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기획 창>의 한 장면
KBS
- 60명도 많은 거 아닌가요?
"법정 기준과 비교해도 60명은 많은 편입니다. 일본의 경우 정신과 전문의 한 명이 8명을 담당한다고 하더라고요. 우리보다 훨씬 적은 인원을 맡으니 더 충실한 치료가 가능할 겁니다."
- 인력이 없어서인가요, 안 뽑아서인가요?
"의료진이 안 뽑히는 것 같아요. 급여 문제도 있거니와 너무 외진 곳에 있다 보니까 지방에 살기를 원하지 않을 수 있고요."
- 정신 질환이라고 해서 다 치료감호를 받지 않는 것 같은데 기준이 있나요?
"정신질환 진단만으로 정해지는 게 아니라, 정신질환이나 중독 등이 범행에 영향을 미쳤는지, 시설 수용 치료가 필요한지, 재범 위험성이 있는지가 다 충족돼야 합니다. 치료감호는 검사가 청구하고 법원이 선고하는데, 이 과정에서 통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감정 등 전문적 판단을 거칩니다. 검사가 청구해도 법원이 요건 미충족으로 판단하면 선고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판사가 직권으로 치료감호 명령을 할 수도 있나요?
"안 됩니다. 치료감호법에 검사의 청구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돼 있어서, 판사가 직권으로 할 수는 없어요. 검사의 청구가 있어야만 치료감호를 선고할 수 있습니다."
- 죄와 병을 모두 가진 수용자가 늘고 있다고 나오던데 사회 현상과 맞물려 있을까요?
"법무부 통계상 교정시설에서 정신질환 진단을 받은 수용자는 2016년 3296명에서 올해 6월 6180명으로 늘었습니다.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 수치만으로 정신질환자의 범죄 자체가 늘었다거나 특정 사회현상이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진단과 집계 방식의 변화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했을 수 있어서, 원인을 확인하려면 별도의 장기적인 분석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 일본의 케이스를 취재하셨던데 이유가 있나요?
"일본에는 우리나라 치료감호와 일부 유사한 의료관찰 제도가 있습니다. 살인·방화 등 6개 중대 행위를 심신상실 또는 심신미약 상태에서 저질러 불기소·무죄·집행유예 등의 처분을 받은 사람을 집중 치료하고 사회 복귀를 지원하는 제도인데, 우리 치료감호와 비슷하면서도 대상은 차이가 있습니다.
이 제도를 살펴보니 퇴원 이후 생활 준비, 즉 지원에 상당히 집중돼 있더라고요. 저희 제도는 보호관찰이 끝나면 지원과 관리가 완전히 끊기는데, 이 공백을 보충하는 게 급선무라고 생각했고 그 참고 사례가 일본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보호관찰 이후 치료와 지원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우리 상황에서 배울 점을 찾고자 현지 취재를 진행했습니다."
- 일본과 한국의 가장 큰 차이가 뭘까요?
"사회 복귀를 전담하는 주체가 분명하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였습니다. 일본에는 보호관찰소 소속 사회복귀조정관이 있어, 의료관찰 대상자의 입원이 결정되는 순간부터 퇴원 뒤 거주지·통원 병원·필요한 복지서비스까지 준비합니다.
우리나라에도 보호관찰관과 국립법무병원 사회사업실이 있지만, 개별 직원의 노력에 크게 의존하는 것 같아요. 보호관찰관 한 명이 치료감호 출원자뿐 아니라 다양한 대상자를 함께 관리해 보통 120명 정도를 담당하다 보니, 정신질환에 특화된 지원을 충분히 제공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일본도 지역사회의 거부로 퇴원이 늦어지는 등 한계가 있어서, 일본을 정답으로 제시한 건 아니고 입원 때부터 퇴원을 준비하는 방식은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본 겁니다."
- 치료감호 후 어떻게 할 건지가 중요한 한 것 같던데 우리나라는 대책이 없는 건가요?
"제도가 전혀 없는 건 아닙니다. 가종료된 사람은 3년간 보호관찰을 받고, 치료 준수사항이 부과되면 보호관찰관이 진료와 약물 복용 여부 등을 확인합니다.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등록하면 상담과 치료, 사회 복귀 지원도 받을 수 있고요.
문제는 보호관찰 기간이 끝난 뒤입니다. 센터 등록과 서비스 이용은 원칙적으로 당사자 선택이고, 국립법무병원·보호관찰소·센터 사이의 정보 연계도 의무화돼 있지 않아요. 법무부는 치료감호 출원자 중 몇 명이 센터에 등록해 어떤 서비스를 이용하는지 별도로 집계하지 않고, 보건복지부도 치료감호 퇴원자를 별도로 분류하지 않습니다.
지원과 관리를 어디까지 제도화할지는 당사자의 자기결정권과 사회 안전이 함께 걸린 문제라 자원 배분과 정책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다만 지금처럼 보호관찰이 끝난 뒤 치료가 계속되는지조차 전체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는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시사기획 창>의 한 장면KBS
- 죄와 병을 모두 가진 수용자를 잘 치료하는 게 사회 안전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맞아요. '죄와 병'이 이번 방송의 제목이었는데, 죄와 병 둘 다 가진 사람들이란 뜻으로 일부러 그렇게 표현했어요. 이들은 죄를 지었지만 그게 오롯이 본인 책임으로만 돌릴 수 없는 사람들이거든요. 그런 사람들을 근대 형사법상 완전히 처벌하는 건 법적으로 문제가 있고요.
댓글을 보면 당사자 인권과 사회 안전이 서로 대척되는 것처럼 다투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 둘은 대립하는 게 아니라 함께 추구할 수 있는 목표예요. 정신질환 자체를 범죄 위험과 동일시해선 안 되고, 취재 대상 대부분은 정신질환이나 중독이 범행에 영향을 미쳤다고 사법적으로 판단된 사람들인데, 이들에게 필요한 치료를 제공하고 퇴원 후에도 지원이 끊기지 않게 하는 건 당사자만을 위한 배려가 아니에요.
증상이 악화되면 결국 범죄로 이어지고, 그러면 피해는 우리 사회가 지게 됩니다. 새로운 피해자가 생기지 않는 것 자체가 공공 안전이지, 따로 공공 안전이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취재하는 내내 했어요. 치료해서 사회로 복귀시키는 것과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 이 둘은 같은 방향의 과제라고 봅니다."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나요?
"저도 이 취재를 하면서 정말 많은 걸 배웠어요. 편견이라는 게 실제로 존재하고, 그걸 이겨내는 데는 정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걸 깨는 게 목표였습니다.
솔직히 이번 편 시청률이 안 나올 거라고 생각했어요. 시청자들이 프로그램을 보고 싶어 하는 건 자기와 관련된 문제일 때가 많은데, 이 아이템은 범죄자와 정신질환자, 그 둘이 합쳐진 소재라 아무도 몰입하기 어려울 거라 각오하고 들어갔거든요. 그런데 의외로 많이 봐주셨고, 방송 이후 반응을 보면서 이 문제를 당사자만의 일이 아니라 사회 안전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분들도 적지 않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완성된 해답을 제시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이 제도의 목적이 결국 치료받은 사람이 다시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준비하는 데 있다는 질문을 던졌다는 점에서 기쁘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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