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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라 유쾌, 발랄, 엽기적인 그녀

<엽기적인 그녀> 엽기녀와 뒷바라지맨의 연애담

01.07.26 16:51최종업데이트01.07.28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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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미쳐가.."내가 아는 한 남성(그를 보수적인 마쵸맨으로 정의함.. 필자 주)이 극장에서 <엽기적인 그녀>의 예고편을 보았나보다. 평소 '전지현과 한 번만이라도 데이트하기'에 게거품을 물던 그가 남자를 패는 극중 전지현의 대범함에 황당해 하며 "어떻게 여자가 남자를 때려.. 싸가지가 없어.. 세상이 미쳐가.."라며 중얼거렸다. 전지현이 맡은 역이 바로 '절라 엽기적인 그녀'라는 것을 몰랐던 것일까.
▲ 엽기적인 그녀
ⓒ 신씨네

<엽기적인 그녀>는 톡톡 튀는, 그것도 뚜껑을 잘 닫지 않으면 어디로 튈지 모를, 아니 사방으로 튀어버릴 팝콘처럼 요즈음 젊은 세대들의 감성을 버터와 소금기에 버무려 잘 부풀린 영화다. 차태현이 분한 견우는 평소 이상형의 여자만 보았다싶으면 그 뒤를 쫓아가 말을 건네는, 공근(공익근무요원)을 막 끝낸 겁없는 복학생. 그는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소주를 들이마시고 도서관에서는 공부대신 잠을 청하는 영락없는 먹고대학생이다.전지현이 분한 엽기녀는 소주 석잔에 이마를 테이블에 박고 웬만하면 모든 사람들을 만만하게 보는 겁나게 겁없는 여대생. 그녀의 취미는 원작을 패러디한 썰렁한 시나리오를 쓰는 것이지만 그녀에게는 죽은 남자친구를 잊지 못하는 따뜻한 순정도 있다."왓 맨 원트? 예쁘면 다 용서돼!"도대체 그녀의 엽기가 어느 정도냐구?
▲ 엽기녀 전지현
ⓒ 신씨네
목구녕으로 올라와 입안 가득찬 토사물을 꿀꺽 삼켜 먹거나, 혹은 대머리 노인의 머리 위에 끝없이 토해대거나. 아무에게나 시비를 너무 잘 걸거나. 콜라를 먹으면 '주거(죽어)'라며 위협을 하고 커피 마시기를 강요하거나. 자신이 쓴 황당무계한 시나리오를 한 글자도 빼먹지 않고 읽게 한 후 영화제작사에 제출하라거나. 하이힐 구두가 발이 아프다며 운동화와 바꿔 신고 '나 잡아 봐라'거나... 이렇게 끔찍한 엽기행각을 벌이는 그녀지만, 아무도 그녀를 미워할 수 없다.전지현이라는 배우를 엽기녀로 내세운 것은 평소 남성들의 속내를 찐하게 건드려 볼 수 있는 요소이다. 왜? 남자들은 얼굴보다는 마음이 예쁜 여자가 '예쁘다'라고 내숭을 떨지만, 사실 남자들이 원하는 그녀는 무슨 행동을 하더라도 '예쁘기에 다 용서되는' 여자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죽어도 마음이 예쁜 여자가 예쁘다고 우길거라고? 조심하라. 황순원의 '소나기'를 패러디한 엽기녀의 '소나기'에 의하면 남자들이 생매장당할 위험성이 크다."(웃음을)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미 알만한 네티즌들은 다 알고 있는 온라인 스토리, 책으로도 출판되어 읽은 사람들은 다 읽어 본 이야기. 어찌어찌 보면 유치한 코믹영화. 그러나 <엽기적인 그녀>가 상투적이지 않은 이유는 이 영화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있다.
▲ 견우 차태현
ⓒ 신씨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스크린으로부터 웃음을 강요받는다. 황당한 대사, 웃긴 몸놀림, 비틀어진 패러디. 그러나 <엽기적인 그녀>는 가볍고 경쾌한 웃음을 선사하기 위해 제작된 영화다. 차태현이 만들어내는 바보같은 이미지와 전지현이 꾸미는 오버액션의 근원은 피가 튀고 사지가 절단되는 무거운 엽기 징그러움이 아니라 말 한마디와 행동 하나에 담긴 가벼운 엽기 경쾌함에 있는 것이다. 무엇을 더 바라는가. 청춘의 아픔? 살아남은 자의 슬픔? "컴백한 청춘영화"한 동안 청춘영화가 뜸했었다. 세상의 화두는 남북의 교류와 역사 되짚어보기에 던져졌다. 성인 남성들의 우정과 노스탤지아, 또는 섹스와 폭력에 관한 영화가 물결쳤다. 젊은 세대들에게는 그들을 위한 영화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고교얄개'를 꺼내어 보는 것도 낯뜨겁고, '고래사냥'을 위해 바다로 나갈 수도 없었다.지금의 N세대에게는 탁 트인 바다와 산, 강과 언덕으로 떠나는 현실도피적 영화보다는 술집과 노래방, 물 좋은 카페와 여관, 핸드폰과 컴퓨터가 사정거리에 위치한 현실적인 영화가 필요했던 것이다. 거기에 로맨스까지 더해진다면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 엽기적인 그녀
ⓒ 신씨네

기술의 발전이 가지고 온 몇 가지 최첨단 액세서리만 제외한다면 만나고, 먹고, 마시고, 즐기고, 그리고 토하는 청춘의 모습에 달라진 것은 없다. 다만 과거의 청춘이 자신의 사랑이야기를 세월이 지난 후에 토해내는 것이라면, 요즈음의 청춘은 며칠 전 사랑이야기도 인터넷상에 토해낼 수 있다. 구세대의 청춘에게 회복기가 긴 숙취가 있었다면, N세대의 청춘에게 숙취란 마음먹기에 달렸다.<엽기적인 그녀>는 한 동안 뜸했었던 청춘영화의 계보를 이을만한 것이다. 10대와 20대의 영화관객들은 <엽기적인 그녀>가 전해주는 웃음과 엽기를 통해 그들의 자화상을 본다. 견우와 엽기녀의 이야기는 바로 젊은 세대들의 일상에 관한 것이다."그러나, '선수'들은 '연장전'을 싫어해!"<엽기적인 그녀>는 전반전과 후반전, 그리고 연장전으로 나뉘어 있다. 전반전과 후반전이 원작자인 김호식 씨의 이야기를 그대로 담고 있다면 연장전은 영화를 위해 새로 만들어진 부분이다. 그러나, 전반 후반에 지친 '선수'들이 '연장전'을 제대로 뛸 수 있을까.연장전은 3년의 시간이 흐른 견우와 엽기녀에 관한 이야기다. 여전히 엽기적이냐고? 그들의 추억이 담긴 나무와 타임캡슐이 반복되면서 영화의 분위기는 멜로쪽으로 기울고, 갑자기 등장하는 어느 할아버지의 꿈같은 이야기는 허공에 붕 떠 영화의 결말을 작위적으로 연결시킨다.
▲ 엽기적인 그녀
ⓒ 신씨네

'데몰리션 터미네이터', '비천무림애가' 등 날카로운 칼과 액션이 등장하는 터프한 시나리오를 쓰는 엽기녀에게 견우는 이런 말을 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멜로영화를 좋아해. 그러니까 여자랑 남자랑 키스하는 결말로 끝나야 한다니까."결국, 견우의 말대로 <엽기적인 그녀>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에 맞추기 위해 코믹영화와 멜로영화의 양다리를 걸치며 연장전 막판뒤집기를 시도한다. 그런데 그게 영 석연치 않다. 꼭 승부차기에서 아쉽게 패한 기분이 들어 깨끗하고 깔끔한 맛이 사라지는 것이다. 허걱! 그래서 두 배우가 키스를 하긴 하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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