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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야기가 있다. 얼마 전 국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미국영화 '식스센스'가 한참 국내 개봉관에서 절찬리에 상영 중일 때, 표를 사려고 매표소 앞에 길게 늘어서 있는 관객들 뒤로 버스를 타고 가던 한 사내가 창문을 열고 그들을 향해 이렇게 소리쳤다고 한다.
"부르스 윌리스는 귀신이다!"
그 말 한마디에 그 날 그 영화를 본 관객들은 극장을 나온 후 두고두고 그 버스 안의 사내를 원망했다고 한다. 물론 우스개 소리다.
하지만 이런 일이 실제 없으리란 법은 없다. 나 또한 이미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정확한 내용은 몰랐을지언정 대충 주위 사람들에게 영화 후반부의 반전에 대해서 지겹게 들은 상태에서 영화를 봤었다.
물론 그 덕분에 영화 시작 5분만에 대충 '식스센스'의 그 놀랍다던 결말을 이미 예측할 수가 있었고 그래서인지 다들 놀라서 허우적대던 마지막 결말에 가선 나는 별다른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말았다. 아마 아무런 사전지식없이 '식스센스'를 보았다면, 나 또한 이 영화를 무척 인상깊게 감상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 주위엔 영화를 보기 전부터 이미 관객들을 김새게 만들어버리는 그런 스포일러들이 너무나 많다. 여기서 스포일러(spoiler)란 단어는 '영화관련 보도가 독자에게 너무 많은 정보를 주는 바람에 오히려 영화감상에 있어 방해가 되버리는 경우'를 뜻한다. 하지만 넓은 의미로 보면 기사뿐만 아니라 우리들에겐 스포일러라 부를 수 있는 방해꾼들이 너무나 많은 것 같다.
매주 일요일 정오가 되면 여지없이 안방TV에 찾아오는 영화정보프로그램들은 영화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기본취지를 이미 뛰어넘은지 오래다. 그 프로그램들을 보다 보면 "도대체 저 영화를 보라는 거야, 아님 보지 말라는 거야"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들 만큼 너무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개봉예정작이나 비디오출시예정작들을 중요장면들로 편집해서 줄거리위주로 소개하는 코너들은 이젠 각 방송국 영화정보프로그램에 하나의 유행이 되고 있는 듯하다. 이 프로들을 보다 보면 이미 대강의 줄거리와 영화장면을 다 본 상태이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그 영화들을 돈을 주고 다시 볼 생각이 없어지는 게 대부분이다. 하지만 여전히 영화홍보직원들은 그 프로들이 영화홍보에 큰 도움이 된다고 착각하고 있다.
사람들의 입소문 역시 가끔 스포일러 역할을 할 때가 있다. 아까 예를 든 버스에 탄 청년같은 경우야 극히 드물겠지만은, 그런 경우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남이 안본 영화를 먼저 보았을 때, 남에게 영화의 주요장면에 대해 떠벌리고 싶은 그런 욕망에 자주 휩싸이곤 한다. 입이 간지러움을 참지 못하고 "부르스 윌리스가 귀신이었어" 혹은 "절름발이가 범인이었던 거 있지"라고 말해 버리는 경우가 다들 한번쯤은 있지 않을까?
그런 경우 그 영화를 아직 안본 타인에게는 그런 말 한마디가 엄청난 방해를 주는 셈이 되고 만다. 물론 상대가 그 영화를 볼 생각이 없다면야 별 상관이 없겠지만 그게 아닌 경우에 그렇게 주요 핵심을 미리 말해버린다면 그것도 일종의 예의를 벗어나는 무례한 행동이라고 볼 수 있겠다. 고로, 주위 사람에게 영화를 홍보할 땐 자기 말속에 영화감상을 방해할 수 있는 스포일러가 없는지 조심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영화 관련보도야 말로 스포일러의 가장 큰 주범이라 말할 수 있다. 우리는 가끔 새 영화에 대한 정보를 알기 위해 영화기사를 읽다가 그만 그 영화의 핵심 부분에 대해서 언급한 부분을 발견하고는 영화도 보기 전에 김이 빠져버리는 경우를 종종 겪는다. 하지만 이런한 일때문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은 관객들뿐만 아니라 영화제작사도 마찬가지다.
'트루맨쇼'의 경우 영화줄거리를 조금이라도 알고 보는 것과 전혀 모르고 보는 것의 감상차이가 엄청나기 때문에 제작진들은 홍보를 적극적으로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많은 애를 먹었다고 한다. '프라미얼 피어'같은 경우 영화사측에서 각 언론사에 공문을 보내 '후반부의 반전'에 대해 제발 기사에 언급해 주지 말 것을 부탁했다는 뒷얘기도 있다.
하지만 기사를 쓰는 기자들이나 영화평론가들 입장에선, 그런 핵심사항을 모두 빼놓고 나머지들로만 글을 쓴다는 것이 도저히 불가능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스포일러가 생기는 것은 독자입장에서 이해하고 넘어가야 하는 것 아닌가하고 주장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해결책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그 한 예로 인터넷사이트 '호러존'을 예로 들고싶다.
국내 최고인기 호러전문 사이트라 불리는 '호러존'에 가 보면 각 영화별 기사 중에 다른 곳에선 보기 힘든 '스포일러 예고문'같은 게 가끔 보이는데, 이는 "이 기사에는 영화 감상을 방해할 만한 '스포일러'라 할 만한 것이 들어 있으니, 아직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등과 같은 안내를 기사 맨앞에 미리 써놓고 기사 중간중간에 스포일러가 될 듯한 부분부분에 'spoiler warning' 표시를 해 놓은 것이다.
이러한 글을 곳곳에 삽입해 놓음으로서 혹시나 영화기사를 읽다가 독자가 오히려 영화감상에 방해를 받는 그런 경우를 사전에 방지하고 있다. 즉, 스포일러를 원치 않으면 이 부분은 건너뛰고 기사를 읽으라고 알려주는 편집자측의 친절한 배려라고 할 수 있겠다.
정보화 사회가 되고 인터넷이 생활화되면서 우리 주위엔 더 많은 '스포일러'들이 득실거릴 것은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정보라는 것은 받는 이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정보이지, 무조건 아무 사실이나 던져준다고 정보라 부를 순 없을 것이다. 관객이 영화감상에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도록 언론이나 영화홍보하는 사람들이나 각별히 신경을 써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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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02-01 01: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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