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골 골절도 꺾지 못한 이건혁의 꿈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속사권총 개인전·단체전 금메달... 부상 이겨낸 사수의 '근자감'

  1일 일본 아이치현 종합사격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사격 남자 25m 속사권총 개인전에서 슛오프 끝에 금메달을 차지한 한국 이건혁이 기뻐하고 있다. 2026.10.1
▲ 1일 일본 아이치현 종합사격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사격 남자 25m 속사권총 개인전에서 슛오프 끝에 금메달을 차지한 한국 이건혁이 기뻐하고 있다. 2026.10.1연합뉴스


고등학교 1학년 때 쇄골이 부러졌다. 총을 잡는 것조차 쉽지 않은 부상이었다. 사격을 그만둘 생각까지 했지만 이건혁(27,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은 다시 사선에 섰다.

그리고 10년 뒤, 자신의 두 번째 아시안게임에서 개인전과 단체전을 모두 석권했다. 선수 생활을 포기할 수도 있었던 소년은 이제 한국 사격 남자 25m 속사권총의 정상에 올랐다.

이건혁은 1일 일본 아이치현 종합사격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25m 속사권총 개인전 결선에서 32점을 기록했다. 중국의 쑤롄보판도 32점으로 동률을 이뤄 두 선수는 슛오프에 들어갔다. 이건혁은 두 차례 슛오프 끝에 최종 9-6으로 앞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앞서 이건혁은 송종호(IBK기업은행), 윤서영(KB국민은행)과 함께 단체전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한국 속사권총이 아시안게임 개인전과 단체전을 모두 석권한 것은 2014년 인천 대회 이후 12년 만이다. 이건혁 개인에게는 2022 항저우 대회 단체전 은메달의 아쉬움을 씻어낸 금메달이기도 했다.

중학교 2학년인 15세 때 처음 사격을 시작한 이건혁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25m 속사권총으로 종목을 바꿨다. 짧은 시간 안에 여러 발을 쏘면서도 정확성을 유지해야 하는 속사권총의 매력에 빠진 그는 일찌감치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성장하기도 전에 선수 인생을 흔드는 시련이 찾아왔다. 체력 훈련 도중 쇄골이 부러진 것이다. 사격을 그만둘 생각까지 했던 큰 부상이었다.

쇄골 골절 딛고 세계 정상까지…결과보다 즐기는 사격으로 LA를 바라본다

이건혁은 수술을 받고 철심을 박았다. 두 달 가까이 입원과 재활을 거친 뒤 다시 사선에 섰다. 공백이 있었던 만큼 남들보다 더 많이 훈련했다. 동료와 선후배가 쉬는 시간에도 혼자 훈련하며 자신의 문제점을 찾고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

복귀 후 3개월 만에 출전한 대회에서 첫 개인전 금메달을 따내며 재기의 신호탄을 쐈다. 이후 국제무대에서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2022년 카이로 세계선수권 남자 25m 속사권총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차지했고, 2023년 창원 아시아선수권에서도 개인전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 카이로 세계선수권에서는 단체전 금메달을 추가하며 국제무대에서 꾸준히 자신의 위치를 높였다.

아시안게임을 앞둔 선발전에서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건혁은 남자 25m 속사권총 본선에서 596점을 기록했다. 당시 종전 세계기록인 593점을 넘어선 기록이었지만, 선발전에서 나온 기록이어서 공식 세계기록으로 인정되지는 않았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선발전의 기세를 실제 금메달로 연결했다. 단체전에서 먼저 정상에 오른 뒤 개인전에서는 세계랭킹 5위 쑤롄보판과 끝까지 경쟁했다. 32점으로 결선을 마친 뒤 두 차례 슛오프까지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속사권총은 짧은 시간 안에 5발을 쏘는 시리즈를 반복하는 종목이다. 빠른 조준과 발사 능력뿐 아니라 일정한 자세와 호흡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선 후반으로 갈수록 한 발의 실수가 순위를 바꿀 수 있어 기술과 함께 집중력과 경기 운영 능력이 요구된다.

이건혁이 최근 강조하는 것도 결국 마음가짐이다. 그는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결과에 지나치게 집착하기보다 총을 쏘는 과정 자체를 즐기려고 했다고 밝혔다. 자신의 좌우명으로는 '근자감', 즉 '근거 없는 자신감'을 꼽았다. 충분히 준비한 만큼 마지막 순간에는 스스로를 믿고 쏘겠다는 의미다.

이번 결선은 그가 쌓아온 준비와 자신감을 그대로 보여준 경기였다. 마지막까지 중국 선수와 접전을 벌이면서도 슛오프에서 자신의 사격을 이어갔고, 결국 아시아 정상에 섰다.

이제 시선은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으로 향한다. 17세에 속사권총을 처음 접하면서 품었던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되겠다'는 목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10년 전 쇄골 골절은 이건혁에게 선수 생활을 포기할 수도 있었던 위기였다. 하지만 그는 사선을 떠나지 않았다. 부상을 이겨낸 뒤 세계선수권과 아시아선수권에서 정상에 올랐고, 두 번째 아시안게임에서는 개인전과 단체전 금메달까지 거머쥐었다.

이건혁은 아시아 정상에 만족하지 않는다. 결과에 흔들리지 않고 사격 자체를 즐기는 마음으로 다음 결전지인 올림픽을 바라본다. 27세가 된 그의 목표는 10년 전과 같다.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정상에 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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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혁 속사권총 2관왕 근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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