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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년 영국월드컵-북한과 대결 피하려 벌금내고 예선불참

[연재]눈물의 월드컵 도전기-3

00.03.03 17:17최종업데이트00.03.08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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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년 영국월드컵-북한과 대결 피하려 벌금내고 예선불참62년 칠레 월드컵에서 본선진출이 허망하게 좌절된 후 대표팀은 와신상담의 각오로 4년동안 칼을 갈았지만 이번에도 굳게 닫힌 본선무대의 빗장은 결국 열리지 않았다.첫번째 암초는 62년 대회에 이어 계속된 FIFA의 농간. 세계의 축구는 오로지 유럽과 남미뿐이라는 오만한 착각에 빠져 있던 FIFA는 아프리카, 아시아, 오세아니아 지역을 하나로 묶어 예선을 치르게 했다. 여기에 반발한 아프리카 15개국은 월드컵 보이콧을 선언했다. 그런데 이로 인해 예선전을 치를 나라수가 대폭 줄어들면서 한국과 북한이 예선에서 맞붙게 됐다. 그런데 이것이 그만 한국의 월드컵 불참 이유가 되고 말았다.그 당시 북한은 국제대회에서 29승 1패를 기록하며 아시아의 신흥 축구강국으로 부상하고 있었다. 이러한 막강한 전력의 북한과 예선을 치르게 되자 박정희 정권은 고민에 빠진다. 지난 대회와 달리 박정희는 66년 월드컵 예선을 통해 자신의 불안한 정치기반을 다져보자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예상치 못하게 난적 북한을 만나게 된 것이다.결국 북한과의 승부를 `이기지 못할 도박'이라고 판단한 박정희는 5천달러라는 그당시로서는 엄청난 거금을 벌금으로 내면서 예선 불참을 선언했다. 박정희의 이러한 속보이는 `꼼수'에 대표팀은 예선전에도 나서지 못하고 또다시 억울한 눈물을 흘려야 했다.그런데 66년 영국월드컵 본선에서는 예선에도 참가 못한 한국팀의 회한을 풀어주는 `통쾌한 드라마'가 북한에 의해 펼쳐진다. 북한은 프놈펜에서 열린 아프리카·아시아 지역 예선에서 강자 오스트리아를 두차례에 걸쳐 6-1, 3-1로 잇따라 대파하고 영국행 티켓을 손에 쥔다. 이때까지만 해도 축구강국들이 갖고 있던 북한에 대한 이미지는 키작고 까무잡잡한 피부에 철저하게 단체생활을 하며 외출을 일절 하지 않는 수수께끼팀이라는 것.그러나 본선 경기에 돌입하면서 세계무대에서도 통하는 북한의 `실력'이 드러난다. 북한은 지난 62년 대회에서 3위를 차지한 칠레와의 첫 경기에서 스피드와 체력, 투지가 넘치는 공격 축구로 1-1 무승부를 기록하게 된다. 북한을 보는 다른나라의 시선이 이때부터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다.북한이 일으킨 `영국대첩'의 절정은 그 다음 8강진출을 놓고 벌인 이탈리아와의 일전.이탈리아는 북한과 비긴 칠레를 2-0으로 가볍게 제압한 상태로, 북한을 적으로 생각하지도 않았다. 월드컵에 조그마한 관심이라도 있는 사람은 누구나 이탈리아의 낙승을 예상했다. 그러나 1966년 7월 19일, 마침내 그라운드에서 맞서게 된 두팀의 경기양상은 사람들의 예상을 완전히 뒤집었다.이탈리아는 초반부터 스트라이커 리베라를 중심으로 경기의 주도권을 장악하고 북한의 문전을 어지럽혔으나 굳게 닫힌 북한의 골문은 열릴 줄을 몰랐다. 박두익, 한봉진, 김봉환을 주축으로 한 북한의 공격은 전반35분, 이탈리아 선수 1명이 퇴장한 틈을 놓치지 않고 불을 뿜는다. 북한의 공격수들은 `빗자루 수비'로 유럽 수비축구의 맹주를 공인받은 이탈리아를 이른바 '사다리 전법'으로 흔들어댔다. 이 전법의 위력이 빛을 발한 것은 전반42분. 하정원이 이탈리아 진영 오른쪽에서 날아온 공을 머리로 받아 중앙으로 띄워 올리자, 문전에 형성된 사다리꼴 대형이 꿈틀하더니 `동양의 진주' 박두익이 총알처럼 튀어나오며 강하게 찬 땅볼슛이 눈깜짝할 사이에 그대로 이탈리아의 네트를 가른 것이다.예기치 못한 실점에 당황한 이탈리아는 후반 총공세를 펼쳤으나 북한의 악착같은 수비를 뚫지 못하고 `아시아에서 온 촌놈'에게 결국 1-0으로 무릎을 꿇고 말았다. 한민족이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거둔 첫승리였다. 이날 북한의 승리는 66년 영국대회 뿐 아니라 `월드컵 이변사'의 최고를 다툴만한 대파란이기도 했다.이탈리아를 이겨 8강에 진출한 북한이 다음으로 만난 팀은 포르투갈.자신감과 사기가 하늘을 찔렀던 북한은 휘슬이 울린 지 23초만에 전광석화 같은 박승진의 30미터 중거리 슛이 네트를 가르면서 포르투갈전을 시작했다.선취점을 얻고도 쉴틈없이 몰아치는 북한의 파상공세에 포르투갈은 이어 21분 이동운에게, 곧바로 23분 양성국에게 2번째와 3번째의 골을 헌납한다. 기적의 4강진출이 눈앞에 온 것이다.그러나 이탈리아가 북한에 패할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듯이 3점을 앞서있던 북한이 포르투갈에 패할 것도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전반27분 교체투입된 포르투갈의 `검은 표범' 에우제비오. 그가 탈락의 벼랑에 몰려있던 포르투갈을 구했다. 교체되어 들어오자마자 아프리카 초원을 달리는 맹수처럼 질주하기 시작한 에우제비오는 시모스로부터 날아온 공을 그대로 득점으로 연결시켜 대반격의 신호탄을 올린다.이어 전반 종료 3분전 신영규의 반칙으로 얻은 페널티킥을 성공시킨데 이어 후반 11분, 33분 각각 페널티킥과 헤딩슛을 골로 연결시켰다. 스코어는 3-0에서 졸지에 3-4.북한은 이 어처구니없는 사태를 수습하려고 경기막판까지 혼신의 힘으로 그라운드를 누볐지만 결국 추가득점에 실패하고 만다. 에우제비오는 이 경기에서 4골을 혼자넣는 활약으로 `유럽의 펠레'라는 별명을 얻으며 이대회 최우수 선수로 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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