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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le 규칙 Engagement 약속. 약속의 규칙?? Engegement 에는 교전의 뜻이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교전의 규칙, 교전수칙, 이런 뜻이다. 27일 화요일 정동 ANC 에서 열린 Rules Of Engagement 의 시사회에 참석했다.
이 영화는 교전에 관한 영화이기 보다는 규칙에 관한 영화이다. 그러니까, 사뮤엘 잭슨의 제복 입은 모습과 영화 전반부의 '피튀기게' 실감나는 전쟁영화를 기대하고 관람한 관객들은 하나같이 실망하리라.
이 영화는 법정영화이다. 매트 데이먼이 주연했던, 레인메이커?, 뭐, 이런 류의 법정영화이다. 참고로, 필자가 법대 출신인 관계로 딱딱한 법정영화를 더 딱딱하게 해설할 지도 모른다. 이 점 양해하고 읽어주시길 간절히 부탁한다.
사뮤엘 잭슨, 토미 리 존스 두 연기파 배우가 주연한 Rules....는 총에 맞아 말그대로 '피튀기며' 병사들이 죽어가는 참혹한 베트남전을 배경으로 시작한다. 여기서, 샤뮤엘 잭슨 분의 칠더스 소위는 토미 리 존스 분의 부상당한 하지스 소위를 구출하며 전쟁 씬을 끝마친다. 그리고 나선, 28년 후의 중동 예멘으로 넘어가며, 지리한 법정영화가 시작된다.
미국대사관이 위친한 예멘의 사냐, 대사관 앞에서 예멘인들은 격렬한 시위를 벌이고, 대사를 구출하라는 명령이 칠더스에게 떨어진다. 그러나, 영화 처음에서 끝까지, 그들이 '왜?' 시위하는가는 설명되지 않는다. 영화에서는 오직, 예멘인들의 '폭력적'인 시위가 중요할 뿐이다.
예멘인들의 스나이퍼에 의해 미군 마린 3명이 죽어나가면서, 칠더스는 대사가족을 구출한다. 이 때, 등장하는 겁에 질린 대사의 어린 아들은 예멘인들의 폭력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클로즈업된다.
칠더스는 자신의 부하가 스나이퍼에 저격당하자, 시위대를 향한 발포명령을 내린다. 이로 인해 부녀자를 포함한 시위대 83명이 죽고 100명 이상이 부상당하며, 미국은 국제적으로 난처한 위치에 처한다.
이 영화는 법정영화이기도 하지만, 미국 영웅주의의 영화이기도 하다. 미국 대사관을 향해 화염병을 투척하고, 총을 쏴대는 시위대를 향해 총을 난사하는 마린은 미국 영웅이다. 칠더스가 빗발치는 총격을 피해, 목숨을 무릅쓰고, 성조기를 구출하는 장면은 너무나 숭고해 차라리 어처구니 없다.
결론이 뻔히 보이는 법정영화. 어떤 법정영화라도 주인공이 승리한다는 결론은 관객들에게 인식되어 있다. 하지만, 모든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의 치밀한 계획과 관중의 수준을 뛰어넘는 논리와 추리가 결론을 아는 법정영화에 빠져들게 하는 매력포인트이다.
이 영화에서는 키에누 리브스 주연의 '데블스 어드버킷'같은 논리는 없다. '데블스...' 에서 키애누는 성추행으로 초등하교 여학생으로부터 고소당한 수학선생님의 변론을 맡아, 수세에 몰리지만, 한순간 여학생을 평소에도 말썽이 많은 불량학생으로 몰고가, 그녀의 증언에 신빙성을 없애버림으로서 승소를 가져온다.
그러나, 이 영화는 논리 대신에 정보로 승부한다. 시위대에 총을 가진 폭도들이 있었다는 것을 감독은 관객이 인식하기에는 너무 짧은 1초간 보여줌으로서, 정보를 숨긴다. 따라서, 관객들은 영화 중반까지 칠더스의 유죄를 확신한다.
그러면서, 칠더스의 변호를 맡은 전우 하지스가 어떤 논리로 이 난국을 타개할 것인지 기대한다. 그러나, 감독은 논리 대신에 영화 중반, 시위대에 폭도가 있었다는 정보를 느닷없이 관객에게 보여준다. 이로 인해, 곧 바로 칠더스가 무죄라는 잘못된 믿음으로 빠져든다.
필자는 이 법정영화의 '법과 논리'를 문제 삼고자 한다. 전미 2주간 흥행 1위를 기록했다는 영화라지만, 노근리 사건 등등 실제 상황에 너무도 익숙한 한국 관객들은 이 법정영화의 흠 있는 논리와 추리를 지적해낸다.
영화에서, 보안위원회의 위원장은 시위대에 총을 가진 폭도가 있었다는 유일한 증거인 비디오 테이프를 인멸한다. 그래서, 하지스는 시위대에 폭도가 있음을 끝까지 증명해내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노근리 사건을 통해서, 탄흔의 각도로 총기가 어느 장소에서 발포되었는지 알아내는 분석을 본 바 있다. 대사관 건물에 박힌 수 많은 탄흔은 옥상에 있는 마린을 향해 지상의 폭도들이 총기 난사했다는 충분한 증거가 된다. 그러나, 감독은 관객들이 설마 그런 걸 알랴 했던 거 같다.
또한 문제 있는 것은, 영화 도중 수차례 반복되는 ' 미 대사관은 미국의 영토이다.' 라는 대사이다. 참으로 미국적인 사고 방식이다. 흔히 '치외법권'으로 얘기되는 대사관이 해당국가 영토라는 이론은 세계 제 2차 대전 이후로 국제법계에서 매도되기 시작하여, 현재에는 학계에서 그 종적을 찾아보기 어려운 이론이다. 미국인들의 생각에는 대사관도 자기 영토고, 주한 미군의 용산기지도 자기내의 영토이리라. 용산기지의 주소가 캘리포니아 주에 속한다는 것은 이미 우리 국민들에겐 상식이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가 결론내린 칠더스의 '무죄'가 문제된다. 시위대에 총기를 가진 폭도가 있었다면, 칠더스는 정당방위로서 무죄인가? 모르겠다. 정당방위를 폭넓게 인정하고, 배심원들이 심판하는 미국에서라면 모를까, 우리 법이론은 쉽게 이해가지 않는다.
영화에서 칠더스는 수차례 대사관의 뒤뜰을 왔다갔다 하며, 성조기까지 구출해 낸다. 마린 3명이 죽었지만, 그 중 1명은 정찰병이라 고개를 들고 있다가 죽었었고, 나머지는 난간을 벙커로 포폭하여 이동하면 된다.
칠더스가 수차례 왔다 갔다 한데서 드러났듯이 그들은 포폭을 해서 뒤뜰로 이동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마린은 옥상에 있었기 때문에 지상의 시위대에게 저격당할 수 있는 각도가 나오지 않는다. 또한, 칠더스는 시위대에 부녀자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아무리 용서해줘도 과잉방위이다. 무식하고 위험한 예맨 폭도들이 먼저 총을 쐈으니까, 부녀자가 있는 시위대를 향해 응사해도 무죄이다?? 보시는 사람의 가치관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가 보기엔 미국식 영웅주의의 발로이다.
2주간 전미 흥행 1위, 대 배우인 샤뮤엘 잭슨과 토미 리 존스 주연. 미국식 영웅주의 영화와, 두 배우의 연기를 존경하는 관객들에게 이 영화를 적극 추천한다. 실제로 이 두 배우의 연기는 지리한 법정영화에 대단한 감초 역활을 한다.
2주간 전미 흥행 1위를 한 영화가 이 정도라면, 이제 우리 나라의 영화도 충분히 승산 있다! 우리도, '생과부 위자료 청구소송'같은 법정영화에 영어 자막을 삽입하여 헐리우드로 보내자! 참고로,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듯하다. 영화가 끝나고, 나머지 등장인물들의 이후의 얘기가 해설된다.
이 영화는 2주간 전미 흥행 1위를 한 만큼 관객들을 끄는 요소들이 분명히 배치되어 있다. 중간에 다리가 잘린 어린 예맨 소녀, 총 쏘는 시늉을 하는 소년 등은 감동적이며, 영화 초반의 '피튀기는' 전쟁씬의 가히 충격적일 만큼 사실적이다.
다만, 필자가 염려하는 것은 예전에 브래드 피트가 주연하고 해리슨 포드가 주연한 '데블스 오운'처럼, 액션영화나 전쟁영화로 오해하고 보는 관객이 생기지 않길 바라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본 기자가 하니에 게재했던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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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06-28 18: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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