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가이[일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3일 일본 아이치현 가스가이 컨트리클럽 동코스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골프 시상식에서 개인전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의 김주형이 눈물을 닦고 있다. 2026.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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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형(24)에게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은 의미가 컸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당시에는 출전 기회조차 얻지 못했고, 파리에서는 메달을 눈앞에 두고 아쉬움에 눈물을 흘렸다. PGA 투어에서도 한때 부진의 시간을 견뎌야 했다.
그랬던 김주형이 이번에는 태극기를 들고 웃었다. 김주형은 3일 일본 아이치현 가스가이 컨트리클럽 동코스(파70)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남자 골프 개인전 최종 라운드에서 6언더파 64타를 기록, 최종 합계 18언더파 262타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공동 2위 그룹과 3타 차였다.
한국 남자 골프의 아시안게임 개인전 금메달은 2010년 광저우 대회 김민휘 이후 16년 만이다. 김주형에게는 국제종합대회에서 처음 목에 건 금메달이기도 하다.
김주형의 아시안게임 도전은 당초 예상보다 늦게 시작됐다. 2022 항저우 대회는 코로나19 여파로 1년 연기돼 2023년에 열렸다. 골프는 다른 종목과 달리 대회 연기 이후 대표 선발을 새로 하지 않고 기존 선발 선수들에게 출전 자격을 부여했다. 당시 한국 남자 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세계 랭킹을 기록했던 김주형은 정작 아시안게임 무대를 밟지 못했다.
다음 기회였던 2024 파리 올림픽에서는 태극마크를 달고 처음 올림픽에 나섰다. 첫날 공동 3위로 출발하며 메달 기대를 높였지만 최종 성적은 단독 8위였다.
13언더파 271타로 한국 남자 골프의 올림픽 최고 순위를 새로 썼지만, 김주형은 마지막 라운드를 마친 뒤 아쉬움에 눈물을 흘렸다. 그로부터 2년 후 김주형은 다시 국가대표가 됐고 이번에는 정상에 섰다.
프레지던츠컵 끝나자마자 일본행… 타이거 우즈의 한마디도 힘이 됐다
이번 금메달이 더욱 눈길을 끄는 이유는 대회에 임한 과정에도 있다. 김주형은 아시안게임 직전 미국에서 열린 프레지던츠컵에 출전했다. 대회가 끝난 뒤 곧바로 일본으로 이동했고, 현지에 도착한 것은 최종 라운드를 기준으로 불과 며칠 전이었다.
김주형은 대회가 끝난 뒤 당시 상황을 돌아보며 "정말 죽는 줄 알았다"고 표현했다. 새벽에 일본에 도착한 뒤 비가 내리는 가운데 코스를 확인하고 연습했고, 시차 적응을 제대로 할 틈도 없이 경기에 들어갔다고 했다. 본인 스스로도 정상적인 컨디션에서 경기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그런 김주형에게 결전을 앞두고 특별한 메시지가 도착했다. 타이거 우즈였다. 김주형은 최종 라운드 당일 아침 휴대전화를 확인하다 우즈의 문자를 발견했다. 내용은 짧았다. "더하지도 말고, 덜하지도 말고 그냥 너답게 해.(Just be you. Nothing more, nothing less)"
김주형은 이 문자가 큰 힘이 됐다고 밝혔다. 국가대표라는 책임감 때문에 평소보다 많은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메시지를 보고 자신의 플레이에 집중하면 된다는 마음을 다시 잡았다는 것이다.
김주형은 실제 경기에서도 주변을 의식하기보다 자신의 플레이에 집중했다. 리더보드를 일부러 확인하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였다. 그는 17번 홀을 마친 뒤에야 경쟁자들과 3타 차라는 사실을 확인했고 그때 비로소 안도감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가스가이[일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3일 일본 아이치현 가스가이 컨트리클럽 동코스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골프 4라운드. 한국 김주형이 1번홀에서 티샷하고 있다. 2026.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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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번홀 이글로 승부 굳혔다… 17번홀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아
최종 라운드 출발 당시 김주형은 공동 2위 그룹에 1타 앞선 선두였다. 추격자들의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도 초반부터 자신의 흐름을 유지했다. 2번 홀(파4)에서 첫 버디를 잡았고, 4번 홀(파3)과 6번 홀(파4), 8번 홀(파5)에서도 타수를 줄였다.
4번 홀에서는 티샷이 그린 뒤쪽으로 넘어가는 위기를 맞았지만 칩샷을 홀에 그대로 떨어뜨리며 버디를 만들었다. 단순히 좋은 샷을 이어간 것이 아니라 위기 상황에서 타수를 잃지 않는 능력이 돋보인 장면이었다. 9번 홀에서는 약 1.5m 거리의 버디 퍼트를 놓쳤다. 그러나 김주형은 이후에도 경기 속도를 잃지 않았다.
승부의 흐름을 바꾼 것은 13번 홀(파5)이었다. 김주형은 티샷으로 페어웨이를 지킨 뒤 두 번째 샷을 홀 가까이 붙였다. 약 1m 거리에서 시도한 이글 퍼트가 홀 안으로 떨어졌다. 김주형은 주먹을 불끈 쥐었지만 곧바로 평정심을 되찾았다.
후반에도 위기는 있었다. 16번 홀에서는 두 번째 샷이 호수 경계 부근으로 향했지만 큰 실수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17번 홀에서는 티샷이 왼쪽으로 밀려 러프 쪽으로 향했다. 이날 처음으로 보기를 기록했지만 김주형은 앞서 만들어 놓은 격차를 지키며 마지막 홀로 향했다.
마지막 18번 홀에서는 무리하지 않았다. 이미 경쟁자들과의 격차가 벌어진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홀을 마쳤고, 금메달이 확정되자 태극기를 들고 환하게 웃었다. 파리에서 마지막 홀을 마친 뒤 흘렸던 눈물과는 전혀 다른 장면이었다.
이번 우승은 김주형의 최근 부활 흐름에서도 중요한 장면이다. 김주형은 2025년 PGA 투어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냈다. 하지만 올해 다시 반등했다. 6월 US오픈에서 단독 3위에 오른 데 이어 7월 제네시스 스코틀랜드 오픈에서 정상에 올랐다.
2023년 10월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 이후 33개월 만의 PGA 투어 우승이었다. 이후 PGA 투어 플레이오프 1∼3차전에도 모두 출전하며 다시금 정상급 경기력을 보여줬다.
여기에 아시안게임 금메달까지 더했다. 김주형은 아직 병역 의무를 마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이번 금메달은 선수 경력 측면에서도 중요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게 되면서 PGA 투어 활동을 이어가는 데 따르는 큰 변수가 사라졌다.
한국은 단체전에서는 중국에 이어 은메달을 차지했다. 각 라운드에서 국가별 상위 2명의 스코어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단체전에서 한국은 중국에 2타 뒤졌다. 문도엽은 개인전 공동 8위, 김성현은 공동 24위로 대회를 마쳤다.
김주형에게 이번 금메달은 커리어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공산이 크다. 항저우에서 뛰지 못했던 아쉬움이 있었고, 파리에서는 메달을 놓친 뒤 눈물을 흘렸다. PGA 투어에서는 부진을 겪으며 자신의 경기력을 다시 끌어올려야 했다.
하지만 절치부심한 끝에 올해는 다시 투어 정상에 올랐고, 프레지던츠컵 직후 일본으로 건너와 또 하나의 큰 무대에 섰다. 그리고 이번에는 마지막에 웃었다. 김주형의 다음 목표는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이다. 파리에서 흘렸던 눈물을 나고야에서 금메달로 바꾼 그는 이제 미국에서 열리는 또 다른 국가대표 무대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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