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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팬들의 저주가 시작됐다

김재박 야구의 낯뜨거운 한국시리즈 2차전 승리

00.10.31 22:09최종업데이트00.11.20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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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프로야구의 최강자를 가리는 한국시리즈라고 부르기엔 너무나도 낯뜨거운 경기였다. 관중도 역시 동원된 응원단을 다 합쳐도 내야를 채우기에도 턱없이 부족했다.

페넌트레이스에서 가장 지저분한 타이틀 나눠갖기를 했던 두 팀이 맞붙어서 그랬는지 몰라도 전날 한국시리즈 최소관중기록을 경신하더니 이 날(10월 31일) 경기도 다르지 않았다. 반성할 줄 모르는 프로야구에 팬들의 저주가 이젠 피할수 없는 현실로 증명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최강자를 가리는 시합인 만큼 최고의 플레이를 선보였다면 어느 정도 팬들에 대한 속죄의 길이 보였을지 모르지만 시리즈 2차전인 이 날의 경기는 아마추어 수준의 경기라고 밖에 볼 수 없는 경기로 혀를 차게 만드는 시합이었다.

최종 스코어는 8:2, 거듭되는 실책의 두산이 승리를 양보해 현대가 승리를 헌납받은 경기였다. 승부처는 8회말의 현대 공격이었다. 현대가 3:2로 앞서며 저급의 야구치곤 박빙의 승부를 보이던 8회말 무사1루에, 두산은 플레이오프의 영웅인 돌아온 에이스 박명환을 투입하며 승부에 대한 강한 집념을 보였다.

그러나 박명환은 벤치의 기대와는 달리 선두 박재홍에게 우전안타를 맞은 것을 비롯해 박경완에 4구 그리고 퀸란에게 3점홈런, 박진만에게 랑데뷰 홈런을 헌납하며 저질의 아마추어 야구를 팬들에게 여지없이 보여주며 승부를 마감해버렸다. 8회 중간에 나온 심정수의 실책이나 홍성흔의 송구 실책 등은 빼놓을 수 없는 양념거리.

먼저 점수를 뽑은 쪽은 현대였다. 2회 박경완의 4구와 이숭용의 우전안타로 얻은 2사 2,3루의 찬스에서 박진만이 깨끗한 좌전 땅볼안타로 2점을 선취했다. 두산은 4회에 현대 퀸란의 송구실책을 발판삼아 2점을 추격했지만 막강 현대 투수진에 밀려 더이상의 추가점을 얻지 못하고 무너졌다. 현대는 5회말 1사후 호투하던 두산선발 구자운의 연속된 4구3개에 힘입어 결승점을 뽑고 8회 두산마운드의 난조를 틈타 두산의 무릎을 꿇리고 시리즈 2연승을 달렸다.

이날 1회초,말의 공격에서 양벤치의 확연히 구별된 작전은 한국 야구의 현주소를 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똑같이 1회에 선두타자가 좌전안타를 치고나간 상황에서 두산은 다음 타자에게 강공을, 현대는 희생번트를 지시했다. 결과는 모두 득점을 올리지 못해 실패한 작전이었다.

이 부분에서 이 날의 경기를 점쳐 볼 수 있었다. 1차전을 4안타 무득점의 빈공을 벌인 두산으로선 선취점의 의미는 남달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선두타자가 안타를 치고 나간 상황에서 전경기에 무안타 인데다, 배트스피드가 떨어져가고 있는 정수근이었다면 희생번트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인 요소였다.

그러나 두산벤치는 다승왕 투수를 상대로 과감히 강공을 지시했고 결과는 이닝이 거듭될수록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 때뿐 아니라 두산은 호투하던 구자운을 바라만 보다가 5회 3개의 4구를 내주며 결승점을 헌납하는 것을 구경만 해야했고, 8회엔 승부수라고 띄운 박명환이 난조를 보이는 것을 허탈하게 보며 패배의 수렁으로 끌려들어가야 했다. 모든 승부처 부분에서 두산의 벤치는 한 템포씩 늦거나 선수 컨디션에 세밀한 체크가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반해 현대는 더할나위 없는 소심한 야구를 선보이며 현대팬들을 실망시켰다. 객관적 전력에서 두산에 확실한 우세인데다 1차전을 승리한 현대가 1회부터 보내기 번트를 하는 것은 김재박 감독이 이기고도 비난받는 한 원인일 수밖에 없었다. 플레이오프 삼성전에서도 크게 앞선 9회에 보내기 번트를 지시했다가 팬들의 비난을 받은 김재박 감독은 한국시리즈에 들어서도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소신을 끝까지 밀고 나갔다.

8회 선두타자가 몸에 맞는 공으로 진루하자 4번타자 박재홍은 망설임없이 번트자세를 취했다. 그것이 벤치의 사인대로인지 그렇지 않은지는 부수적인 문제다. 오히려 팀의 간판인 4번타자가 희생번트자세를 자연스럽게 잡는 팀분위기 그 자체가 문제다. 비록 볼카운트가 유리해지며 우전안타를 치고 나갔지만 다음 타자인 심재학이 분명 번트를 실행한 것으로 미루어 볼 때 벤치에서 4번타자에게 번트를 지시했던 것으로 보인다.

바로 이 부분이 압도적 승률을 자랑하는 최강팀 현대의 관중석이 항상 텅비는 이유중에 결정적인 원인이다. 연고를 옮기는 것이 팬들에게 배신감을 줘서 이번 시즌만 팬들이 격감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현대구단의 큰 실책이다. 이 날 같이 재미없고 단순히 이기려고 4번타자에게 번트를 지시하고, 큰점수차로 승리가 결정된 다음에도 희생번트를 당연시하는 야구로 팬들이 구장을 찾으리라 생각해선 오산이다.

오래전 일본 야구에서 세이부라이온즈의 전성시대를 이끈 감독은 일본시리즈에서 연속우승하고도 유니폼을 벗어야했다. 그가 바로 김재박 감독과도 같은 야구를 했다. 이기기 위해선 어떤 플레이도 서슴치 않았고 결과는 시리즈의 연패로 빛났다. 그러나 팬은 그렇게 이기는 세이브라이온즈를 외면했다. 무사1루면 당연히 번트대고, 4번타자나 간판도 필요없는 기계적이고 아주 단순한 야구에 일본 야구팬들은 염증을 보이며 구장으로의 발길을 끊은 것이다.

현대유니콘스의 야구가 바로 이와 같다. 현대는 이기고도 성원을 받을수 없고, 승리하고도 팬들의 비난만이 가득한 경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정상적이라면 전력의 우위에 선 현대는 힘있는 야구로 팬들에게 어필해야 하는 것이다.

관중따위는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식의 현대유니콘스의 야구는 위기의 한국 야구를 점점 벼랑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이런 별볼일 없는 야구였지만 현대의 박진만의 플레이는 그나마 추운가운데서도 관중석을 찾은 야구팬들에게 얼마간의 위안거리였다. 플레이오프에서도 뛰어난 플레이를 했던 박진만은 이날 역시 몇 번의 호수비와 함께 선제 2타점 안타와 홈런을 치는 등의 결정적인 활약을 선보이며 팀승리를 견인했다.

하루쉬고 잠실에서 다시 격돌하는 양팀이 승부를 떠나 정규시즌에서의 추태를 만회할만한 뜨거운 스포츠, 재미난 야구를 선보이길 기대한다.

그것이 승리보다 소중한 유니폼을 입은 선수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2000-10-31 22:14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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