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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란 스포츠는 원시적이고 간단한 경기방식에, 별다른 도구 없이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다는 이유로 전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축구가 보는 스포츠로도 자리 매김 할 수 있었던 것은, 골이 터지는 순간의 그 짜릿함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이 비주얼시대에도 축구가 여전히 각광받을 수 있는 이유다.
만약 골이 없다면, 축구경기는 100야드의 사각지대를 90분 동안 그저 왔다갔다하는 아주 지루하고 단순한 놀이에 불과할 것이다. 이처럼 축구에 있어 '골'은 그 경기의 흥미여부를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절대적인 요소이지만, 참여자의 입장에서는 '승패를 결정하는 잣대'로서의 골이 때론 모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선수들의 기량과 조직력이 뛰어나고 경기의 주도권을 장악하더라도 결정적으로 골문을 열지 못한다면 그 경기는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많은 슈팅을 기록하더라도 골네트를 흔들지 못한다면 단 한 점의 스코어도 얻을 수 없는 것이 축구다.
지난 3월 27일에 열린 대통령배 전국축구대회 남자부결승전. 경희대는 전 후반 내내 주도권을 장악하고 상대팀에 비해 월등히 많은 슈팅을 기록하고도 1대0으로 패하고 말았다.
수차례의 결정적인 찬스에서 쏜 슛이 번번이 골포스트나 크로스바에 맞거나 살짝 비켜나간 반면, 고려대는 후반초반 맞이한 역습기회를 골로 연결시켜 대통령배를 안았다.
이틀 후 열린 2000대한화재컵 성남일화와 전남드래곤즈의 경기. 홈팀 성남이 줄곧 수세에 몰리다가 상대수비실책을 곧바로 득점으로 연결시킨 반면, 후반 내내 파상공세를 펼친 전남은 골운 부족으로 분루를 삼켜야 했다.
이 두 경기에서처럼, 한 골을 넣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도 아쉽게 패한 팀으로서는 외형적으로 보이는 전력손실보다 정신적 타격이 더 뼈아프다. 그리고 이러한 모순(?)이 지니는 잔인함은 비중이 큰 경기일수록 더 오랜 여운을 남긴다. 이 여운을 간직하고 싶지 않다면 어떻게든 골네트를 흔들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가로 7.32m, 세로 2.44m의 직사각형공간(골키퍼를 제외하고)에 얼마나 많은 공을 집어넣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축구경기의 승패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직경 12cm의 기둥을 어떻게 피하는가에 그 관건이 달려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규칙자체가 통째로 바뀌지 않는 한 축구경기의 이러한 기현상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으며, 따라서 이 12cm의 함정까지도 극복할 수 있는 '진정한 실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곧 '골 결정력'이다.
'골대를 맞추면 진다'는 축구의 속설은 단지 속설이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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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03-31 15:35 |
ⓒ 2007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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