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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만 있고 '감동'은 없다

새 애니메이션 <파이널 환타지> 리뷰

01.07.27 19:32최종업데이트01.07.30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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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널 환타지>는 원래 전 세계적으로 3000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베스트셀러 게임시리즈다. <파이널 환타지>의 창시자인 히로노부 사카구치 감독은 게임에 이어 애니메이션 영화로 새로운 환타지를 꿈꾼다.

서기 2065년 보이지 않는 에일리언들의 공격으로 엄청난 혼란을 맞게 된 지구는 점점 황폐해져간다. 살아남은 소수의 인류는 에일리언들의 침략에 대응하기 위해 '42방벽도시'를 만들고 그 안에서 생활한다.

그레이(알렉 볼드윈) 등 몇몇 군인들은 소규모 레지스탕스 활동을 하지만 거대한 에일리언들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군대를 장악한 헤인장군(제임스 우즈)은 강력한 핵폭탄 '스페이스 캐논'을 앞세워 에일리언들을 초토화시키려 하지만 그의 방법은 지구의 생명력과 영혼마저 없앨 수 있다. 이에 아키박사(밍-나)와 시드박사(도널드 서덜랜드)는 '가이아 이론'을 내세워 지구에 영원한 생명력을 줄 여덟 개의 영혼들을 찾아나서고 헤인 장군은 아키박사의 연구를 막으려 한다.

<파이널 환타지>는 일본의 미국의 기술과 자본이 합작해 만들어낸 애니메이션이다. 그 때문일까. 영화는 게임에서 즐길 수 있었던 환타지보다는 헐리우드의 자랑인 SF와 액션에 치중하고, 저패니메이션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스토리 라인으로 여성인 아키박사를 메시아로 지정한다.

▲ 파이널 환타지 ⓒ 영화인
<파이널 환타지>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환경친화적 철학을 담고 있는데 그 메시지가 쉽게 와 닿는 것은 아니다. 가이아 이론을 제시하며 영혼을 찾아나서는 주인공들은 '모든 육체는 영혼을 가지고 있고, 모든 영혼은 성장한다'며 생명과 영혼에 대한 이론을 무수히 늘어놓지만 정작 애니메이션을 즐겨볼 젊은 세대들에게 가이아 이론과 에일리언의 상관관계는 쉽게 와 닿지 않을 듯 보인다.

거기에 헐리우드의 전쟁영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몇몇 상투적인 영웅만들기와 죽음에 관한 전개는 이야기 속도에 불을 붙인다. <파이널 환타지>에는 SF와 액션, 메시아와 철학, 그리고 영웅담까지 어우러져 이해하기 복잡한 메시지를 강요한다.

애니메이션의 기술은 어디쯤 와 있을까? <파이널 환타지>는 인간의 애니메이션 기술이 '하이퍼 리얼리즘'의 영역에 와 있다며 거만함을 드러낸다. 그 이유는 이 영화가 <쥬라기 공원>, <스타워즈> 등에서 이미 사용되었던 3D 모션 픽쳐로 제작되는 CGI 기법에서 한 차원 진화된 작품이기 때문이다.

▲ 파이널 환타지 ⓒ 영화인
<파이널 환타지>는 과거의 애니메이션에서 볼 수 있었던 실제 모습의 왜곡 및 부풀림을 없애고 등장인물들과 소재의 극사실적 표현기법을 택했다. 영화 속 디지털 배우들의 얼굴, 특히 한올 한올 날리는 머리카락과 눈썹, 모공과 주근깨, 주름살 등은 매우 정교하게 표현되었다. 가끔씩 굼떠 보이는 여주인공의 걸음걸이만 뺀다면 실제 인간의 모습을 보고 있다는 착각까지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모두가 기대를 모았던 <파이널 환타지>에는 애니메이션의 신기술을 이룩했다는 쾌거를 제외한다면 상투적이고 전형적인 모습밖에는 남지 않는다.

한국을 방문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25일 기자회견을 통해 "애니메이션은 어릴 적에 한두 편 보고 감동을 받으면 된다"라고 했던 말을 굳이 인식해보면, <파이널 환타지>에는 기술만 있고 감동은 없는 셈이다. 사카구치 감독은 '가이아 이론'에 가려 사람의 마음에 감동을 주는 요소가 돈과 기술이 아니라는 점을 아직 깨닫지 못한 것일까.

덧붙이는 글 | 가이아 이론

영국 출신의 제임스 러브록 박사가 1978년에 <가이아:지구상의 생명을 보는 새로운 관점>이라는 책을 통해 주장한 이론으로 '가이아'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대지의 여신'으로 지구를 상징하는 말이다.

그의 이론은 지구가 하나의 살아있는 생명체로서 그 위에 살고 있는 생물들의 생존에 최적 조건을 유지해 주기 위하여 인간이 체온조절을 하듯이 언제나 자기 조정을 하며 스스로 변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그는 20년간에 걸쳐 지구와 생물의 유구한 역사를 연구하면서 지질학, 지구화학, 생물진화학, 기후학 등 최근의 이론들에 담겨 있는 과학적 증거들을 제시한다.

2001-07-27 19:30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가이아 이론

영국 출신의 제임스 러브록 박사가 1978년에 <가이아:지구상의 생명을 보는 새로운 관점>이라는 책을 통해 주장한 이론으로 '가이아'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대지의 여신'으로 지구를 상징하는 말이다.

그의 이론은 지구가 하나의 살아있는 생명체로서 그 위에 살고 있는 생물들의 생존에 최적 조건을 유지해 주기 위하여 인간이 체온조절을 하듯이 언제나 자기 조정을 하며 스스로 변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그는 20년간에 걸쳐 지구와 생물의 유구한 역사를 연구하면서 지질학, 지구화학, 생물진화학, 기후학 등 최근의 이론들에 담겨 있는 과학적 증거들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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