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래퍼가 '불안'을 피하지 않는 이유

[인터뷰] 99' Nasty Kidz 히피쿤다

가파른 계단을 타고 올라가 문을 열면 있는 작은 방. 앨범 포스터가 벽에 나란히 붙은 작업실에서 지난 5일 래퍼 히피쿤다를 만났다. "인터뷰 전날 생업 관련 일을 끝내고 기절했다"는 그는 모자를 푹 눌러쓴 모습이었다.

"일이 몰릴 때는 일에 집중하고, 앨범 작업 파바박 하고 다시 일하러 가고. 이런 사이클을 밟고 있어요."

생업과 음악을 병행하며 지내고 있다는 그의 모습에는 지친 기색 없는 담담함이 묻어 있었다. 아래는 그와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계속 씩씩하려 했다"

 99’ Nasty Kidz 히피쿤다. 쇼미더머니, 랩퍼블릭에 출연했다.
▲99’ Nasty Kidz 히피쿤다. 쇼미더머니, 랩퍼블릭에 출연했다.오예원

- 어떻게 힙합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친구가 들려준 최삼의 '시선'이라는 노래를 듣고 바로 꽂혔어요. 노래가 엄청 강하고 매력적이었어요. 808(저음의 베이스 드럼 사운드)에 막 둥둥둥 이러니까... '나도 이런 거 해보고 싶다' 싶었죠. 그때부터 언더그라운드 음악을 들으며 제 스타일을 찾아가기 시작했어요."

- 씬 안으로 본격적으로 들어온 때는 언제인가요?

"루키들을 찾아서 추천하는 채널이 있어요. 거기에 올라와서 그때부터 인지도가 조금 생겼죠. 그때까지도 밖에서 사람들이 알아보지는 않았어요. 그러다 랩퍼블릭 같은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한 후로 사람들이 많이 알아봤어요."

- 인지도가 높아진 후에 달라진 게 있나요?

"악플을 많이 받았어요. 등교할 때 모자 쓰고 다녔어요. 욕을 너무 들으니까 숨게 되더라고요. 인스타그램 DM으로도 욕을 많이 받았어요."

- 힘들었겠어요.

"그때는 고통스러웠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무관심보다는 잘 된 거였다 싶어요."

맹목적인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히피쿤다는 "대중적인 걸 할 수 있는 선택권이 생겼다"며 방송 출연을 더 많은 기회의 계기로 보았다. 특히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랩만으로 승부한 랩퍼블릭 'MASK OFF' 무대 영상은 조회수 100만 회를 넘기며 '신선한 충격'이라는 반응을 끌어냈다. 서바이벌에서 지키려 했던 것이 있는지 묻자 그는 "계속 씩씩하려 했다"고 답했다.

- 평소 어떻게 작업하시나요?

"저는 장르의 문법을 해체해요. 예를 들어 베이스가 많이 튀어나오는 장르면 거기서 베이스를 가져오고, 신시사이저가 통통 튀는 게 매력이면 거기서 신시사이저를 가져와서 해체하고 재조립하는 거죠. 많은 아티스트들이 '나도 이 음악이 무슨 장르인지 모르는데 왜 평론가들이 정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해요. 작가의 의도를 출제자가 정하는 느낌인 거죠."

- 작업할 때 루틴이 있으신가요?

"저는 계획할 수 없는 삶을 살아요.(웃음) 루틴은 없고요, 떠오를 때 바로 적는 습관은 있어요. 휴대폰 녹음에 이상한 거 엄청 많아요. 쌓아둔 걸 찾아서 합치는 과정이 보통 작업의 시작이에요."

- 작년에 첫 정규앨범 <TUNDRA>를 내셨어요. 어떻게 작업 하셨나요?

"남들이 듣고 싶든 말든 할 이야기는 해야겠다 싶었어요. 가감 없이 가사를 썼죠. 정규는 저를 똑 떼놓는 거라고 생각해요."

- 평소에도 해야겠다 싶은 건 꼭 하는 성격이신가요?

"타협하는 걸 싫어해요. 타협하기 싫어서 발광하거든요. '나한테 왜 그래?' 이러면서요."

 히피쿤다가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히피쿤다가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오예원

'계획할 수 없는 삶'에 익숙해지는 것

- 요즘 고민이 있으신가요?

"먹고 사는 걱정이 컸는데 최근에 좀 해결됐어요. 한때는 '수익 파이프라인을 어떻게 만들지?'라는 고민이 머리를 지배했어요. 지금이 28살이니 회사에 신입으로 들어갈 마지막 기회라고 느꼈죠. 그런데 저는 역시 계획하지 않는 삶을 선택하려고요."

- 미래를 생각할 때 불안하지는 않으신가요?

"최근에 불안을 다루는 메커니즘을 체득했어요. 불안과 잘 싸우면서도 활용하는 게 중요하더라고요. 어느 정도의 불안은 원동력이 돼요. 하지만 나를 잡아먹을 정도로 커지면 빨리 없애야죠.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은 '자연재해'라고 생각하고 얼른 받아들이려 해요."

- 자연재해요?

"네. 자연재해는 원래 인간이 통제할 수 없으니, 배울 것만 배우고 얼른 보내주는 거죠. 그렇게 받아들이니 마음이 매우 편해졌어요. '계획할 수 없는 삶'에 익숙해지고 있어요."

계획에 얽매이지 않더라도 목표 없이 사는 건 아니다.

"막연한 목표를 세워두고 그 근처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요. 그러다 보면 어느새 목표를 이루게 되더라고요."

- 아티스트로서 목표가 무엇인가요?

"절대 멈추지 말자. 요즘 후배들에게도 하는 말인데, '음악을 그만둔다'라는 문장은 존재하지 않아요. 음악을 시작한 때를 정확히 말하기 어렵잖아요. 첫 녹음을 한 스무 살 때인가? 아니면 중학생 때인가? 규정할 수 없어요. 그만두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생활이 어려워서 음악을 멈추기도 하죠. 그건 그만두는 게 아니라, 잠시 생활에 더 신경을 쓰는 거라고 생각해요."

- 불확실한 삶에서 가장 지키고 싶은 가치는 무엇인가요?

"최근에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를 뽑아봤거든요. 다섯 개까지는 창작 활동이 남아 있었어요. 그런데 마지막 남은 세 개는 행복, 경험, 사랑이었어요. 음악 때문에 살아간다고 착각한 적도 있어요.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사랑을 주고받고 싶어서 창작 활동을 한 거더라고요. 음악으로 사랑을 나누는 거죠."

- 히피쿤다님의 꿈은 무엇인가요?

"계획하지 않아도 불안이 없는 삶이요. 그런데 젊을 때는 실컷 불안할 예정이에요. 불안이 있어서 멋있는 음악이 나오기도 하니까요."

히피쿤다의 음악과 삶이 앞으로 어떤 형태로 이어질지 알 수 없다. 그래도 그는 불안을 피하지 않는다. 인터뷰 내내 여유롭고 편안한 표정이었던 그는, 이미 자신만의 방식으로 불확실한 삶을 다루고 있다.
히피쿤다 99’NASTYKIDZ 쇼미더머니 랩퍼블릭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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