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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스무살에 그랬던가?

<고양이를 부탁해>애완동물과 야생동물 사이의 묘한 경계

01.09.27 12:16최종업데이트01.09.27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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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부탁해
감독 /정재은 제작/오기민 촬영감독/최영환 주연/배두나 이요원 옥지영 등급/전체관람가 개봉일/ 10월 13일


인생을 살아가면서 사람들에게는 나이와 함께 전환기가 찾아든다. 스무살의 성인식과 함께 찾아오는 풋풋한 감성과 어설픈 성숙함 그리고 서른의 삶에 찾아오는 고민... 가장 되돌아 이야기하고픈 시절이 있다면 꿈많던 스무해의 날들일 것이다.

그간 많은 성장영화 속에 스무살이라는 나이는 성에 대한 해방과 맞물려 그려졌다. 마치 섹스를 시작하며 성인으로 가는 통과의례를 치르듯이. 하지만 정재은 감독의 <고양이를 부탁해>는 스무살의 그네들에겐 섹스말고도 생각해야 할 것이 너무도 많다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누구나 고교시절 단짝 친구들이 있을 것이다. 방과후 떡볶이를 같이 먹고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수다를 떨어주는 친구들은 어찌나 내 생각과 비슷하던지...

뇌성마비 시인의 타이핑을 치는 사회봉사활동을 하며 아버지가 경영하는 찜질방을 돕는 다소 엉뚱한 태희(배두나)는 고교졸업 후 다섯 친구의 중간 연락책이다. 태희는 증권회사에 다니며 성공을 꿈꾸는 혜주(이요원)와 텍스타일 디자이너가 되고 싶지만 부모 없이 가정환경이 어려운 지영(옥지영), 그리고 화교어머니를 둔 쌍둥이 친구들을 모은다.

함께 다니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고교시절을 졸업하고, 그네들에겐 하나둘씩 삶을 고민하는 짐들이 쌓여간다. <고양이를 부탁해>에서는 고교졸업 후 대학을 진학하지 않은 다수의 이야기와 미팅을 하고 나이트를 다니며 새로운 성인문화에 접하는 신기함을 즐기는 이들보다는 새로운 시작을 꿈꾸지만 사회적 편견 속에 사장되어 버리는 스무살 여자아이들의 감성을 그린다.

방문을 잠가놓고 외출하는 태희, 천장이 점차 내려앉는 집안에서 몸이 불편한 할아버지 내외와 함께 살고 있는 지영의 방황, 그리고 "사람은 잠시라도 허점을 보이면 무시당한다"라며 완벽하게 보이려고 노력하지만 회사의 잔심부름을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에 발버둥치는 혜주는 서로의 다른 가치관에 미묘한 틈을 보이기 시작한다.

삶에 대한 그들의 생각과 방황은 철길과 좁은 골목길을 따라 혹은 공단 주위의 피폐한 현실 속에서 그 출구를 찾지 못한다. 내 나이 스무살에 그랬던가? 그네들처럼 삶의 묘한 경계선상에 서서 깊이 있는 생각을 해 본적이 있었던가?

왜 하필 ‘고양이를 부탁해’인가? 이번 영화로 장편에 첫 데뷔를 치르는 정재은 감독이 택한 것은 고양이다. ‘고양이 같은 스무살’을 이야기하고 있는 정 감독은 애완동물이던 고양이도 주인을 떠나면 비교적 쉽게 야생의 습성을 되찾기 때문에 사람과 친해지기가 어렵다는 습성에 착안하여 애완동물과 야생동물 사이의 묘한 경계성을 스무살에 위치 지어 전달하고 있다.

또한 여성감독의 장점인 세심함을 살려 여자가 아니고서야 느끼지 못하는 감정의 전의는 자연스레 보여준다. 몽환적 사운드를 타고 전개되어지는 <고양이를 부탁해>는 그 나이 또래가 아니면 하지 못하는 그 당시 그 시간의 방황들을 이야기한다. 비행기가 하늘을 날아오르는 라스트 신은 그 당시 젊은 우리들의 꿈이기도 한 자유를 안고 어디론가 향하는 그녀들을 보여준다. 과연 그녀들이 야생의 생활에서 자신의 적소(適所)를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이십대를 지낸 대다수의 우리들이 그러하듯이.
2001-09-27 12:16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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