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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는 내내 뚜렷하게 떠오른 생각은 이 영화가 단연코 스필버그와 큐브릭이라는 두 천재의 명작이라는 것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저맥키스를 포함한 스필버그 사단은 인류의 미래를 말하는 선구적인 사상과 정서들을 항상 대중들에게 한발 앞서 소개해 주었다. 크로스 인카운터, E.T ,BTTF, 컨택트 등이 그랬다. A.I. 또한 아직 대중에게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분야인 인공지능을 어렵지 않게 감동을 더해 설명해 주고 있다.
사실 이 영화는 흔한 메이드 인 헐리우드 필름이라기보단 미국의 대학을 중심으로 연구중인 인공지능 프로젝트의 홍보영화라고 하는 편이 어울릴 것이다. 실제 워너의 A.I. 공식 웹사이트를 방문하면 인류가 때로 우스꽝스럽게 그러나 진지하게 발전시켜온 인공지능의 역사를 알 수 있고, 존스 홉킨즈 대학의 왈러스 교수가 개발하고 있는 (언어 부분의)인공지능 컴퓨터와 대화도 나눌 수 있다.
이 인공지능 컴퓨터는 상당히 똑똑하고 상상보다 높은 지적 수준을 갖고 있다. 존재와 앎의 문제 등을 물어 보면 번득이는 통찰력으로 대답을 해준다. 스스로 학습하는 등 영화에 나오는 로봇들과 거의 수준이 같다고 보면 된다. 자바 가상 머신위에 XML기반으로 개발했으며 다운로드 받아서 여러분의 서버에 설치할 수도 있다.
이 영화는 보통의 우리들이 인간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인간은 단순히 1과 0으로 계산을 하는 컴퓨터와는 다르다, 인간은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아날로그적인 유기체다' 라는 인간과 존재에 대한 전제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다. 감정과 사랑 등은 프로그래밍될 수 있고 학습되는 것이며 결국 인간도 컴퓨터와 속부터 같은 것일 뿐이라는 인공지능학의 이론과 입장을 전면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이 것이 영화의 전반 까지의 갈등구조를 만들어 낸다. 로봇인 데이빗을 입양한 엄마는 데이빗을 메카의 숲에 버리게 되고 데이빗은 메카를 죽여야만 자신들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 나약하고 잔인하게 그려진 인간들을 만나게 된다.
영화는 몇번을 끝날 것 처럼 보여지면서 관객에게 좀 더 깊은 사색의 장을 열어 주고 있다.
맨하탄으로 향하는 여행은 삶과 자아의 의미를 찾기 위한 구도자의 만행을 연상케 하며, 천사 인형을 찾아 생명의 상징인 물로 뛰어들어 2000년을 침잠하는 장면은 처절한 면벽수도를 연상케 한다. 마지막으로 외계인의 등장에서는 관객의 마음의 폭을 더욱 확장 시킨 후 데이빗과 데이빗의 추구가 결국 Human 그 자체이며 진실하게 경건하고 도덕적이라는 것을 관객에게 이해시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이 과정 동안 스필버그의 맛있는 스타일과 재능이 아낌없이 발휘되는 것을 지켜보며 미소를 지을 수 있다. 데이빗이 백미러를 통해 멀어지는 컷은 쥬라기의 백미러를 기억하는 관객에게 은밀하게 건네는 익살이 숨어 있고 마지막 씬 부분의 아기곰인형 놀래주기는 스필버그가 스릴러의 달인이라는 것을 잊지 않게 해 준다.
그러나 단지 스필버그였다면 이런 영화는 힘들었을 것이다. 스케일이 크고 철학적이며 사색하는 큐브릭과 능수능란한 기교꾼인 스필버그의 협연이 아니었다면 인류와 세기를 조망하는 명작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거장들이 연주하는 첼로와 바이올린의 이중주와 같다고 해야할까. 무겁고 중후한 주제의식과 장난끼 넘치는 엔터테인먼트가 훌륭하게 버무려져 있다.
큐브릭이 무슨 영화를 찍었는지는 출발비디오여행을 봐야만 알 수 있고, 2001년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보면서 '무슨 스타일이 저렇게 구려'라고 생각하는 보통 관객들에게 이 영화는 충분이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된다. 큐브릭은 영화학도의 콜렉션에 비디오 테입을 하나 더 채우는 것 대신 더 많은 관객의 가슴에 화살을 쏘아 보내는 데 성공했다.
영화를 보고난 후 반드시 공식 홈페이지에 들러 50만 명의 동시접속자들과 함께 인공지능 컴퓨터와 대화를 나눠 보기 바란다. 여러분은 컴퓨터가 '마치' 감정을 가지고 살아있다는 것 처럼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 느낌은 속은 것이 아니다. 실제 인공지능 컴퓨터는 감정을 가지고 있으니까. 정말일까? 이 것이 이 영화가 관객에게 던지는 존재를 성찰하게 만드는 질문이다.
참고로 필자는 심리학을 전공했고 인간공학이며 인공지능에 대해 조금 이해가 있다. 이 영화가 인공지능의 선진국인 일본에서 먼저 개봉해 흥행했다는 소식을 들었고 우리나라에서는 엽기녀에 밀려 대중적인 논란 까지는 불러오지 못했다는 소식을 듣고 착잡해 했다. 게다가 큐브릭을 섬기며 스필버그를 무슨 이유에선지 혐오하는 분위기가 거리를 압도하고 있다는 데 까지 도화선이 타들어 오면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 자기도취, 우울, 자기혐오 같은 게 필자의 평정을 잃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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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09-28 01: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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