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1년 5월 31일, 박찬호는 LA의 다저 스타디움에서 콜로라도 로키스를 상대로 시즌 6승째를 따냈다. 올 시즌 성적 6승 4패, 방어율은 2.78.
이 경기는 MBC의 공중파와 케이블을 통해 생중계되었다. MBC는 박찬호 선수의 선발 등판 경기 생중계를 위해(다른 팀의 경기 포함) 4년간 3200만달러에 이르는 거금을 투자했다. 박찬호를 위해 1년에 100억에 가까운 돈을 들인다는 이야기이다.
국내의 어떤 운동 선수도 박찬호처럼 대단한 대우를 받은 적은 없다. 메이저대회 2승 포함 통산 10승을 올린 박세리의 경기 중계도 박찬호만큼 비싸지는 않다.
왜 박찬호는 일거수일투족이 주목을 받는 대한민국 최고의 운동 선수가 되었을까? 답은 간단하다. 그는 메이저리거이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는 세계 최고의 기량을 자랑하는 야구 선수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그 곳에 진출해서, 통산 71승을 올리며 1억달러의 계약을 눈앞에 두고 있는 그는 분명히 주목받을만한 존재이다.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당당히 활약을 하고 있는 박찬호의 존재는, 국내의 많은 야구팬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수많은 재미 동포들에게 희망을 주는 존재가 되고 있다. 박찬호의 활약에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문화적 사대주의가 아니다. 미국인들이 최고라고 생각하고 있는 메이저리그에서 당당히 활약하며 에이스로 성장하고 있는 그를 보면서 일종의 쾌감같은 것을 느끼는 것이다.
이탈리아 세리에 A에 진출해 있는 안정환, 독일에 있는 이동국, 벨기에의 설기현, 그리고 일본에서 은퇴한 선동열까지. 해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을 바라보면서 쾌감을 느끼는 것이 어째서 문화적 사대주의로 치부될 수 있단 말인가? 수준 높은 곳에서 한국인의 기상을 떨치고 있는 이들은 당연히 '칭찬'받아야 마땅한 일이다. 그들이 이루는 꿈을 통해 우리는 대리 만족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을 간혹 '우민화'와 결부시켜 이야기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군사정권 시절이 아니다. 우리도 이제 선진국 못지 않게 자유를 누리고 있고, 수많은 언론 매체에 노출되어 있다. 그리고 지역 감정에 얽매여 특정 구단을 응원하던 과거의 팬들과는 달리 이제는 자신이 좋아하는 팀을 선택하고, 선수를 응원하고 경기를 분석할 줄 하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스포츠는 이제 국민을 우민화시키는 수단이 아니라, 소득 수준이 높아진 국민들의 여가 선용에 활용될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되고 있다. 박찬호의 경기는 좀 더 수준높은 야구 경기를 보고 싶어하는 많은 팬들이 가지게 되는 유일한 기회이기도 한 것이다.
스포츠의 본질을 파악하지도 못하면서 사대주의 운운하는 것은 참으로 우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박찬호의 경기는 말 그대로 스포츠 경기일 뿐이다. 그것을 보고 즐기는 사람들을 욕할 자격은 어느 누구에게도 없다. 박찬호는 물론 그의 꿈을 이루기 위해 미국에 건너갔지만, 정상급의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메이저리거로 자랑스럽게 자리잡고 있는 그의 모습은 우리들에게 오히려 희망을 던져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박찬호는 1승 1승을 힘겹게 쌓아가는 2류 투수가 아니다. 메이저리그에서 한 시즌에 18승 10패, 방어율 3.27과 피안타율 3위, 탈삼진 2위를 기록한 선수가 1승을 위해 힘겹게 투쟁하는 선수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런 견해야 말로 정말 '스포츠를 전혀 모르면서 아는 척하는' 후안무치한 자세가 아닐런지.
박찬호 경기를 보는 많은 사람들은 그를 '경제적 효과' 운운하면서 따지지 않는다. 경제적 효과 등등을 따져간다는 것이야 말로 전형적인 일본인의 시각이 아닐까?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가 등판하는 경기를 하나의 스포츠로 즐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사람들에게 돌을 던진다는 것은 정말로 스포츠를 모르는 무식한 자세가 아닐까?
박찬호는 메이저리거이다. 우리가 그동안 가지지 못했던, 세계 최고의 야구 선수 중 한 명이라는 것이다. 98년 아시안 게임 결승전에서 일본의 감독은, '박찬호의 투구를 즐기는 기분으로 경기에 임하겠다'고 했다. 그 경기에서 박찬호는 80%의 컨디션만을 가지고 1실점하면서 콜드게임 승을 거두었다. 메이저리거로서 선발 15승을 거둔 그의 존재는, 이미 많은 야구선수들에게 존경을 받는 '감상을 위한' 존재가 되었다는 것이다. 박찬호는 2류 투수가 절대 아니다.
|
| 2001-05-31 15:56 |
ⓒ 2007 OhmyNews |
|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