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고야=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19일 일본 나고야 미즈호공원 육상경기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개회식에서 한국 선수단이 입장하고 있다. 2026.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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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이 4일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대한민국 선수단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39개, 은메달 43개, 동메달 68개를 획득하며 종합 3위를 기록했다.
1위는 대회 12연패에 성공한 중국(금 169·은 89·동 83), 2위는 역대 최고 성적을 달성한 개최국 일본(금 83·은 95·동 91)이 기록했다.
대회 개막 전 대한체육회는 금메달 최소 40개 이상을 목표로 내세웠으나 목표에 다소 미치지 못했다. 한국 스포츠가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40개를 넘지 못한 것은 1982년 뉴델리 대회(28개) 이후 44년 만이다.
한국은 1954년 2회 마닐라 대회부터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다. 역대 최고 성적은 2002년 부산 대회로 금메달 96개를 수확했다. 두번째로 좋은 성적을 거둔 1986년 서울 대회에서는 금메달 93개를 따내며, 부동의 1위였던 중국(94개)을 AG 역대 최소 격차인 1개 차이까지 바짝 추격하기도 했다. 한국은 1986년부터 2014년 인천 대회까지 8회 연속 금메달 50개 이상을 수확했고, 이 기간 7번이나 종합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홈에서 열린 2014년 인천 대회를 끝으로 한국의 성적은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대회에서 금메달 49개로 9회 연속 50개 기록에 실패했고, 2023년 항저우 대회에서는 42개, 그리고 이번 아이치·나고야 대회에서는 39개까지 줄어들었다. 한국은 중국에 이어 일본에도 밀리며 3회 연속 3위를 기록했다.
2위 일본과의 금메달 격차도 2018년에 26개(일본 75개), 2023년에 10개(일본 52개)였으나, 이번 대회에서는 일본에 44개나 뒤지며 격차가 두 배 이상 벌어졌다. 이는 일본이 아시안게임 1위를 차지했던 1978년 방콕 대회의 52개(일본 70개, 한국 18개로 3위) 이후 48년 만의 최대 격차다. 홈 어드밴티지를 등에 업은 일본은 자국의 아시안게임 역대 최다 금메달 기록을 경신했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믿었던 '효자 종목'들의 부진이었다. 세계 최강으로 꼽혔던 양궁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3개, 동메달 3개를 수확했으나, 명성에 비하면 저조한 성적이었다. 이우석이 리커브 남자 개인전, 김종호가 컴파운드 남자 개인전에서 각각 우승했고, 리커브 남자 단체전에서도 금메달을 수확했다.
하지만 여자부에서는 개인, 단체전과 남녀 혼성을 포함하여 사상 최초로 아시안게임 '노골드'의 수모를 당했다. 이번 대회 급성장한 인도 양궁의 돌풍을 비롯하여, 한국 지도자들의 세계 진출로 인한 노하우 전수, 세계적으로 데이터와 기술력 향상으로 인한 경쟁국들의 상향 평준화가 원인으로 꼽힌다. '스포츠에 영원한 승자는 없다'는 격언처럼 전통적으로 강세 종목의 선수와 협회도 이번 대회 양궁의 부진을 통하여 자극을 받아야 할 대목이다.
수영도 지난 2023년 항저우 대회 때 금메달 6개를 수확했던 것과 달리, 이번 대회에선 금메달 1개, 은메달 6개, 동메달 13개에 그치며 '황금세대'라는 기대에 못 미친 성적을 거뒀다. 단거리 샛별 김영범이 남자 자유형 50m에서 아시안게임 신기록을 작성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믿었던 김우민의 부상, 황선우의 부진이 아쉬웠다.
격투 종목 역시 고전을 면치못했다. 유도는 허미미가 여자 57㎏급에서 유일하게 금메달을 따내며 자존심을 지켰으나, 다른 부문에서는 은메달 3개와 동메달 4개에 만족해야 했다. 단체전 등 일부 부문에서는 편파 판정 논란까지 나오며 아쉬움을 남겼다.
태권도 역시 품새 2개와 겨루기 1개 등 금메달 3개와 동메달 4개에 만족해야 했다. 품새 종목에서 윤규성, 정하은이 선전했고, 여자 68㎏ 초과급 금메달을 차지한 송다빈이 유일하게 겨루기 종목에서 한국 태권도의 자존심을 지켰다. 레슬링은 그레코로만형 남자 130㎏급의 김민석이 동메달 하나를 획득하는 데 그치며 역대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기초 종목인 육상은, 중국(금메달 17개), 일본(10개)과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 한국신기록만 3개가 나오는 등 성과가 전혀 없지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동메달 3개(남자 하프마라톤 경보 최병광, 남자 높이뛰기 우상혁, 남자 4×100m 계주 대표팀)에 그치며 아쉬움을 남겼다. 탁구 역시 간판 장우진의 부진 속에 남녀단체전과 혼합복식에서 동메달만 세 개를 획득하며, 1958년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 채택 이래 처음으로 '노골드 앤 노실버'의 수모를 겪었다.
반면 배드민턴과 펜싱은 세계 최고 스타들을 앞세워 자존심을 지켰다. '셔틀콕 여제' 안세영이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사상 최초로 여자 단식에서 2회 연속 우승과 상대에게 한 세트도 내주지 않은 퍼펙트 우승을 달성하는 쾌거를 이뤘다. 여자 복식의 이소희-백하나 조도 금메달을 따냈고, 남자 단식에서는 유태빈이 깜짝 동메달을 획득하며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펜싱은 오상욱이 남자 사브르 개인전과 단체전 모두를 휩쓸며 세계 최강임을 다시 확인하고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 MVP로 선정됐다. 펜싱은 금메달 4개, 은메달 4개, 동메달 2개를 쓸어 담으며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 중 단연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사격은 추가은이 여자 10m 공기권총에서 종목 첫 금메달을 쐈고, 이건혁이 남자 25m 속사권총에서 개인전과 단체전을 모두 석권해 2관왕에 오르며 3개의 금메달을 수확했다. 당초 목표했던 금메달 5개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은메달 5개, 동메달 4개를 추가하며 2023년 항저우 대회 금 2개(은 4개, 동 8개)를 뛰어넘고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 참가 종목 가운데 최다 메달 획득 기록을 세우며 사격 강국의 자존심은 지켰다.
단체 구기 종목에서의 선전도 돋보였다. 프로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 야구와 축구, 농구에서 금메달이 쏟아졌다. 야구는 아시안게임 5연패, 남자 축구가 4연패를 각각 달성했다. 여자축구는 중국을 11년만에 격파하고 동메달을 달성하며 자존심을 지켰다. '우생순' 신화의 주인공 여자 핸드볼도 일본을 꺾고 8년만에 금메달을 탈환했다.
특히 농구는 상대적으로 메달 가능성이 낮게 전망되었으나,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원정 대회 사상 최초이자 12년 만의 남녀 동반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여기에 대학생 4명으로 팀을 꾸린 남자 3×3 농구까지 금메달, 여자는 동메달을 각각 수확하며 농구에서만 총 4개의 메달(금3, 동1)이 나오는 쾌거를 이뤘다.
반면 남녀 배구는 4대 구기종목 중 유일하게 2회 연속 남녀 동반 노메달의 수모를 피하지 못했다. 남자 핸드볼 역시 4위에 그치며 또다시 노메달에 그쳤다. 또한 야구와 축구는 우승에도 불구하고 경기 외적으로 노시환(야구), 양민혁, 이기혁, 박승수(이상 축구) 등 인기 종목 스타 선수들이 우승 이후 병역 특례 등과 관련해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언행이 속출하며 뭇매를 맞았다. 이는 시대에 뒤떨어진 '아시안게임 병역특례 제도의 적절성'에 대한 논란을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
이밖에도 신생 종목인 테크볼을 포함해 카누, 승마, 요트, 스케이트보드, e스포츠 대전 격투, 크라쉬, 기계체조 등 상대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덜 받았던 종목에서도 값진 금메달이 나왔다. 이번에 처음 정식 종목으로 도입된 테크볼에서는 생업을 포기하고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화제가 된 이준석이 남자 단식 금메달을 따며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요트 전설 하지민은 생애 4번째 금메달을 수확했고, 15세 막내 최지운은 남자 보이스 딩기 부문에서 정상에 올랐다. 조광희와 김효빈을 앞세운 카누에서도 금메달 2개를 수확했다. 여자 기계체조에서는 '10대 신성' 황서현이 평균대에서 40년 만의 금메달을, '레전드 여홍철의 딸' 여서정이 도마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부녀 멀티 금메달리스트'라는 대기록을 각각 수립했다.
또한 e스포츠는 '페이커' 이상혁(T1)을 앞세운 리그 오브 레전드(LoL) 대표팀이 2연패를 이루는 등 금메달 2개를 획득하며 게임 강국의 명성을 증명했다. 평균 연령 41.7세의 한국 최고령 선수단이었던 e스포츠 격투 게임 부문에서는 이광노, 배재민, 연제길이 항저우 김관우에 이어 '중년 오락실 감성'을 다시 일깨우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한편으로 이번 아시안게임은 역대 최악의 대회 운영이 끊임없이 도마에 올랐다.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는 '친환경, 저비용'을 명분으로 극단적인 비용 절감을 추구했다가 대회 기간 내내 선수단의 숙소, 수송, 식단 등을 포함해 수많은 문제를 드러내며 비판에 직면했다.
한국 대표팀도 대회 내내 온갖 피해를 입는 사례가 속출했다. 하키 대표팀 경기에서는 애국가 대신 북한 국가가 흘러나오는 대형사고가 벌어졌다. 남자농구 대표팀은 결승 한일전을 앞두고 선수 수송용 버스가 오지 않아 훈련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는가 하면, 결승에서는 석연치 않은 홈콜로 어려움을 겪었다. 여자 농구대표팀은 선수단 라커 배정, 조 1위를 했음에도 경기 시간 오전 배정 등 여러 가지 텃세에 시달렸다. 남자 축구에서는 우승 직후 시상식에서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사이에 태극기가 제대로 올라가지 않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부 경기장에서 일본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기'가 버젓이 등장하여 충격을 줬다. 한국 선수단은 공항에서 현지 경찰에 의하여 대형 태극기 반입이 금지 당하기도 했다. 선수단 환영 행사 공연에서는 임진왜란의 전범 토요토미 히데요시를 앞세운 캐릭터가 등장하여 논란을 일으켰다. 전체적으로 '아시아인의 화합을 상징하는 스포츠 축제'라는 취지가 무색하게 아시아 참가국들에 대한 존중과 역사 의식이 부족한 모습이 자주 드러났다.
또한 단체전에 출전한 선수들에게 메달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고, 메달이 손상되었다는 사례도 여러 차례 나왔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도 4일 대회 결산 기자회견에서 "국제 대회에서 역대 가장 많이 항의한 대회였다"라고 유감을 나타냈다.
성공한 대회라는 조직위의 자화자찬과 달리, 이번 아시안게임에는 현지 자국민과 일본 중계 방송사의 외면까지 겹치면서 대회 티켓 판매 수량이 전체 판매 예정 수량인 230만 장의 절반에도 못 미칠 만큼 흥행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다가오는 2038년 아시안게임 공동 유치를 계획 중인 광주·대구 등에도 반면교사가 돼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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