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시즌이 예정대로 열린다. 선수협의회(이하 '선수협')는 6일 오후 5시 "7일부터 열리는 포스트 시즌에 전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포스트 시즌 보이콧 문제'는 해결됐다. 하지만, 정작 중요하게 논의돼야 할 얘기는 여전히 남아 있다."외국인 선수가 아마추어 야구의 뿌리를 흔들고 있느냐"는 것. 선수협은 "초등학교 120개팀중 80개팀의 선수가 20명도 안된다"며 "용병 때문에 야구 선수가 되는 걸 기피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사실일까? 추계 겸 제 3회 백호기 서울시 초등학교 야구대회가 열리고 있는 목동 야구장에 가면 확인할 수 있다. 6일 오전 9시, 화곡초등학교와 내발산초등학교의 경기가 벌어지고 있었다. 열심히 치고 달리는 어린 선수들, 경기 자체만을 놓고 보면 성인 야구와 별다른 차이가 보이지 않는다. 동료선수들의 힘을 북돋워 주는 재미있는 응원도 쉴새 없이 터져 나온다."시합하다 보면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지." 하지만, 내발산 야구부는 너무나 조용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감독과 한 명의 선수만이 덕아웃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결과는 8:0, 화곡의 4회 콜드 게임승. 30명 대 10명의 시합이었으니 당연한 결과다. ▲ 이날 청구는 충암에게 8:4로 역전승했다 ⓒ 이정환다음 경기는 충암초등학교 대 청구초등학교. 충암은 18명, 상대팀 청구의 선수는 13명뿐이다. "초등학교가 용병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어요. 중고등학교 선수들이야 이미 진로가 확정된 선수들입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야구 해야 하지만, 초등학생들은 그렇지 않잖아요? 부모님들이 모든 결정권을 쥐고 있어요." 충암 강봉수 감독(32. 남)의 얘기다. LG트윈스에서 투수 생활을 했던 그는 "우리나라의 용병문제와 미국이나 일본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다"면서 "2군 시스템이 제대로 돼있지 않아, 가뜩이나 선수가 되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 아니냐"며 외국인 선수 보유 한도에 대해 불만을 나타냈다. ▲ 청구초등학교 야구부 손용근 감독ⓒ 이정환청구 손용근 감독(42세. 남)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애들이야 그냥 야구 좋아서 하는겁니다. 용병 좋아하는 애들도 많아요. 하지만 진로에 예민할 수 밖에 없는 부모는 다르죠. '당신이 책임질거냐? 내일부터 안합니다'하면 끝입니다."손 감독은 "아이들은 일단 흥미를 가져야 하기 때문에, 경기를 자주 갖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선수 숫자 맞추는 것도 급급해 자체적으로 연습 경기를 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그나마 떨어져 나가는 아이들도 많다"고 밝혔다. 매년 발행되는 서울특별시 야구협회 등록현황에 의하면, 초등학생 야구선수는 1998년 532명-1999년 479명-2000년 456명으로 해마다 줄고 있는 추세다. 게다가 올해는 417명으로 크게 줄었다. 현재 서울시에 등록돼 있는 팀은 37개팀. 한팀당 11명의 선수로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손 감독은 "올해 봄 춘계 대회때는 고명, 백운, 대치등 3팀이 9명을 채우지 못해 출전을 포기했다"며 "선수만으로는 모자라 일반학생들을 끼워 출전했던 팀도 10여개정도"라고 말했다. "뛰어난 선수들이 나올 가능성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요. 선수들이 바글바글대서 서로 주전하려고 경쟁도 붙고 해야 기량이 향상되는데, 무조건 주전으로 뛸 수 있으니 나태해지는 경향도 있구요."손 감독은 "결국 중학교 선수층이 얇아지고, 질도 떨어지게 된다"면서 "고등학교 나아가 프로야구에까지 여파가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9년동안 초등학교 감독만을 고집한 그에게 가르침을 받은 선수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현역 선수중에는 LG트윈스의 이병규, 신윤호가 대표적인 예. "너무 이기는데만 집중하기 때문에 스포츠들이 자꾸 죽어요."▲ 경기 전날, 청구 야구부 어린이들의 훈련 모습ⓒ 이정환그는 "물론 아마 야구가 위기를 맞게 된 것은 용병 때문만이 아니다. 경기 침체나 힘든 일을 하기 싫어하는 정서적인 변화등 다른 요소도 포함돼있다"면서 "그러나 제도적 장치를 개선하려는 노력 없이, 각 구단 사장등 몇 몇 사람들의 승부 지상주의에 의해 용병이 들어오는 한 한국 야구의 발전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다.초등학교 야구가 존폐의 위기에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또한, 초등학교 어린이를 둔 부모들은 자식의 장래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용병 때문에 야구 선수가 되는 걸 기피한다'고 단순화시키기에는 국내 야구의 문제점이 너무 많다. 일단, 선수협은 '포스트 시즌 보이콧 결정이 잘못된 것이다'라는 야구팬들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이젠 KBO이사회의 차례다. 이사회는 선수협을 비판하면서도 '외국인 선수 보유 한도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에 동조한 팬들이 많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10월 11일, 외국인 선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선수협과 이사회는 다시 만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