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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료가 아깝다"
28일 안양과 전남의 2001 포스코 K-리그 경기가 열린 목동경기장에서 한 관중이 경기장을 빠져나가면서 내뱉은 말이다.
'0대0'으로 끝난 이날 경기는 올 시즌 들어 가장 재미 없는 경기로 기록될 정도로 두 팀은 지루한 미드필드 싸움으로 일관했다. 전·후반 90분 동안 양 팀이 기록한 슈팅은 총 21개지만 골문으로 향한 제대로 된 슈팅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프로축구연맹이 올 시즌부터 연장전과 승부차기 제도를 폐지하면서 이처럼 0대0 경기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28일과 29일 이틀에 걸쳐 열린 주말 5경기에서 0대0 경기가 3경기나 됐고, 아직 반환점도 돌지 않은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만 모두 9차례나 나왔다.
98년 제2의 중흥기를 맞이한 뒤 지난해 다시 주춤거리던 프로축구가 올 시즌 들어 월드컵의 후광을 업고 다시 살아나고 있지만, 이대로 가다간 또 다시 관중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정규리그 전에 열린 아디다스컵에서는 게임당 평균 1만 4897명을 기록했지만 정규리그에서는 1라운드까지 1만 1036명에 그쳤다.
그 이유는 역시 연장전이 있었던 아디다스컵과 달리 정규리그에서는 무승부가 허용된다는 것에 있다고 봐야 한다. 물론 90분 정규시간을 기준으로 했을 때는 지난해에 비해 무승부 경기가 2.2%로 줄었지만, 지난해에는 연장전과 승부차기에 의해 어떻게든 승부를 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29일까지 총 55경기가 진행된 정규리그는 이중 18경기가 무승부로 기록됐다. 3경기 중 1경기가 승부를 내지 못한 채 끝났다는 얘기.
더구나 이 중 절반이 득점 없이 끝났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골이 난 경기도 그 골수가 줄어들어 게임당 골은 약 14%나 줄었다. 연장전이 벌어진 지난해에는 게임당 2.73골(총 369골)이 났지만 올 시즌엔 평균 2.40골에 그치고 있다.
축구의 묘미는 뭐니뭐니 해도 '골'에 있다. 그것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축구경기를 관람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골 장면을 보기 위해 90분 동안 볼에서 눈을 떼지 않고 지켜본다. 그런데 정작 기다리던 골이 터지지 않는다면 관중들은 주심의 종료휘슬이 울린 뒤 맥이 빠질 수밖에 없다. 가족들과 함께 경기장에서 뜻깊은 주말을 보내려고 한 사람이라면 실망은 더 커진다.
결국 이들은 축구장으로 향하던 발걸음을 놀이공원으로 옮기게 되고 그렇게 될 경우 자연히 스탠드의 빈 자리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될 경우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은 힘이 빠질 수밖에 없고 경기의 질은 그만큼 떨어지게 된다. 이러한 악순환은 나아가 한국 축구의 발전 자체를 가로막게 된다.
물론 장기레이스로 치러지는 정규리그에서는 연장전이 선수들의 체력적인 부담을 가중시키고, 승부차기는 '비합리적'이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고, 올 시즌 연맹은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고 유럽과 같은 선진축구의 흐름에 부응하기 위해 '무승부제'를 부활시켰다. 그러나 이것이 오히려 '무승부·무득점' 경기를 양산하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의 가장 큰 원인은 '수비축구'의 득세에 있다. 후반 중반까지 리드를 잡지 못할 경우 상대적으로 안전한(?) '비기기' 작전으로 나가기 일쑤다. 때문에 이러한 수비축구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수비수들의 지나친 견제를 막아야 한다.
위험한 플레이에 대해선 과감히 경고를 주고, 쓸데없이 경기를 지연시키는 행위에 대해서도 처벌을 가해 공격축구를 유도해야 한다. 그렇게 될 때 자연스레 수비벽이 얇아지고 골문이 열리게 될 확률도 높아질 것이다.
수비진과 공격진의 간격이 갈수록 좁아지고 공수전환 시간이 빨라지는 현대축구의 흐름을 감안할 때 현재 국내 프로축구는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고질적인 판정시비와 거친 플레이는 조금도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고, 이것이 '골가뭄'으로 이어져 관중들의 발길을 끊는 '자해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하루빨리 개선하지 않는다면 월드컵이라는 '후광효과'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A매치'에만 몰두하는 한국인들의 기형적인 축구문화만 더욱 부채질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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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07-30 13: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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