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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9일 일요일 정오 무렵, 나는 군산공설운동장 앞에 카메라를 들고 서 있었다. 일이 있어 군산쪽에 갔다가, 전주-군산간 전국 마라톤대회에서 이봉주 선수가 결승점에 골인하는 순간을 찍고 싶어졌기 때문이다.(집사람이 이봉주 선수 팬이라 사진을 갖다주면 좋아할 것 같아서)
10시에 전주종합운동장을 출발한 선수들이 결승점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아나운서 멘트가 계속되고 있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마라톤 행렬을 선도했던 것으로 보이는 경찰차, 경찰 오토바이 등이 속속 눈에 띠었다.
그리고 잠시 후 선두주자가 결승점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카메라를 들고 그를 예의주시하며 셔터를 눌러대기 시작했다. 그러나 가까워진 뒤 보니 그는 이봉주가 아니었다.
'이봉주라고 해서 맨날 1등만 하란 법이야 없겠지, 뭐'하고 느긋하게 생각을 하며 다음 주자를 기다렸다. 그러나 5등, 6등까지 기다려 봐도 이봉주는 들어오질 않았다.
세계대회도 아닌 국내대회에서, 이봉주의 실력으로 5~6위권 안에도 못 들어온다는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 나는 확인작업에 들어갔다. 이봉주가 출전을 하긴 한건지, 혹 중간에 부상을 당한건 아닌지 하는게 초점이었다.
확인 결과 이봉주는 20킬로미터 지점까지 2위권으로 달리다가 30킬로미터 지점에서 레이스를 포기했다는 것이었다. 이유는 당초부터 완주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는 것.
그가 전주-군산간 마라톤대회에 출전한 것은 전적으로 동료 형재영 선수의 페이스를 돕기 위해서였으며, 따라서 굳이 완주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봉주 선수의 결승점 골인 장면을 한장 찍어 보겠다며 1시간여를 허비한 나에겐 정말 너무 화가 나는 얘기가 아닐 수 없었다. 지가 무슨 얼굴마담도 아니고, 대회에 출전했으면 성적은 둘째 치고라도 최선을 다해 뛰는 모습만은 보여줘야 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봉주 선수에 앞서 하프 마라톤에 참가했던 황영조 선수가 뛰는 시늉만 내고 출발점에서 얼마 가지도 않아 레이스를 중단하는 모습을 보고 난 뒤라, 더 화가 났는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이 놈들이 배가 너무 불렀구나 하는 느낌이었다.
이날 결승점 부근엔 나처럼 마라톤대회보다는 이봉주 선수 얼굴 한번 보겠다고 서 있었던 사람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5~6명의 선수가 결승점을 지나도록 이봉주 선수가 보이지 않자 나처럼 의아해 했을 것이며, 사실을 알고 난 뒤엔 불쾌한 심정이 됐을 것이다.
사진찍기에 실패하고, 불쾌한 심정으로 마라톤대회를 위한 교통통제로 꽉 막힌 도로를 어렵게 빠져나오며 나는 내내 '지가 무슨 얼굴마담도 아니고…'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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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04-10 08:26 |
ⓒ 2007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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