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팔이 대신 정공법으로... 30년 록밴드가 유튜브서 찾은 답

[리뷰] 자우림 유튜브 <클럽곡소리>

 자우림의 유튜브 콘텐츠 '클럽곡소리'
▲자우림의 유튜브 콘텐츠 '클럽곡소리'자우림씨외2명

요즘 가수라면 공식 유튜브 채널 하나씩은 운영한다. 주요 곡의 뮤직비디오를 공개하고, 댄스 영상이나 녹음 뒷이야기 등을 소개하는 식이다. 케이팝 아이돌은 자체 웹 예능 콘텐츠로 팬들과의 교감에 적극 나서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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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록그룹 자우림(김윤아·이선규·김진만)이 운영 중인 '자우림씨외2명' 채널은 조금 특별하다. "자우림 자컨(자체 콘테츠)이다. 믿기지 않겠지만 공식 계정"이라는 인사말과 함께 두 번째 채널을 새로 열고, 음악 팬들과 소통에 나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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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지난 3월 문을 연 직후에는 페이크 다큐와 각종 체험, 토크 등 일반적인 웹 예능의 문법을 따르며 뚜렷한 방향을 찾지 못했다. 그러나 7월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된 <클럽곡소리>(매주 금요일 공개)가 자리를 잡으면서 채널의 성격은 점차 또렷해졌다. 가수와 음악 이야기를 나누고 그 자리에서 라이브를 들려주는 음악 예능으로 방향을 정리한 것이다.

담백한 위로... 창작의 공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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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우림의 유튜브 콘텐츠 '클럽곡소리'
▲자우림의 유튜브 콘텐츠 '클럽곡소리'자우림씨외2명

내년이면 데뷔 30주년을 맞게 되는 자우림은 이제 유튜브 안에 '곡소리'라는 이름으로 소박한 클럽을 개업했다. 이곳을 찾아온 손님들은 10CM 권정열을 시작으로 펜타곤, 소연(아이들), 댄서 가비, 선우정아, 김민석(멜로망스)등 벌써 12팀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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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우림과 직간접적인 인연이 있는 인물보다는 처음 만난 후배들이 대부분이지만, 격의 없는 대화 속에 라이브 클럽이라기보다는 음악인들의 '사랑방'이자 작업실 같은 정겨운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이 과정에서 자우림은 초대 손님의 노래를 그대로 들려주는 대신 자신들의 언어로 다시 편곡한다. 대화를 통해 포착한 작은 단서는 편곡의 설계도로 활용된다. 자우림과 초대 손님 사이의 부담 없는 수다는 결과적으로 녹음 기획 회의가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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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00만 조회수를 기록한 '퇴사할게여'((여자)아이들 소연 원곡)에는 한국적인 '한'의 정서와 밴드 사운드를 입혔고, '너에게 닿기를'(10CM 원곡)은 원곡보다 어둡고 묵직한 정서로 풀어냈으며, 상큼한 댄스곡 '언더워터 Underwater'(권은비 원곡)는 깊은 바닷속을 떠올리게 하는 서늘한 분위기로 재해석하는 등 파격적인 접근을 시도한다. 구독자들의 음원 발매 요청으로 이어질 만큼 자우림의 독특한 리메이크는 이제 <클럽곡소리>만의 자랑거리로 자리 잡았다.

노래 속에 숨은 음악인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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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우림의 유튜브 콘텐츠 '클럽곡소리'
▲자우림의 유튜브 콘텐츠 '클럽곡소리'자우림씨외2명

<클럽곡소리>를 방문한 손님들의 고백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무려 세 번의 데뷔를 경험하고 수많은 아르바이트를 거쳐 솔로로 맹활약 중인 권은비와의 만남에서는 "얼마나 오래, 어떻게 음악을 계속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서로의 공감대를 형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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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엔진'처럼 움직인다고 표현한 권은비와 오랫동안 활동해 온 자우림은 세대는 다르지만 같은 고민을 공유한다. "행운 같은 직업을 가졌으니 똑바로 살자고 늘 생각한다"는 자우림의 조언은 후배의 고민을 향해 건네는 대선배의 가장 담백한 위로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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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하면 음원 차트를 석권 중인 소연의 출연분에서는 창작의 고통과 어려움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수십 번 믹싱을 수정하고 신보의 마스터링 버전만 3개나 제작할 만큼 극단적인 완벽주의를 고수하는 후배의 집념에 감탄하면서, 선배로서 따뜻한 지지와 격려를 아끼지 않는 모습은 음악이라는 공통분모가 만드는 깊은 유대감을 보여준다.

관록의 록밴드가 택한 정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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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우림의 유튜브 콘텐츠 '클럽곡소리'
▲자우림의 유튜브 콘텐츠 '클럽곡소리'자우림씨외2명

자우림의 유튜브 도전이 흥미로운 부분은 요즘 세대 크리에이터들처럼 보이기 위해 자신의 색을 지운 것이 아니라, 역으로 30년 가까이 활동한 밴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유튜브 공간을 새롭게 해석했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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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인 장치나 도구 없이 1990년대 무렵의 홍대 클럽을 고스란히 옮겨 놓은 듯한 무대에서 20년 이상 나이 차이가 나는 후배들의 작품을 본인들만의 방법으로 다시 연주한다. <클럽곡소리>는 이를 통해 자우림의 과거를 복원하면서 동시에 2026년 젊은 세대의 음악을 함께 들려주는 작지만 소중한 장소로 활용된다.

단순히 연차가 쌓인 밴드의 '추억팔이'가 아니라, 아날로그 방식의 클럽 무대가 지닌 날것의 느낌을 디지털 환경으로 옮겨 놓으면서 동시에 알고리즘 중심의 요즘 시장에서 찾아보기 힘든 '음악인들을 위한 음악 프로그램'으로 착실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 채널 좀 더 알려져야 하는데..."라는 응원의 마음을 자연스럽게 갖게 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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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옛날 홍대 앞 라이브 클럽 '블루데빌'의 관객 뜸한 목요일을 묵묵히 지키던 자우림은 이제 모니터 너머의 관객들을 향해 정겨움 가득한 새로운 소통 공간을 마련했다. 그리고 단발성 체험 예능 대신 음악인 본연의 삶과 신념에 집중하는 정공법을 선택했다. 관록의 록밴드가 유튜브에서 찾아낸 가장 자우림다운 답은 어느덧 조금씩 결실을 거두어가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실립니다.
자우림 클럽곡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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