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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 히딩크 맘대로 될까?

칼스버그 컵을 통해 본 '비관적'인 전망

01.01.28 07:43최종업데이트01.01.2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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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27일 홍콩에서 칼스버그 컵 4개국 국제 친선 대회가 있었다. 이 대회는 한국 축구에는 나름대로 큰 의미가 있는 대회였다. 우선 지난 해 더이상 추락할 곳 없이 몰락한 한국 축구의 명예 회복전이었고, 히딩크라는 감독의 신고식이기도 했다.

지난 1월 새로 부임한 히딩크 감독은 4-4-2식의 축구로 한국 축구의 구조 조정에 나섰다. 그리고 칼스버그 컵 대회를 통해 자신의 축구를 처음으로 국민들에게 보여였다.

성적은 1무 1패. 그러나 대부분의 언론은 노르웨이, 파라과이 등을 상대로 한점, 새로운 포매이션에 대한 적응 시간 부족 등을 이유로 삼아 '절반의 성공'내지는 '한국식 히딩크 축구의 가능성 확인' 정도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나의 견해는 다르다. 오히려 한국 축구가 히딩크식 4-4-2 축구에 부적합하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낸 한 판이었다고 본다. 내가 지적하고 싶은 부분은 `4백의 조직력 부족` `선수들의 낮은 전술 이해도`와 같은 부분은 아니다. 이러한 부분은 많은 훈련량으로 충분히 극복 가능한 사항이기 때문이다. 한국 축구의 치부는 다음 4가지이다.


윙백의 부재

윙백이란 4백의 양 날개 부근에 위치한 수비수이다. 브라질의 카를로스, 카푸, 프랑스의 리자라주, 튀랑 등이 대표적인 윙백이다. 윙백에게 필요한 조건으로는 우선 90분을 완벽히 소화해 낼 수 있는 체력, 1:1 대인 마크 능력을 들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웬만한 공격수 못지 않은 공격력이 필요하다. 또한 공수를 두루 소화해내기 위해 경기의 흐름을 읽는 눈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런 칼스버그 컵(이하 칼컵)에서 보여준 한국의 윙백 플레이는 함량 미달이다. 우선 수비력이 미흡하다. 노르웨이전에서 잃은 3골이 그 증거다.

첫 골은 코너킥 후 문전 혼전 중 잃었다. 그러나 두세번째 골은 모두 오른쪽이 완벽히 돌파당한 결과이고 왼쪽 윙백의 커버플레이 미숙의 결과이기도 하다. 후반 30분이후 급격한 체력 저하로 인한 경기력 저하도 큰 문제점이다.

현대 4-4-2포메이션 하에서는 윙백의 공격력은 필수이다. 서두에서 거론했던 윙백들은 모두 엄청난 공격력을 지닌 선수들이다. 게다가 히딩크의 전술상 윙백의 공격 참가는 필수적이다. 중앙에 포진한 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인한 공격력 저하에 따른 해결책인 것이다.

지난 98 프랑스 월드컵에서 브라질은 4-4-2전술을 구사했다. 둥가, 삼파이오 2명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레오나르도, 히바우도를 양 사이드 쪽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했고 그로 인한 공격수의 수적열세를 카를로스, 카푸의 윙백쪽의 공격지원으로 해결했다. 물론 수비에 치우친 전술이라며 준우승밖에 못한 실패의 첫번째 원인이라고 지적당하기도 했다.

그런데 칼컵에서 보여준 한국의 윙백의 공격력은 저조했다. 간헐적으로 심재원의 돌파가 있을 뿐 위협적인 공격력은 미비했다. 그저 4명의 수비수를 줄 세워둔 것이 4백이라면 3백을 둔 뒤 5명의 미드필더를 두는 편이 나을 것이다.

물론 이것은 전술 상의 문제이고 내가 말하고자하는바는 칼컵에서의 대표팀 윙백의 개인 기량이 수준이하라는 점이다.


홍명보 그 이상의 수비수

홍명보는 피파 세츄리클럽 회원이다. 이 클럽은 국가 대표간의 시합인 A 매치 100회이상의 경력을 소지한 선수를 회원으로 한다. 홍명보는 이미 100경기 출전을 했고 최순호가 가지고 있는 한국 선수 중 A 매치 최다출전 기록 경신을 눈 앞에 두고 있다. 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이후 장장 11년간 한국 축구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거꾸로 보면 한 선수가 클럽도 아닌 한 나라의 국가 대표에 붙박이라는 것은 그만큼 선수층의 얇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공격 라인을 볼 때 차범근-최순호-김주성-황선홍-최용수-안정환-이동국 순으로 이어지는 스트라이커 계보는 끓임없는 세대교체를 통해 많은 발전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수비라인을 볼 때 홍명보의 아성에 도전할만한 선수는 없다.

차세대 국가 대표라고 할 수 있는 올림픽 대표와 청소년 대표 팀에 꼬리표처럼 달려 있던 수식어가 '수비 불안'아니던가? 스위퍼 없는 4백에서는 한사람에 의존한 수비를 할 수 없다. 4명의 수비수가 모두 일정 기량 이상이어야 이탈리아의 가데라치오와 같은 조직력이 나타나는 것이다.

나카타 원 맨 팀이라고 우리가 비아냥 대던 일본은 나카타 없이 가볍게 아시아를 제패했고, 볼혹의 나이인 마테우스가 이끄는 독일은 옛날의 게르만 전차가 아니다. 그저 세대교체의 실패라는 여론의 빈정됨을 받아들여야 했을 뿐이다.

홍명보는 분명 훌룡한 선수다. 그러나 더이상 한국 축구가 그에게만 의존해서는 안될 것이다. 칼컵에서 보여준 수비 불안은 단순히 새 전술에 대한 이해도 부족이 아니다. 그 원인은 홍명보 이외의 선수가 보여준 기대치 이하의 개인기량 때문이다. 1:1돌파를 당하고, 몸싸움에서 밀리는 것은 조직력 탓이 아니다.


프리맨

최근 각광받고 있는 포지션이 바로 프리맨이다. 유로2000에서 프랑스의 지단, 포르투갈의 피구가 맡았던 포지션이다. 스트라이커 바로 밑에 위치하고 공수를 넘나드는, 흔히 말하는 플레이 메이커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최근 국제 축구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포지션이기도 하다.

히딩크의 축구도 예외가 아니다. 칼컵 노르웨이 전에서는 박성배를, 파라과이 전에서는 유상철이 이 자리에 위치했다. 그러나 둘 다 눈에 띄는 활동을 보여 주지 못했다. 이것은 단순히 전술 이해도의 부족에서 야기된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개인의 경기력부족이다.

지단의 플레이를 떠올려 보자. 그라운드에 같이 서 있는 나머지 21명의 선수를 압도하는 기량, 감독의 권위에 맞먹는 카리스마, 골을 넣는 앙리, 트레제게을 무색하게 하는 관중 흡인 능력등.

물론 당대 최고 선수와의 직접 비교는 비약인 듯 보여지기도 하다. 그러나 여차저차한 것을 떠나 단순히 경기력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한국의 프리맨들은 함량미달이다. 잦은 패스 미스와 골 결정력 부족 등 그동안 한국 축구의 약점으로 지적되던 플레이를 계속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잦은 백패스 또한 프리맨들의 공수 연결 능력 부족을 여실히 보여 주는 것이었다.


THE MAN

'THE MAN'이란 한 팀의 에이스를 말한다. 브라질의 호나우도, 프랑스의 지단, 가깝게 일본의 나카타 히데도시 등. 그들은 자신이 속한 팀을 이끈다.

그러나 앞에서 말한 원 맨 팀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프랑스를 보자. 지단이 중심이다. 하지만 조르카예프, 쁘띠는 단지 머리 수를 채우는 사람이 아니다. 지단 이상의 기량과 리더십을 발휘하기도 한다. 지단이 결장한 게임에서 그들의 진가는 발휘된다. 유로2000 조 예선 대 네델란드전에서 지단은 결장했고 네델란드는 최선을 다 했다. 그러나 프랑스는 이겼다. 그렇기 때문에 프랑스는 지단의 원 맨 팀이 아니다. 홍명보가 빠지면 정신 못차리는 한국 대표팀이 원 맨 팀이다.

THE MAN이란 존재는 눈에 보이는 그 무엇인가를 하는 선수다. 그라운드에 설 수 없는 감독을 대신하고 흐트러진 팀을 재건한다. 뒤로 한 발 짝 물러나 팀을 조율한다. 그것이 THE MAN이다. 한 팀이 강해지기 위해서는 이러한 THE MAN 의 존재는 필수불가결이다.

잠시 눈을 NBA로 돌려 보자. 리그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는 팀으로는 포틀랜드, LA레이커스, 세크라멘토, 샬롯, 필라델피아 등이 있다. 그러나 이들중 우승후보로 점쳐지는 팀은 세크라멘토, 포틀랜드이다. 이 예측의 근거는 바로 THE MAN의 존재와 그 역할에 있다.

세크라멘토는 크리스웨버가 있다. 반면 살롯은 THE MAN이라고 할 선수가 없는 고만고만한 선수들의 팀이고, 레이커스는 코비와 샤크의 불화로 삐그덕거리고 아이버슨은 필라델피아를 리그 정상에 올리기는 리더쉽이 약간 부족하다. 그래서 지금 가지고 있는 리그 성적과는 관계없이 우승 후보에서 제외된다.

그럼 포틀랜드는? 여기서 약간 사정이 틀텼진다. 주전인 피펜, 스미스등은 올스타급이고, 후보인 본지 웰스 등은 포틀랜드 선수이기 때문에 후보이다. 그래서 특출한 에이스 없이도 경기가 가능하다.

그럼 다시 축구로 돌아와서보면 한국 국가대표 축구팀은 어느 팀에 해당하는가? 히딩크는 인터뷰에서 한 선수에 치우치지 않는 골고루 잘하는 팀을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나 한국 국가대표 축구팀은 포틀랜드가 아니다. 더욱이 그가 지도했던 더취 팀도 레알 마드리드도 아니다.

조금만 분위기가 묘해지면 갈피를 못칮고 헤매는 엉킨 실타래 속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THA MAN이 필요하다. 새로운 전술을 빨리 익히기 위해서 벤치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감독을 대신할 그라운드의 감독이 필요한 팀에서는 THA MAN이 절실하다. 그리고 그 팀이 바로 칼컵에서의 한국 대표팀이다.

그런데 문제는 한국 대표 중 누가 THE MAN이냐는 것이다. 시카고 불스는 조던 중심의 트라이 앵글 오펜스로 6번의 리그 챔피언십을 따냈다.그런데 한국에는 THE MAN이 없다.

자, 이제 마무리다. 지금껏 내가 지적한 것은 전술 상의 문제가 아니다. 시간이 약인 성격의 것은 더더욱 아니다. 선수들의 개인 기량이 과연 히딩크의 4-4-2를 소화해 낼 수 있냐는 것이다.

이 문제는 400여일 만에 눈 녹듯 사라질 문제가 아니다. 히딩크의 머리속 축구가 모두 현실화 되지는 않는다. 더 선정적으로 말하면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다.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어라"
2001-01-28 10:25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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