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일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대한민국과 일본의 결승. 승리 후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2026.10.3
연합뉴스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에게 주어지는 예술·체육요원 병역특례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3일 대한민국 U-23 축구대표팀은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에서 일본을 1-0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러나 경기 뒤 일부 선수들의 언행이 논쟁을 불러왔다. 주장 이기혁은 결승전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군대 안 갑니다"라고 외쳤고, 양민혁은 군 면제라는 보상이 있었기 때문에 그것만 보고 경기를 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박승수 역시 라커룸에서 이른바 '전역모'를 쓴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논쟁은 곧 선수 개인의 언행을 넘어 병역특례 제도 자체로 번졌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군대가 혐오시설이냐"며 선수들의 행동을 비판하고 병역특례 제도의 재검토를 주장했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도 선수들의 발언이 "국민 정서에 맞지 않았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의도가 무엇이든 경솔했던 선수들의 발언
물론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따라 주어지는 병역특례는 선수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된다. 18~21개월가량의 복무는 선수 경력에 상당한 제약이 될 수 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큰 관심을 모은 이유 중 하나도 손흥민과 조현우를 비롯한 선수들의 병역 문제가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수들이 병역특례 자체를 아시안게임의 목적으로 언급한 경우는 드물었다. 손흥민 역시 2018년 금메달 획득 뒤 "군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고, 대회에서 이기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이미 군 복무를 마친 이영준은 '군대까지 다녀왔는데 왜 이렇게 열심히 뛰느냐'는 질문에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데 군대를 다녀왔다고 대충 뛸 건 아니지 않느냐"고 답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예술·체육요원 제도를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특히 2022년을 전후로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방탄소년단(BTS)의 병역 문제를 두고 공정성 논란이 거세졌다. 당시 정치권과 연예계 일각에서는 예술·체육 분야 종사자들이 '국위선양'을 이유로 병역특례를 받는다면, 세계적으로 한국을 알린 BTS 역시 그 대상이 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러나 결국 BTS 멤버들이 차례로 병역을 이행하면서, 반대로 예술·체육요원 제도 자체의 존치 필요성을 다시 따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특히 병역 문제가 청년층의 민감한 사회적 갈등 소재인 한국에서, 특정 국제대회 성적만으로 선수들에게 병역특례를 부여하는 것이 공정하느냐는 논란은 계속돼 왔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병역특례가 선수들에게 중요하다 하더라도, 이를 직접 대회 출전의 목적으로 내세운 발언은 논란을 피하기 어려웠다. 특히 최근 서부전선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 사고 등을 계기로 병역의 부담과 보상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이 거세진 상황에서, 선수들의 발언은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여졌다.
아시안게임을 '미래의 무대'로 쓰지 못하는 이유
올림픽과 달리 아시안게임은 일부 종목에서 차기 국제대회를 준비하기 위한 젊은 선수들의 무대로 활용되기도 한다. 일본은 이번 대회 남자축구에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을 대비한 U-21 대표팀을 출전시켰고, 야구에서도 NPB나 MLB 선수 대신 사회인야구 선수들로 대표팀을 구성했다.
반면 병역특례가 걸린 한국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전력을 구성해왔다. 이번 남자축구 대표팀에는 해외파 9명이 포함됐고 와일드카드 3장도 모두 활용했다. 야구 역시 KBO의 젊은 주축 선수들을 대거 차출했으며, 24명 가운데 16명이 병역 미필 선수였다.
이처럼 비교적 강한 전력을 꾸려온 대한민국은 아시안게임에서 오랫동안 강세를 보여왔다. 남자축구는 2014 인천 대회부터 이번 대회까지 사상 최초의 4회 연속 우승을 달성했고, 야구도 2010 광저우 대회부터 이번 대회까지 5회 연속 금메달을 차지했다.
문제는 이러한 특성 때문에 아시안게임을 어린 선수들의 성장과 발굴을 위한 무대로 활용하기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일본의 경우 오이와 고 감독이 하위 연령대부터 팀을 이끌며 이번 대회에도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을 대비한 U-21 대표팀을 출전시켰다. 일본축구협회 역시 이번 대회의 목적 중 하나로 올림픽 대표팀 강화를 명시했다.
4위를 차지한 우즈베키스탄 역시 2005-06년생을 중심으로 선수단을 꾸렸다. 이 세대는 2028년 올림픽을 대비해 육성되고 있는 선수들이다. 반면 한국은 병역특례가 걸린 아시안게임에서 당장의 우승이 중요해지면서, 대회를 장기적인 선수 육성의 장으로 활용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다.
금메달이 '의무'가 되어버린 아시안게임
병역특례가 걸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대표팀은 자연스럽게 '반드시 우승해야 하는 팀'이 된다. 상대적으로 강한 전력을 꾸린 만큼 금메달을 따도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여지고, 선수와 지도자 모두 장기적인 육성이나 실험보다 당장의 결과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번 대회 야구대표팀을 둘러싼 반응도 이를 보여준다. 특히 일본 사회인 대표팀과의 첫 맞대결에서 0-5 영봉패를 당하고 대만을 상대로도 고전하면서 대표팀 구성과 경기력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결국 한국은 결승에서 일본을 꺾고 금메달을 따냈지만, 우승의 기쁨보다 병역혜택과 경기력을 둘러싼 논란이 더 크게 부각됐다.
병역특례가 선수들에게 강력한 동기부여가 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보상이 지나치게 커지면서 아시안게임이 선수 육성과 국제경험의 장이 아니라 '반드시 금메달을 따야 하는 대회'로 굳어진다면, 대회가 가진 스포츠적 의미 역시 좁아질 수밖에 없다. 동시에 병역 의무의 형평성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도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번 논란을 몇몇 선수의 경솔한 언행으로 넘겨서는 안 되는 이유다.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병역 문제를 직접 연동하는 현행 제도가 여전히 한국 스포츠의 발전과 사회적 형평성에 부합하는지 다시 논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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