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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은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운동

00.01.31 00:00최종업데이트01.02.19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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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운동경기는 마라톤이다?마라톤 선수나 마라톤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맞아죽기 딱 알맞은 소리지만, 맞아죽을 때 죽더라도 나는 이 말에 동의한다. 마라톤은 정말 멍청한 운동경기다.다른 운동경기를 한번 보라. 축구? 공을 쫓아 죽을동 살동 쫓아다니긴 해도 경기시간 내내 뛰어다니는건 아니며, 전후반 사이에 10분이나 되는 쉬는 시간도 있다.권투? 서로 때리고 맞고 격렬하게 맞붙어 돌아가긴 해도 정 힘들다 싶으면 클린치를 통해 잠시 쉴 수 있고, 또 3분마다 한번씩 쉴 수가 있다. 뿐만 아니라 코치로부터 맛사지 등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다른 운동들도 대개 마찬가지다. 최소한 제 살 구멍은 남겨두고 몸을 혹사시킨다.그런데 마라톤은?마라톤은 42.195킬로미터를 달리는 동안 쉬는 시간이 없다. 가령 2시간 10분 정도의 기록을 내기 위해선 100미터를 18.5초에 달리는 속도로 계속 달려야 한다. 말이 그렇지 인간의 몸을 갖고 그렇게 뛴다는게 어디 가당키나 한 일인가? 쇳덩이로 만든 자동차도 1~2시간에 한번 정도씩은 쉬어주는게 좋다는데…. 그런 의미에서 마라톤은 가장 멍청한 운동경기이고, 지 팔자 지가 볶는다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경기다. 그러나 마라톤은 바로 그 멍청함 때문에 사랑받는 경기이기도 하다. 그 멍청함이 아니라면 어떻게 화려한 몸놀림 등으로 무장한 수많은 인기종목들을 제치고 당당히 올림픽의 피날레를 장식할 수 있을 것이며, 월계관의 영광을 독점할 수 있을 것인가?또 그 멍청함이 아니라면 1등 외의 다른 모든 것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인식이 점점 뿌리를 내려가고 있는 작금의 세상 속에서, 어떻게 완주를 한 것만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을 수가 있고, 꼴찌조차도 박수갈채를 받을 수가 있단 말인가?저 죽을 줄도 모르고 앞만 보고 죽어라 달리는, 마라톤은 정말 멍청한 경기다. 멍청해서 좋은 경기다. 멍청해서 감동을 줄 수 있는 경기이고, 멍청해서, 멍청해서 좋아해 줄 수 밖에 없는 경기다.경기를 보다 보면 모르는 결에 지친 선수의 얼굴이며 온 몸에 한줄기 시원한 물줄기로 스며들고픈 충동을 갖게 만드는, 그런 묘한 흡인력을 가진 운동경기다. 마라톤은.마지막 한 톨의 기운까지 몸 안의 기운이란 기운은 온통 쥐어 짜내 길바닥에 내던지는 듯한 극한의 느낌으로, 영원으로 이어진듯 가도 가도 끝나지 않는 길을 따라, 터질듯한 심장을 부여안고, 달린다는 것, 오직 앞만 바라보며, 결국 나의 적은 다른데 있지 않고 바로 내 안에 있음이라….무슨 얘기를 하고 싶어 이렇게 횡설수설하고 있느냐고?그냥 생전 처음으로 TV를 통해서가 아닌, 현장에서 직접 마라톤 경기를 본 소감을 적어본 것이다. 굳이 여기에 덧붙여 한 마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올림픽이나 국제대회 때만 반짝 하지 말고 국내 대회에도 좀 관심을 갖자는 것.국내에서 마라톤이 활성화돼야 좋은 선수들도 나올 수 있는거고, 좋은 선수가 많이 나와야 올림픽이건 국제대회에서건 좋은 성적도 기대할 수 있는게 아니겠는가? 그리고 또 한 가지, 화려한 것, 튀는 것이 아니면 주목받지 못하는 지금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끔은 마라톤처럼 화려하지도, 튀지도 않는 것들에 대해서도 좀 관심을 갖자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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