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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막힌 공간에 가둬둘 수 없다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는 공포영화가 아니었다

00.03.27 00:55최종업데이트00.03.27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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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막힌 공간에 가둬둘 수 없다. 탈출구를 찾아 퍼덕이고 퍼덕이다 결국 새는 죽고 만다. 사람도 마찬가지. 꽃다운 우리네 아이들을 교실 안에 가둬둔다 해서 일류 대학에 잘 가고, 어른다운 어른이 되는 건 절대 아니다. 그건 그 시절을 지나온 기성세대가 더 잘 알고 있을 터.

(물론 난 기성세대에 편입된 세대는 아니다. '낀 세대'라고나 할까. 아니면 요즘 많이들 회자되는 386세대, 그 빛에 가려져 오히려 그들을 동경하는 297세대라고 해야하나.)

굳이 세대를 가르지 않더라도 학창시절에만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공통분모는 존재한다. 금기와 저항, 신비스러움과 호기심, 극단에 이르는 무모함 같은 것들.

'여고괴담'이라는 제목과 전편의 이미지를 완전히 뒤집어 놓은 속편.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감독 김태용·민규동)는 공포영화의 범주에 속하기 어렵다. 공포스런 분위기와 사회적인 문제를 접목시켜 흥행에 성공한 전작과 달리 이 속편은 성장기 영화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앞서 지적한 금기와 저항, 비밀, 무모함 등이 뒤섞인 아이들의 정신적인 방황과 이들을 바라보는 현실은 절묘한 이미지 컷들로 연결되어 상당히 세련된 화면을 보여준다.

영화는 한 여자아이가 발목을 묶은 다른 여자아이를 버리고 홀로 물 밖으로 솟구치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마치 다시 세상에 태어나 새롭게 출발하듯.

여고를 나온 사람이라면 직접 해보진 않았어도 주변에서 비밀스럽게 돌아다니는 교환일기를 알고 있을 것이다. 무슨 고민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그리도 많은지... 교환일기를 통해 토해내는 것들은 여고생이란 사회적 지위에서 접하고 알 수 있는 세상의 부분이 의외로 넓음을 시사한다. 부모와 교사들이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그들의 세계는 훨씬 깊숙이 어른들의 세계와 접해 있지만 그에 비해 순수하다.

교환일기를 통해 둘만의 세계를 공유하던 주인공은 시은과 효신. 시은은 육상선수로 보이쉬한 스타일이고 효신은 여성스럽고 조숙한 전형적인 사춘기 여고생이다. 이들의 일기장 속엔 무수한 상징과 코드로 이들의 내면을 표현하고 있고, 비밀들로 안내해 주고 있다. 우연히 일기장을 얻게된 민아는 이들의 비밀을 하나둘 알아가게 되는데...

수업이 없는 음악실, 옥상에서 밀회(?)하는 시은과 효신. 지루한 수업과 자율학습에 찌든 교실을 벗어나 그들만의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학교 안의 탈출구. 우리의 아이들에겐 이런 것이 필요한 게 아닐까. 머리카락의 길이나 이름표 달기, 교복 매무새 따위의 규칙에 묶여 숨도 제대로 쉴 수 없는 학교가 아니라 이제 막 피어나는 감수성과 정열을 제멋대로 표현해낼 수 있는 그런 곳. 그렇지 않으면, 결국 새는 자유를 찾아 날아가 버리니까.

마지막 비상구로 죽음을 택한 효신. 그 아이가 진정 원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난 죽을 수도 있어"라며 애절하게 붙잡던 친구에게 버림받은 데 대한 원망? 아니면 남보다 튀는 자신을 이상한 애로 취급하는 동급생들의 따돌림에 대한 복수였을까?

사람은 사람 속에 살아간다. 그것이 좋든 싫든 간에 자신에게 꼭 맞는 현실사회는 존재하지 않는다. 사회에 나를 맞출 것이냐 아니면 튕겨져 나갈 것이냐의 선택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이라면 방법일 것. 일기장을 주은 민아가 둘만의 세계를 공유하고 그 둘만의 공간을 발견할 때마다 그 주변을 서성이던 효신의 혼은 오히려 한(恨)이 풀려가지 않았을까 싶다. 효신이 원한 건, 일기장에 적힌 주문처럼 "Momento Mori(죽음을 기억하라)"였으니까...

내면을 깊숙이 두드리는 듯한 느낌. 흠이 없는 영화는 아니지만, 이 느낌만은 그대로 전하고 싶어 이 글을 쓰게 되었다. 부디 보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다양한 해석과 반론이 덧붙여지기를...

어떤 면에서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는 '컬트영화'라는 해석도 있다. 인터넷엔 벌써 매니아들이 생겨났고 독자적인 사이트(http://my.netian.com/~cria)까지 개설돼 운영 중이다.

덧붙이는 글 | 좋은 정보 하나,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 노컷 상영회. 
2000년 4월 9일(일) 영등포역 하자센터

2000-03-27 00:58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좋은 정보 하나,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 노컷 상영회. 
2000년 4월 9일(일) 영등포역 하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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