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대신 재활, 포기 대신 업어치기…김민주의 값진 은메달

무릎의 불안정성을 이겨내며 결승까지 투혼 발휘

 김민주는 부상과 실전 공백 속에서도 업어치기를 앞세워 결승까지 올라갔다.
▲김민주는 부상과 실전 공백 속에서도 업어치기를 앞세워 결승까지 올라갔다.대한체육회

김민주(23, 광주교통공사)는 올해 2월 아시안게임을 7개월가량 앞두고 오른쪽 무릎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됐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수술과 재활을 거쳐 다음 대회를 준비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는 부상이었다. 하지만 김민주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 수술을 받으면 국가대표 선발전과 아시안게임 출전이 사실상 어려웠다.

선택은 수술이 아닌 재활이었다. 약 6개월 동안 실전 훈련을 사실상 내려놓고 무릎 주변 근육을 강화하는 데 집중했다. 십자인대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운동할 때 무릎이 밀리는 현상도 나타났다. 단순히 통증을 견디는 재활이 아니라, 자신이 가장 잘하는 유도를 다시 할 수 있는 몸을 만드는 과정이었다.

그렇게 돌아온 무대가 생애 첫 아시안게임이었다. 김민주는 2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여자 78㎏급에서 결승까지 올라 은메달을 차지했다. 마지막 경기에서는 일본의 스기무라 미즈키와 골든스코어까지 승부를 이어갔지만 세 번째 지도를 받아 패했다.

결과보다 눈에 들어오는 것은 김민주가 부상 이후에도 자신의 유도 스타일을 바꾸지 않았다는 점이다. 김민주의 주무기는 양손 업어치기다. 상대와 가까운 거리에서 양손으로 잡기 싸움을 벌이고, 상대의 중심을 흔든 뒤 자신의 몸을 낮춰 앞으로 넘기는 기술이다.

문제는 전방십자인대 부상이 이런 움직임과 궁합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유도는 상대의 힘을 받아내면서 자신의 중심을 유지해야 하고, 공격 과정에서는 무릎에 순간적으로 상당한 부하가 걸린다. 특히 업어치기는 상대를 앞으로 끌어당기는 동시에 자신의 몸을 회전시키고 안정적으로 버텨야 한다. 무릎이 흔들리는 상태에서는 주특기 자체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김민주는 자신의 가장 강한 무기를 버리지 않았다. 첫 경기에서 카자흐스탄의 예카테리나 토카레바를 상대로 업어치기 한판승을 거뒀다. 부상 이후 제대로 구사하기 어려웠던 기술이 아시안게임 첫 승을 결정한 것이다. 준결승에서는 어깨로메치기로 유효를 따낸 뒤 경기 막판 다시 업어치기로 두 번째 유효를 얻으며 결승행을 확정했다.

 김민주에게 이번 아시안게임은 '실패'가 아닌 '미래에 대한 확신의 장'이었다는 평가다.
▲김민주에게 이번 아시안게임은 '실패'가 아닌 '미래에 대한 확신의 장'이었다는 평가다.국제유도연맹

타고난 힘을 잡기와 업어치기로 바꾼 김민주의 유도

김민주의 유도는 어린 시절부터 남달랐던 힘에서 출발했다. 광주전남 나주 출신인 그는 힘이 좋다는 소문이 유도계에 전해질 정도였고, 신대철 광주교통공사 감독의 권유를 받아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광주체중과 광주체고를 거치며 본격적으로 기량을 키웠다.

여자 78㎏급은 힘과 체격을 앞세운 선수들이 많은 체급이다. 그렇다고 힘만으로 국제무대에서 살아남기는 어렵다. 상대의 옷깃과 소매를 잡는 과정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고, 상대의 균형이 무너지는 순간 자신의 기술로 연결해야 한다.

김민주는 자신의 강점인 힘을 잡기 싸움과 업어치기로 연결했다. 신대철 감독은 김민주가 성실한 훈련으로 팔 힘을 끌어올리면서 잡기 싸움 뒤 업어치기를 연결하는 형태로 국제 경쟁력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타고난 힘을 단순한 힘겨루기에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로 전환한 셈이다.

성장 과정에서도 이런 강점이 확인됐다. 김민주는 2022년 아시아 주니어선수권과 2023년 세계 주니어선수권에서 정상에 오르며 차세대 중량급 기대주로 이름을 알렸다. 성인 무대에서도 빠르게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특히 2024년 12월 도쿄 그랜드슬램에서는 준결승에서 2020 도쿄올림픽과 2018 세계선수권을 제패한 일본의 하마다 쇼리를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지난해 5월에는 카자흐스탄 바리시 그랜드슬램에서 생애 첫 그랜드슬램 우승을 차지했다. 국제무대에서 자신의 유도가 통한다는 것을 차례로 확인하던 시기였다.

그 상승세가 이어지던 시점에 십자인대 부상이 찾아왔다. 정상적인 훈련을 이어가야 할 시기에 실전 훈련을 멈춰야 했고, 상대와 부딪히며 감각을 유지하는 대신 몸부터 다시 만들어야 했다.

그러나 김민주는 아시안게임이라는 목표를 포기하지 않았다. 수술을 미루는 선택에는 위험도 따랐지만, 재활을 통해 출전 가능성을 남겼다. 하체를 다시 강화하고 매트로 돌아온 뒤에는 국가대표 선발 과정을 거쳐 마침내 나고야에 섰다.

결승에서도 김민주는 공격적인 유도를 선택했다. 정규시간과 골든스코어에서 업어치기를 계속 시도하며 상대의 균형을 흔들려고 했다. 결국 연장전에서 위장 공격으로 세 번째 지도를 받으며 금메달을 놓쳤지만, 경기 내내 자신의 승부 방식을 유지했다.

김민주의 이번 아시안게임은 부상을 이겨냈다는 말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너무 단순하다. 힘을 기술로 바꾸며 성장했고, 국제무대에서 자신의 경쟁력을 확인한 순간 무릎 부상을 만났다. 아시안게임을 위해 수술 대신 재활을 택했고, 실전 공백까지 감수한 끝에 첫 아시안게임 결승에 올랐다.

금메달은 마지막 순간 손에 닿지 않았다. 하지만 김민주는 자신이 어떤 상황에서도 다시 매트에 설 수 있는 선수라는 것을 보여줬다. 부상 이전의 유도를 되찾는 데서 끝나지 않고, 이제는 그 경험까지 자신의 유도에 더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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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주 업어치기 부상투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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