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전이 불투명한 대기선수로 오랜 기다림끝에 파네빅 등 유명 선수의 기권으로 미PGA투어 도랄 라이더컵(총상금 300만달러) 출전권을 겨우 따낸 최경주(30)가 1라운드에서 2오버파 74타로 공동110위에 그쳤다. 3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블루몬스터GC (파 72)서 시작된 이 대회 첫날 최경주는 2오버파로 하위권에 처져 컷오프를 통과(70명 타이)하려면 2라운드 때 적어도 3타 가량을 줄여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 데뷔전인 소니오픈 등 출전 3개대회 모두 컷오프서 탈락, 무일푼으로 전전하다, 랭킹 64위까지의 상위 랭커들이 앤더슨컨설팅 매치플레이챔피언십에 출전하는 틈에 지난주 투산오픈에서 첫 컷오프 통과와 함께 6,000달러의 상금(공동 69위)을 처음으로 받은 최경주. 계속되는 부진으로 그의 선전을 기대하는 우리를 안타깝게 하는 최경주. 그의 부진 이유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현격한 실력 차이다. 사실 우리들은 박세리, 김미현, 펄신 등 한국의 여자 골퍼들이 잇달아 미 LPGA를 석권하자 PGA도 수준이 그 정도쯤 아닐까 생각했다. 실제로 최경주가 작년 브리티시오픈에서 컷오프를 통과하고 작년말 Q스쿨을 통과해 올해 PGA출전권을 따낼 때만해도 PGA를 전혀 오르지 못할 나무로 생각하지 않았고, 아니 곧 최경주가 승전보를 전해올 것으로 기대했다. 최경주 선수가 작년 일본 투어에서 2승을 올리고, 브리티시 오픈에서 컷오프를 통과하고, 작년 초청 케이스로 첫 출전한 PGA '99메모리얼토너먼트에서는 고인이 된 페인 스튜어트 등과 공동 24위를 차지한데 이어 아시아 최고의 선수로 선발된 자랑스러운 한국의 골퍼이기는 하지만, 미 PGA 올해의 성적만으로 보면 이러한 수사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최경주 선수는 부진의 이유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드라이버, 아이언 샷에서 기존 스타들에 크게 뒤지지 않지만 “웬일인지 퍼팅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그린에 설치된 컵이 자꾸만 외면했다”며 “이러다간 스스로 무너져 내릴 것같아 두려웠다”고 말한다. 이 과정에서 캐디(데이비드 캐시 커)와 마찰을 일으켜 “스스로 백을 맨 채 투어에 임할 생각까지 들었다”고도 했다. 또한 캐디는 “최경주의 샷이 미PGA투어 프로중에서도 좋은 편이다. 그런데도 좀처럼 기회가 오지 않아 안타까운 마음에 짜증을 부렸다”고 사과한 뒤 “지난해 Q스쿨때 최경주를 본 순간, 미국투어서도 통할 수 있다고 믿었다”며 상금사냥에 동반할 기회를 요청했다고 한다. 그러나 모두 착각이다. 우리 모두도 착각하였고 실제로 최경주 선수 자신도 착각하고 있다. 착각이라고 하는 것은 기록으로 나타난다. 최경주 선수는 본인의 주장과는 달리 퍼팅 뿐만이 아니라 골프 통계기록의 모든 면에서 현재 미국 PGA의 최하위권이다. 구체적으로 최경주 선수가 올해 참가한 4개 대회 11개 라운드의 성적을 살펴보면 분명해진다. 우선 아마츄어 골퍼를 비롯하여 모든 골퍼들이 중요시하는 드라이브 비거리에서 최경주선수는 116위인 264.7야드를 기록하고 있다. 1위인 존델리의 303.7야드나 11위인 타이거 우즈의 280.5야드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거기다 드라이브의 페어웨이 안착율은 64.7%, 113위로 PGA 상위권 선수들과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일반적으로 PGA나 LPGA 상위권 선수중에 물론 비거리가 짧은 선수가 있지만 이런 선수들은 정확도에서 앞선다. 올해 미 PGA 드라이브 페어웨이 안착율 80%대의 1-3위까지 선수는 모두 최경주와 비슷한 260-270야드 드라이브 비거리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최경주 선수의 경우 드라이브의 비거리나 정확도에서 우리가 예상한 것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에서 폭발적인 장타력으로 '필드의 타이슨'이라는 별명을 가진 최경주 아닌가. 기술적으로 최경주 선수의 스윙은 낮고 큰 백스윙에 의한 장타자라기 보다는 살짝 들어올리는 듯한 업라이트 백스윙이다. 역도선수 출신으로 워낙 힘이 좋은 최경주이기에 이 정도의 스윙에 따른 비거리로도 아시아권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최경주의 무대는 이제 세계다. 비거리가 나지 않으니 자꾸 힘이 들어가 정확도가 떨어지고, 또 드라이브가 짧으면 상대적으로 긴 클럽으로 세컨드샷을 해야하니 온그린 확율은 더욱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실제 기록으로 살펴 보면 최경주의 온그린 확율(GIR)은 63.1%로 142위이다. 상위권의 75%대와 많은 차이를 보인다. 골프의 영원한 숙제인 거리와 정확성. 모두 다 중요하겠지만 최경주의 파3 숏홀 버디 확률 118위, 파3홀 스코어 66위는 각각 미들홀 147위, 159위나 롱홀 120위, 144위보다 좋았다. 즉 거리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숏홀 성적이 좋았다. 최경주의 올해 미 PGA 성적은 평균 타수는 72.75타로 165위 최하위권이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 비거리가 짧은 것을 그 첫번째 원인으로 지적하고자 한다. 비거리 향상을 위해 시즌 중에 스윙 폼을 교정한다는 것은 무리이다. 비거리 향상은 모든 골퍼의 숙제로 쉽지 않은 주문인줄 안다. 그전까지라도 최경주 선수는 퍼팅이 안된다며 그린위에서 부담감을 갖지 말고, 우선 드라이브샷과 아이언샷을 좀더 정교하게 가다듬어야 하겠다. 그리고 올겨울 비거리향상을 위한 노력을 기대하여 본다. 지난 겨울 최경주는 비거리 향상을 위해 스윙 폼의 교정을 권유하던 미국 코치의 제의를 거절한 바 있다. 올 동계훈련에서도 최경주선수가 똑같은 우를 범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만약 근육질 발달에 의한 유연성 부족으로 스윙 폼의 교정이 힘들다면, 코리페이빈 같은 '숏게임의 마술사'가 되지 않는 한 최경주 선수의 미국 PGA 상위권 진입은 난망하다. 플레이가 풀리지 않아 주위의 사람들에게까지 투정을 부렸다는 최경주. 저 남해 촌놈 최경주가 지금까지 헤치며 이겨낸 역경을 우리는 안다. 최경주의 올해 부진한 성적을 누가 비난하겠는가. 지금까지 이루어낸 것만으로도 그는 우리의 자랑이다. 우리는 당장 최경주의 우승을 바라지 않는다. 목표한 바를 이루어 냈던 자신의 뚝심을 지켜봐 줄 것을 주문하는 최경주의 겸허한 변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