 이전의 야구팬과 지금의 야구팬들이 다르게 변하고 있음을 인식할 수 있었다. 내, 외야석을 꽉 메운 팬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선수와 팀 이름을 연호하며, 단순히 경기장에서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팀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지지를 보내는 서포터들로서의 행동을 보여주고 있었다.

경기시간 몇 시간 전부터 야구장에 들어와 선수들을 지켜보고, 경기가 끝나고도 1시간 여를 남아서 팀을 응원하는 모습, 응원하는 팀이 지더라도 욕하지 않고, 다음 경기를 위한 마음의 준비를 하는 팬들의 모습, 이제 야구팬들도 성숙한 모습을 찾아가고 있었다.

▲ 다음카페 베어스 팬클럽 '베사모'(왼쪽)와 이글스 공식 서포터즈 '파워이글스'.(오른쪽) ⓒ 이성환


10월 7일 포스트시즌 첫날 벌어진 베어스와 이글스간의 준 플레이오프 1차전은 역전에 역전을 거듭한 멋진 경기 끝에 홈팀인 베어스의 6대4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누가 이기고, 누가 진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야구를 사랑하는 팬들이 멋진 경기를 원 없이 볼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선수협, 구단, KBO, 용병숫자, 보이콧... 이것들은 야구팬들에게 큰 의미가 없다. 오히려 자신들의 밥그릇을 찾으려는 이기적인 모습으로 보일 공산도 크다.

▲ 10월 7일 오후 2시를 기해 2001년 가을의 축제가 시작됐다. 구단과 선수들은 팬들을 먼저 생각하는 플레이를 펼쳐주길 바란다. ⓒ 이성환
팬들은 모든 문제가 잘 풀리고, 좋은 경기를 즐길 수 있고, 자신들이 좋아하는 선수와 팀을 서포트 하길 바랄 뿐이다. 구단이든 선수협이든 모든 프로야구에 관계된 사람들이 대가를 바라지 않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는 팬들을 먼저 생각하길 바란다.

이제 2001년 가을의 축제는 시작되었다. 모든 야구팬들이 행복하게 즐길 수 있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지난 9월22일 취재한 삼성라이온즈의 대구구장 취재는 포스트시즌 이후에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독자들의 이해 부탁드립니다.

2001-10-07 22:40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지난 9월22일 취재한 삼성라이온즈의 대구구장 취재는 포스트시즌 이후에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독자들의 이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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