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우호, 중국에 '11년 무승 설욕' 하며 동메달

한국 여자축구, 역대 아시안게임 최고 성적 달성... 'AG 3연패' 일본 극복은 숙제

금메달은 따내지 못했지만, 11년 만에 만리장성을 무너뜨리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신상우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여자축구 대표팀은 2일 일본 시즈오카현 후쿠로이의 시즈오카 스타디움 에코파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동메달 결정전에서 전반 4분 터진 노진영의 결승 헤더골에 힘입어 중국을 1-0으로 격파하며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냈다.

동메달은 한국 여자 축구의 역대 아시안게임 최고 성적이다.이로써 한국 여자축구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이후 8년 만에 통산 네 번째 동메달(2010, 2014, 2018, 2026)을 획득했다. 직전 2023년 항저우 대회에서는 북한에 패하여 8강에서 탈락하며 노메달에 그친 아쉬움도 털어냈다.

'천적' 중국을 오랜만에 격파했다는 것도 큰 의미가 있었다. 한국이 여자 축구 A매치에서 중국전에서 승리한 건 2015년 8월 동아시안컵 본선에서 1-0으로 승리한 후 무려 11년 만이다. 한국은 이날 경기전까지 최근 중국과 11번의 맞대결에서 5무 6패에 그치고 있었다. 하지만 아시안게임 메달이 걸린 중요한 경기에서 무승의 늪을 탈출하며 오랜만의 설욕에 성공했다. 중국전 역대 전적은 5승 10무 29패가 됐다.

한국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사상 첫 결승 진출과 금메달을 목표로 도전장을 던졌다. 대표팀은 개인 통산 6번째이자 마지막 아시안게임 도전을 선언한 레전드 지소연을 중심으로 김혜리, 최유리, 장슬기, 추효주와 정민영, 정다빈 등 베테랑과 해외파를 아우른 최정예 전력을 구성했다.

한국은 조별리그 F조에서 미얀마를 5대0, 방글라데시를 6대0으로 완파했고, 북한과는 1대1 무승부를 기록하며 조 2위로 8강에 진출했다. 토너먼트에서는 복병 우즈베키스탄과 난타전 끝에 6대3으로 승리하고 8년 만의 4강 무대에 진출했다.

하지만 준결승에서는 한 수위의 전력을 보유한 개최국 일본에 0-2로 패하며 사상 첫 결승 진출에는 아쉽게 실패했다. 결과적으로는 우려한 대로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북한과 무승부를 기록한 게 가장 아쉬운 장면이 됐다.

한국은 북한과 상대 전적에서 1승 5무 16패로 절대 열세이고 2005년 동아시안컵 1-0 승리 이후 21년째 무승에 그치고 있지만, 이날 경기는 백중세였고 충분히 잡을 수 있었던 경기였다. 만일 한국이 북한을 이겼다면 조 1위를 차지하며 준결승에서 중국을 만났을 것이기에 결과가 바뀔 수도 있었다.

한편, 한국을 꺾고 결승에 진출한 일본은, 2일 시즈오카 스타디움 에코파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북한을 상대로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5-3으로 승리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일본은 전반 32분 우에노 마미의 선제골로 앞서 나갔으나, 후반 교체 투입된 정금과 전룡정에게 연속골을 내주며 역전을 허용했다. 준결승전까지 무실점 행진을 달리던 일본은 이번대회 처음이자 유일하게 북한전에 2골을 허용했다. 패색이 짙어지던 일본은 후반 41분 니시오 하논의 극적인 동점골로 기사회생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양 팀은 정규시간에 이어 연장에서도 승부를 가리지 못해 결국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일본의 선축으로 진행된 승부차기에서 북한은 이날 동점골을 주인공 정금이 세 번째 키커로 나섰으나 실축했다. 일본은 다섯 명의 키커로 모두 침착하게 골망을 가르는 데 성공하며 금메달을 확정했다.

북한은 2014년 인천 대회 이후 12년 만의 정상 탈환을 노렸으나, 지난 2022 항저우 대회에 이어 이번에도 결승에서 일본을 넘지 못하며 2회 연속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일본은 아시안게임 3연패를 달성하며 통산 4회 정상으로 북한과 중국(이상 3회 우승)을 제치고 최다 우승국 단독 1위로 올라섰다. 일본은 올해 열린 2026년 AFC 호주 여자 아시안컵 우승에 이어 아시안게임에서도 정상을 차지하며 여자축구 아시아 최강의 위상을 굳건히 했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 일본 대표팀은 아시안게임 'A매치 의무 차출 기간'에 해당하지 않기에 팀의 주력인 유럽과 미국에서 뛰는 해외파 선수들을 거의 소집할 수 없었다. 정예 멤버가 총출동했던 지난 3월 여자 아시안컵 우승멤버 중 이번 아시안게임 엔트리에도 포함된 선수는 스코틀랜드 레인저스에서 뛰는 골키퍼 오바 슈 한 명뿐이었다.

이번 일본 대표팀은 자국 리그와 대학생 선수들 위주로 구성되며 최정예는커녕 2진에도 못 미치는 '3진급'이라는 평가였다. 아시아 강호 중에서도 해외파 비중이 가장 높은 일본으로서는 큰 전력 누수였다. 그럼에도 일본은 정예 멤버를 모두 내보낸 한국을 내내 압도했고 라이벌 북한과도 접전을 펼친 끝에 짜릿한 우승을 거머쥐었다. 일본 여자축구는 이번 아시안게임 6경기에서 무려 28골 2실점을 기록하며 탈아시아 수준의 경쟁력을 과시했다.

한국 여자축구는 지난 아시안컵에서도 준결승에서 일본에 1대 4로 완패한 데 이어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또다시 일본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일본과의 통산 상대 전적은 4승 12무 21패에 그치고 있다. 일본전 마지막 A매치 승리는 2015년 8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2-1)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일본을 넘지 못한다면 한국 여자축구에 아시아 정상의 꿈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신상우호는 이번 아시안게임서 동메달로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개인 기량과 세대교체, 얇은 선수층 등에서 아직 경쟁국들에 비하여 갈 길이 멀다는 숙제도 확인했다. 이제 여자대표팀은 2027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과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을 기약하며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신상우호 여자축구 일본축구 동메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