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방송된 KBS 2TV <이야기 쇼 두드림> 3회에 출연한 배우 박신양

17일 방송된 KBS 2TV <이야기 쇼 두드림> 3회에 출연한 배우 박신양 ⓒ KBS


서울대 김난도 교수가 상처받은 학생들의 멘토가 되어 위로를 해준 책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2011년도 변함없이 베스트셀러의 목록에 올라와 있다. 올 한해에도 사람들은 힘이 되어주는 따스한 위로의 한 마디에 여전히 목이 마르다.

KBS 2TV <이야기 쇼 두드림>(이하 <두드림>)은 그런 우리 사회의 멘토에 대한 갈증을 토크쇼의 형태로 풀어보려 한 의도로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멘토가 될 만한 게스트를 초청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그들에게 묻고 싶은 질문을 하면서 이 시대 청춘들에게 길을 열어주고자 한다.

17일 방송된 <두드림>의 게스트는 박신양이었고, 청중은 연기를 전공하는 학생들이었다. 그가 살아오면서 어떤 어려움을 겪었으며 안민수 교수와 유리 미하일로비치 압숄로프 교수등의 멘토의 덕으로 어떻게 그 난관을 극복했는지 짤막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서 송승환·황석영·신해철·김용만 등의 네 MC와 함께 '이것이 꼭 있다' '뜨거운 검색'이란 코너를 통해 박신양이라는 배우를 좀 더 알아보는 자리를 가졌다.

배우로서의 멘토링 아닌, 콘서트 홍보 위주 아쉬워

애초에 <두드림>은 '멘토'라는 프로그램의 설정을 가지고 시작한 것이기에 모든 내용이 그 자리에 참석한 박신양을 닮고 싶은, 혹은 박신양처럼 되고 싶은 학생들, 그리고 시청자들에게 무언가를 주어야 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게스트의 어려움이 부각되고, 이를 극복한 과정 자체가 아름답게 묘사될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한계가 드러나는 건 MC들도 마찬가지인 듯 했다. 박신양이라는 배우의 존재감이 만만치 않다 보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지식인 황석영이나, 예술인 송승환조차 일관되게 그에게 '존중'을 넘어 오글거리는 '칭송' 모드였다. 그 자리에서 유일하게 바른 말을 할 것 같던 신해철도 기껏해야 '박신양 외계인설'이나 유포하는 식이니.

이제는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존재감을 가진 배우 박신양은 한 때 힘없는 목소리 때문에 죽고 싶을 만큼 좌절을 느꼈고, 이를 극복하기까지의 과정을 이야기했다. 고학년이 되어서도 무대 청소를 마다하지 않으면서 자신을 갈고 닦았던 그는 자신이 겪은 어려움을 후배들에게 번복하게 하고 싶지 않아 'FUN 장학회'를 설립했다. 어려웠던 시절에 대한 이야기는 이런 식으로 장학회 기금 마련을 위한 콘서트 홍보까지 이어졌다.

결국 그는 12월 말에 하는 장학기금 마련 콘서트를 홍보하러 이 자리에 나온 것으로 보였다. 박신양은 배우라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멘토링을 할 만한 사람이다. 하지만 꼭 장학회 기금마련 콘서트 홍보가 목표였다면, 어설픈 감동으로 포장하기보다 차라리 이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훨씬 설득력이 있었을 것 같다.

멘토쇼의 한계, 토크쇼와 무엇이 다른가?

 <이야기 쇼 두드림>의 4명의 MC, 김용만·송승환·황석영·신해철

<이야기 쇼 두드림>의 4명의 MC, 김용만·송승환·황석영·신해철 ⓒ KBS


KBS는 이미 <명작 스캔들>에서 김정운 박사와 조영남이라는 이색 조합을 맞춰 색다른 토크쇼의 지평을 열었다. 이의 안착에 힘입어,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소설가 이외수와 김정운 박사의 조합을 다시 한 번 시도해 보기도 했었다. 일련의 사회적 명사들을 TV로 모셔오는(?) 시도의 연장선상에 <두드림>도 놓여 있다. 그리고 황석영 소설가와 연극 기획자 송승환은 대한민국에서 그 누구보다도 멘토로서 자격이 넘쳐나는 사람이다.

그런데, 과연 이야기쇼 두드림에서 이들은 제 몫을 다해내고 있을까?

<명작 스캔들>은 애초에 기존의 명작을 두고 새로운 해석을 하는 프로그램이기에 조영남과 같은 기인이나, 심리학자의 김정운 박사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두드림>에서는 기복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제 막 가요계에 들어선 허각이나, 아직은 어린 원더걸스라면 저명한 MC들의 몫이 커지지만, 박신양과 같은 거물, 혹은 박신양을 넘어서는 명사가 게스트라면 결국 칭찬만 하다마는 손발이 오그라드는 상황이 펼쳐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최근 90년대의 명 MC 주병진이 화려하게 돌아와 MBC에서 <주병진쇼>를 여는 등, 한 사람의 게스트를 놓고 속 깊은 이야기를 들어보는 토크쇼가 많아졌다. 이미 KBS에도 <승승장구>라는 토크쇼가 존재한다.

<두드림>이 지금처럼 특정 홍보를 빌미로 멘토쇼에 나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식이라면 과연 타 방송국이나, 심지어 같은 방송국의 1인 게스트 토크쇼와 어떤 차별성을 가질 수 있을까? 그리고 멘토쇼라는 거창한 타이틀이 붙은 쇼에 과연 꼭 연예인이 나와야 하는 걸까?

무엇보다, 과연 이 시대 청춘들에게 멘토를 해주려는 프로그램이라면 어떤 방식을 가져야 할까? 그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신변잡기 질문이나 해대는 식이 톡톡 튀는 발랄한 감수성을 가진 젊은이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라는 근본적인 고민을 해보아야 할 것이다.

박신양 이야기쇼 두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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