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태권도 여자 품새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 정하은이 환하게 웃고 있다. 2026.10.1
연합뉴스
정하은은 지난 1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태권도 품새 여자 개인전 결승에서 공인 품새와 자유 품새 평균 9.3100점을 기록해 정상에 올랐다. 줄리아나 칸델라리아(필리핀)가 은메달, 티따리 깨우올란와수(태국)와 니와 유이코(일본)가 동메달을 차지했다.
한국 태권도 대표팀의 이번 대회 첫 금메달이기도 했다. 여자 개인 품새에서는 2023년 열린 항저우 대회 차예은에 이어 2회 연속 금메달을 따냈다. 품새가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한국의 여자 개인전 최고 성적은 동메달이었지만, 항저우부터 정상에 오른 뒤 이번 대회에서도 흐름을 이어갔다.
정하은의 금메달이 눈에 띄는 또 하나의 이유는 대회를 준비한 과정이다. 양쪽 아킬레스건 부상이 반복됐고 오른쪽 햄스트링까지 부분 파열됐다. 충분한 재활 훈련을 받을 시간이 없어 치료를 병행하며 대회를 준비했다. 부상은 품새 선수에게 특히 까다로운 변수다. 상대 선수와 직접 몸을 부딪치는 종목은 아니지만, 발차기의 높이와 속도, 회전과 착지, 손끝과 발끝의 위치, 동작 사이의 연결까지 세밀하게 평가받는다. 작은 흔들림 하나가 점수 차이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도 정하은은 준결승에서 공인 품새 '고려'와 자유 품새를 소화하며 평균 8.930점으로 조 1위를 차지했다. 두 부문에서 모두 조 최고점을 기록하며 결승에 올랐고, 마지막 무대에서도 자신의 강점을 유지했다.
국제무대 경쟁력 확인
정하은의 경기 스타일은 공인 품새와 자유 품새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자유 품새가 주 종목인 만큼 음악에 맞춰 고난도 발차기와 공중회전 등 역동적인 동작을 연결하는 능력이 강점이다. 이번 결승에서도 '한국 전사의 탄생'을 주제로 공중회전과 연속 발차기, 마지막 텀블링까지 이어가며 연기를 완성했다.
반면 공인 품새에서는 정해진 동작을 얼마나 정확하게 수행하느냐가 중요하다. 단순히 힘 있게 동작을 펼치는 것만으로는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동작의 정확성에 힘과 속도, 균형, 표현력이 더해져야 한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이 두 가지 능력을 동시에 요구했다. 기존 아시안게임 품새 개인전과 달리 이번 대회는 컷오프 방식으로 진행됐고, 준결승과 결선에서 공인 품새와 자유 품새를 한 차례씩 펼친 뒤 두 점수의 평균으로 순위를 결정했다. 특히 공인 품새를 마친 뒤 약 1분 만에 자유 품새를 펼치는 방식이어서 기술뿐 아니라 체력과 집중력도 중요했다.
정하은은 자유 품새에만 의존하지 않았다. 아시안게임 출전을 위해 공인 품새까지 꾸준히 준비했다. 한 종목의 전문성을 유지하면서 서로 다른 두 종류의 품새를 모두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이 이번 금메달의 중요한 배경이었다.
정하은이 태권도를 시작한 것은 8살 때다. 동생과 함께 태권도장을 찾으면서 시작한 운동은 고등학교 2학년 때 선수 생활로 방향을 바꿨다. 한국체대 총장배 전국품새대회에서 입상한 것이 계기였다. 이후 한국체대에 자유 품새 전형으로 입학하면서 본격적인 선수의 길을 걸었다.
국제무대에서도 경험을 쌓았다. 2022년 아시아선수권대회 페어 금메달, 세계품새선수권대회 단체전 금메달에 이어 2024년 아시아선수권대회 개인전 금메달, 홍콩 세계선수권대회 페어 금메달을 따냈다. 지난해 라인-루르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에서는 개인전 은메달을 차지했다. 올해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도 페어 금메달을 추가하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꾸준히 국제무대 경쟁력을 확인했다.
그럼에도 아시안게임만큼은 쉽게 얻지 못했다. 항저우 대표 선발전에서 고배를 마신 뒤 다시 3년을 준비해야 했다. 이번에는 부상까지 겹쳤지만, 그 시간을 견디며 결국 자신의 첫 아시안게임을 금메달로 장식했다.
경기 직전에는 팔과 다리, 목뒤를 두드리며 몸의 감각을 깨우는 자신만의 루틴도 활용한다. 긴장감이 큰 무대에서 손끝과 발끝의 감각에 집중하기 위한 방법이다. 품새는 결국 선수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점에서 정하은의 이런 준비 과정은 경기 스타일과도 맞닿아 있다.
항저우에서 놓쳤던 기회는 아이치·나고야에서 금메달로 돌아왔다. 부상과 좌절을 모두 지나 첫 아시안게임 정상에 오른 정하은은 이제 또 다른 목표를 세웠다. 몸이 허락한다면 30살에도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로 남겠다는 것이다. 3년 전 출전하지 못했던 대회가 이번에는 선수 생활의 가장 빛나는 장면이 됐다. 정하은에게 아이치·나고야 금메달은 끝이 아니라 다음 도전을 위한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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