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성기(性器)와 파시즘의 싸움

'감각의 제국'을 향해 돌격 앞으로!

00.03.28 15:41최종업데이트00.03.28 20:51
원고료로 응원
장선우 감독의 '거짓말'에 이어 건전(?)시민단체들이 외설시비를 걸만한 영화.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감각의 제국'이 4월초 개봉 예정이다.

개봉에 앞서 3월 22일 정동의 시사회장에서 '예술이 되어버린 포르노그라피'라는 조금은 어색한 홍보전단의 카피를 읽으며 '감각의 제국'속으로 들어갔다.

'감각의 제국'의 두 주인공 이시다 키치조우와 아베 사다.
국민정서, 여론 그리고 도덕이라는 '창과 칼'로 감각의 제국 속 두 남녀가 '거짓말'의 제이와 와이처럼 난자당할 것만 같은 예감이 든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영화가 시작되면서 사다와 키치조우의 언행에 따라 객석에서는 느린 탄사. 낮은 야유. 작은 웃음 등이 번져갔다.
'감각의 제국' 마지막 장면은 '놀람 그리고 비명'으로 끝을 맺는다.

지금부터 영화가 시작할 때부터 따라다니던 역겨움이 익숙함으로, 나아가 자유로움으로 이어지는 제국 속의 황제와 황후의 뒤를 밟아 본다. 그들을 따라가면서 전쟁의 도화선에 불을 붙이는 창과 칼들을 생각하며...

다음 장면들은 우리의 상상을 불허하는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포르노적 상상력이다. 파시즘에 저항하는 성기의 저항학이다.

덜컹거리는 인력거에서 키치조우는 사다의 성기에 손을 넣는다. 사다는 생리중이라 말하지만 "괜찮다"라는 말과 함께 빨간 손가락을 빠는 키치조우.

키치조우의 술안주를 자신의 성기에 문지르고는 자신을 사랑한다면 맛있게 먹어주기를 바라는 사다의 말에 스스럼없이 안주를 음미하며 먹는 키치조우.

손님과 잠자리를 같이 하게 된 사다는 잠만 자자는 늙은 손님의 제안에 자신의 몸을 때려 달라고 외친다. "세게! 좀더 세게!"라고...

키치조우의 음모를 아주 사랑스럽게 가위로 잘라 맛있게 먹는 사다.

섹스 도중 사다의 제안에 늙은 기생(요정보다 노인정인 어울리는)과 섹스를 아주 태연스럽게 하는 키치조우.

오르가즘에 도달해 기절하는 늙은 기생.

섹스를 할 때 숨이 막히면 성기의 압축으로 쾌감이 극대화된다는 이야기를 나누고, 실습에 들어가는 둘.

몇 차례의 가벼운(?) 목졸림을 동반한 섹스가 만족스럽지 못했는지 저항의 수단인 키치조우의 두손을 묶고, 그들은 지상에서 마지막 섹스를 치룬다.

목을 조르다 그만두면 괴로우니 목 조르기를 그만두지 말라는 말을 남긴채 죽는 키치조우.

숨을 거둔 키치조우의 성기를 자르고, 그의 가슴에 '사다와 키치 둘이서 영원히'라는 문구를 피로 새기는 사다.

1936년에 있었던 실화였다는 자막이 오르며 이 영화는 끝을 맺는다.

영화의 시작된지 5분쯤 지났을까 사춘기 전후로 접했던 도색잡지와 포르노 그리고 B급 애로물과는 다른 정신적, 신체적 반응이 일어났다.
여느 때 느끼던 '흥분'과는 사뭇다른 '흥분'그것은 과연 무엇일까?

'자유로움'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제국의 황제와 황후인양 그들은 관객들로 하여금 역겨움이 익숙함으로 변하는 과정을 아주 자연스럽게 극대화된 자유로움으로 나타냈다.
사다와 키치조우는 육체의 자유로움을 넘어, 삶과 죽음의 자유로움이 존재하는 그들만의 제국을 만들어 생활하고 생을 마감하였다.

'감각의 제국' 개봉일은 4월 1일 만우절이다.
'거짓말'이라는 고지를 박살낸 우리시대의 도덕주의자들은 이젠 '감각의 제국'을 상대로 전쟁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 우리들의 고귀한 전통윤리와 도덕성을 항상 염려하시는 그들. 그들은 항상 '정상위'만을 고집할까?
감각의 제국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하지만 벌써부터 피바람의 전조가 일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황제 키치조우,황후 사다. 그들은 말한다.

"내 몸은 하나의 제국. 제국의 황제, 황후인 내가 나의 모든 감각을 자유롭게 통치하리라! 그 자유로움은 식욕, 성욕 나아가 삶과 죽음까지도 모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