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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벨 페라라를 좋아하십니까? 혹은 이전에 이 사람의 영화를 본 적은 있으십니까? 만약 보셨다면 느낌이 어떠셨나요. '뭐 이런 감독이 다 있어?' 하며 테이프를 던져버리셨거나, 아니면 '끄아... 이런 맛이!' 하며 감탄하셨거나, 둘 중 하나 아니던가요?
전 끄아아... 쪽이기 때문에 예전부터 페라라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딱히 떠오르는 게 없어서 끙끙거리다 이 영화가 생각났습니다. 아주 페라라적인 영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이를테면 입문서라고 해야죠. 이 영화가 마음에 드신다면 페라라의 다른 영화를 보셔도 계속 즐거우실테고, 영 눈에 거슬리신다면 아마 이후로 페라라는 손도 대지 않으시겠죠.
이 영화의 원제는 입니다. '뉴욕의 왕'은 이 영화의 주인공인 프랭크 화이트(크리스토퍼 워큰)의 별명이지요. 프랭크는 재벌도 아니고 정계의 거물도 아닙니다.
암흑가의 두목이죠. 그런데 암흑가의 두목이 이런 별명을 얻다니 좀 이상하지 않으십니까? 더 이상한 건 암흑가의 두목에다 마약왕인 프랭크의 행동입니다. 거의 매번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데다 합법적인 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이민자와 빈곤층의 거리인 뉴욕 브롱크스 지역에 병원을 짓기 위해 거금을 희사합니다. 단순한 마약 거래상에서 '뉴욕의 왕'으로 탈바꿈하는 거지요.
마약왕이라는 프랭크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뉴욕 경찰들입니다.
합법적으로 죽을 고생을 다해(실제로 죽어가며) 범죄자를 잡아 넣어도 합법적으로(증거불충분, 보석, 기타 등등의 방법으로. 미국은 변호사의 나라 아니겠습니까?) 법망을 뚫고 나가는 것을 도저히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다고 울화를 터뜨리며 할로윈 때나 씀직한 가면을 뒤집어쓰고 '불법적으로' 범인들을 사냥하기에 이릅니다.
"프랭크 같은 자식들이 '뉴욕의 왕' 행세를 하는 걸 더 두고볼 수만은 없"기 때문이죠. 결국 경찰은 프랭크의 여자친구를 이용하는 방법을 쓰기에 이릅니다.
이렇게 되면 이미 경찰과 범죄자의 구분은 모호해집니다. 세련되고 의리를 지키기에 여념이 없는 범죄자, 합법으론 더 이상 정의를 지킬 수 없다고 판단하고 스스로 불법으로 뛰어드는 경찰.
기실 이들이 서로 죽고 죽이는 관계가 된 것은 상대가 자신의 동료를 해쳤기 때문입니다. 끈끈한 동료애로 뭉친 집단으로 동료의 복수를 위해서 상대를 죽여버리고 말겠노라고 다짐하는 모습은 갱스터들이나 경찰이나 똑같습니다. 구분이 되지 않죠. 경찰들의 허리춤에서 빛나는 뱃지만이 유일하게 이들 두 집단을 구분짓는 표식인데, 경찰들은 나중에 이것까지 내팽개치고 맙니다.
갱스터 조직을 모두 자신의 휘하로 집결시키며 조직의 합법화를 꾀하던 프랭크는 결국 동료의 복수를 하며 파멸의 길을 걷습니다. 그는 러시아워로 꽉 막힌 도로 한복판에 갇힌 택시 안에서 죽어갑니다. 길을 두고도 앞으로도 뒤로도 나갈 수 없는 역설적인 상황인거지요.
그러고보니, 이 영화에서 살아남는 사람은 하나도 없군요. 주인공은 물론이고 연인, 동료, 적, 누구 하나 살아남는 사람이 없습니다. 어떤 희망도 배제하고, 꽉 막힌 도로처럼 어떠한 방향도 제시하지 않고, 지극히 비관적인 결말만을 던져주고 그만둡니다.
범죄를 저지른 자들이 돈과 권력으로 법망을 비껴간다면 법이란 게 무슨 소용이지? 혹은 합법이길 포기한 경찰과 갱단과의 차이점은 과연 무엇이지? 아니, 이렇게 선도, 악도 분명치 않은 방향 없는 세상에서 산다는 것은 과연 어떤 의미가 있지?
프랭크의 죽음은 어떤 대답이 되는 것일까요. 혹은 죽음만이 유일한 대답인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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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10-04 17:40 |
ⓒ 2007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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