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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여, 속편을 기획하라

주어진 파이 안먹고, 새 파이만 찾아다니는 충무로

01.03.03 18:11최종업데이트01.03.04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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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영화계는 '스크린쿼터' 문제로 연초부터 혼란스럽다. 최근 들어 엄청나게 증가한 한국영화의 시장점유율과 높은 해외 판매량, 300만가량의 대형히트작 2년 연속 배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충무로인들은 헐리우드와의 무한경쟁이 한국영화의 기둥을 뿌리채 뽑아낼수도 있을 것이라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

필자는 '스크린쿼터가 없으면 한국영화 반드시 망한다'라는 매스컴과 영화인들의 의견(혹은 대다수 국민의 의견)에 절대 동의할 수 없지만 (개인적으론 '스크린쿼터 없어도 한국영화 절대 안 무너진다'라는 의견을 갖고 있다), 나 역시 한국영화가 헐리웃영화의 공세를 이겨내고 한국시장 점유율을 더욱 더 높여주길 바라는건 마찬가지다.

하지만 해마다 충무로의 영화제작실태를 관찰하다보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이상한 점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속편영화에 대한 한국영화계의 지독한 무관심'이다.

지난해 한국영화의 속편은 (에로영화나 비디오영화를 제외하면) '은행나무침대2'라고 홍보한 '단적비연수'가 유일한 것이었는데, 사실 이영화도 제대로 된 '속편'이라 부를 수는 없다. 내용의 연관성도 별로 없이 그냥 흥행을 위해 억지로 성공한 영화이름을 제목 위에 붙여놓은 것일뿐.

그나마 최근 몇년간 유일한 속편영화라면 아주 예전의 '투캅스'시리즈말고는 99년 겨울의 '여고괴담2'가 전부인것 같다. 다시말해 한국영화에는 속편영화가 정말 가뭄에 콩나듯 거의 제작이 안 되고 있는 상태이다. 반면에 헐리우드영화는 속편이 넘쳐난다.

'한니발', '블레어위치2', '미션임파서블2', '스크림3', '스타워즈 에피소드1'등이 최근 개봉한 속편 영화들이며, 현재 기획단계에 있는 영화만 해도 '매트릭스2', '오스틴파워3', '엑스맨2', '미녀삼총사2', '무서운영화2'등 넘쳐나고 있다.

헐리웃만 그런가? 홍콩영화 역시 속편 만드는데는 이미 달인의 경지에 오른 상태이고, 프랑스 역시 현재 최고 흥행작은 '거짓과 진실 속편'이라고 한다. 하지만 한국영화는 속편영화를 제작하지 않는다. 그 솔직한 이유는 당사자들 말고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왜 주어진 파이는 먹지 않고 항상 새로운 파이만 찾아헤매는지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어떤 이들은 "속편영화를 만들라"고 주장하는 나의 의견에 상당한 불쾌감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속편영화라는 것들은 어차피 이전 흥행작의 성공을 재탕해서 관객을 끌어모으자는 상술의 일종 아니냐고. 그런 속편영화들을 제작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한국영화계에 독이 될뿐이라고.

하지만 그건 무척 배부른 소리일 뿐이다. 그건 마치 한국영화의 예술적 발전을 위해 상업영화는 절대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일차원적인 생각과 다를게 없으며, 돈을 버는 영화가 있어야 예술을 하는 영화도 공존할 수 있다는 영화판의 진실을 무시하는 행위일 것이다.

'스크린쿼터운동' 역시 한국문화수호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있긴 하지만, 결국 그들이 원하는 것 역시 일차적으로는 한국영화가 흥행에서 헐리우드를 이겨보자는 것이다. 한국영화가 상업성에서 밀리면 결국 예술영화도 없다. 속편영화를 단순히 상업주의 전략이라고 무시해버리지 못하는 것은 바로 이런 영화계 구도때문이다.

또한 속편영화는 단순히 '전편보다 못한' 영화라고 단정지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멀리 코폴라의 '대부2'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비록 흥행에서 참패하긴 했지만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는 속편이 오리지날의 작품성을 능가할 수도 있다는 걸 여실히 증명해 주지 않았던가.

결국 속편영화도 만들기 나름이고, 제대로만 만들자면 좋은작품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잇다.

최근 장윤현의 히트작 '접속'의 속편이 기획되고 있다는 소식이 신문지상에 발표되었다. 이를 두고 "전혀 예상치 못한 속편기획"이라고 의아함을 감추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아마 그 이유에는 '접속'의 영화 성격상 속편이 나오기엔 불가능하다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접속'만의 독특한 설정 즉 '채팅으로 인연을 맺는 현대인 남녀의 사랑이야기'라는 소재는 공간과 시간만 다르게 설정하고 연출적 접근만 새롭게 가져간다면 또 하나의 멋진 영화가 얼마든지 나올 수 있게 하는 요소다. 결국 "저런 영화는 속편이 불가능해"라고 단정짓지 않았던 것이 속편 제작의 밑거름이 된 셈이다.

물론 '공동경비구역 JSA'나 '서편제'같은 히트작은 억지로 시나리오를 꾸며대지 않는 이상 속편이 거의 불가능한 영화들 일수도 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도 얼마든지 새로운 이야기를 발견해낼 수 있는, 즉 속편 만들기가 너무나도 용이한 작품이 한국영화에도 많이 존재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2년적 히트작 '주유소 습격사건'이다. 아무런 동기 없이 무작정 주유소를 털어버리는 네 남자의 에피소드를 다룬 이영화는 또 다시 등장인물들을 뭉치게 해서 또 다른 주유소 (혹은 1편의 원래 주유소도 좋다)를 털러가게 만들기만 하면 얼마든지 속편이 나올 수 있다.

'쉬리'의 경우 OP요원의 또 다른 활약상을 보여줄 시나리오만 있다면 얼마든지 속편 제작이 가능한 경우고 게다가 이 영화는 전편이 엄청난 흥행을 거두었으므로 속편기획은 열악한 한국영화현실상 너무나 당연한 작품으로 보인다. 지난해 히트작 '반칙왕'역시 그 후일담을 영화화해도 무척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미술관옆 동물원'역시 두 주인공이 연인으로 어떻게 살아가는지, 그 티격태격하는 모습들을 담아내면 그럴싸한 속편이 나올 수 잇겠고, 새로운 여주인공을 선 보이면 또 다른 재미를 안겨줄 법한 '노랑머리'의 속편도 흥행이 가능한 프로젝트라 생각된다.

어디 그뿐인가? 이명세의 영화적 감각에 도전장을 내밀며 다름 감독이 또 다른 '인정사정 볼 것 없다'를 만들어 볼 수도 있겠고 이제는 유명세를 타고 있는 류승완감독이 '다찌마와리'의 속편을 극장용으로 기획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어차피 속편에 대한 아이디어는 머리를 맞대고 짜내면 되는 것이고, 그러다보면 얼마든지 기발한 영화들이 창조될 수 있다.

너무 억지스런 주장이 아니냐고 할수도 있겠지만, 헐리우드에선 죽은 시고니까지 부활시켜서 새로운 '에어리언 시리즈'를 만들어내는 마당에 이 정도는 무리한 제안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들을 생각해보라. 어설픈 블록버스트 두편과 그밥상에 그나물인 멜로드라마 3편이 동시개봉중인 한국영화의 현재는 더 억지스러운 것 아닌가?

제발 충무로는 "속편은 안 돼"라는 선입견을 버려달라. 일단 만들어보고 그 단점을 보완해가면 되는것 아닌가. 한국영화가 위기에 빠졌다고 호들갑 떨면서 왜 주어진 파이는 무시하는가.
2001-03-03 19:48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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